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페렴) 재확산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요국 증시가 요동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 많은 나라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되자 지난 한 주 동안 신규 확진자가 적게는 25%, 많게는 50%나 증가했다. 특히 미국과 중남미국가 등 미주 대륙에서 감염자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주에는 전 세계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날씨가 더워지면 바이러스가 맥을 못 출 거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있었으나 예상과 다른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물류센터와 종교시설, 방문판매업체 등을 고리로 한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재확산 공포가 일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20일 67명을 기록한 뒤 21일 48명, 22일 17명, 23일 46명, 24일 51명, 25일 28명 등으로 널뛰기 등락을 거듭하면서 6월 들어 나타난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감염’ 환자와 해외유입 환자가 크게 늘고 있고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면서 환자 1명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감염재생산지수'가 급격히 높아져 한 달 후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800여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지금이 2차 대유행 한 달 전"이라며 "자칫하면 의료방역체계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환자 수가 줄지 않으면서 의료시설 부족과 의료진 피로 누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하루 신규 확진자는 30∼50명 수준이다. 수도권의 감염병 전담병원에 확보된 일반 병상 1769개(17일 기준) 중 아직은 절반정도가 비어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면 금세 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본격적인 2차 유행이 오기 전에라도 진료 한계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환자 치료 병상은 사용 가능한 게 48개밖에 없어 상황이 더 여의치 않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25일 자정을 기해 코로나19 확진자의 퇴원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증상이 호전돼 바이러스 전파력이 거의 없는 환자를 조기 퇴원할 수 있게 해 병상과 의료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는 것이 불기파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에서 3일간 일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을 넘어서거나 또는 병상가동률이 70%에 도달하는 등 공공의료체계에 부담이 될 정도에 이르면 종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경우 가뜩이나 나쁜 경기가 더욱 악화돼 취약계층이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경제활동 위축은 재택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저숙련 노동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힌다. 더구나 코로나 여파로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은 지 4개월 째에 접어들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데 예삿일이 아니다. 급식을 계속 중단하자니 서민들의 끼니가 걱정이고, 재개하자니 감염이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감염병은 한순간 방심할 경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하지만 서민경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으로서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현저하게 떨어진 국민들의 거리두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 이외에 달리 뽀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여름휴가가 코로나 재유행을 재촉하는 기폭제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다소 불편하고 괴롭더라도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이 긴요하다.
 
정부로서도 2차 대유행을 가정한 사전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잦은 변이 특성으로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은데다 무증상 전파로 완전 근절이 불가능한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병할 경우를 가정, 권역별 대응 체계 구축과 공공과 민간의 역할 배분 등 세밀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일부 다른 나라들처럼 병상이 부족해 신규 확진자가 입원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까지 어렵사리 구축해 놓은 방역 선진국이라는 명예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극도의 혼란 등 걷잡을 수 없는 끔직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