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해를 맞으며
구 자 문
늦가을 되도록 꽃도 피어 있고 날씨도 화창하여 올해는 추위가 않오는가 말 않되는 기대를 해보기도 했었는데, 12월 중반 넘어서며 날씨가 좀 쌀쌀해졌던 것 같다. 그래 봤자 아침 기온이 섭씨 영하 1~2도에서 영상 2~3도 정도이며 낮에는 다시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니, 서울사람들이 볼 때는 참 따뜻한 지역에 산다고 할 것 같다. 요즈음은 러시안이며 몽골인들이 이곳에 많이 사는데, 이들 나라의 기온은 이때쯤 밤에는 영하 30도 낮에도 영하 10~20도를 가리킬 것이라서 따뜻한 한국을 매우 부러워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들도 몇 년 이곳에 지내다 보면 이곳의 겨울이 춥다고들 말한다. 이곳 날씨에 적응된 탓이리라.
우리나라의 연말연시는 한해 업무를 마무리하고자, 그리고 각종 모임 망년회 등으로 더욱 바쁠 수밖에 없는데, 지난 2년은 코로나팬데믹으로 매우 위축되어 보낸 게 사실이다. 음식점, 커피숍 등에도 손님이 크게 줄어서 매출이 급감하고 폐업하는 곳들이 부지기수였음이 현실이었다. 그래도 전망 좋은 해변산책길이나 카페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졌었고, 연말연시와 정월초 해맞이를 위해서 동해안 바닷가 숙박시설이 예상과 다르게 예약이 꽉찼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전염률 높아진 코로나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정부규제방침으로 인해서 아마 예약취소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정부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고,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큰 어려움이 끝이 보이지 않음이 문제인 것이다. 중소 상인들, 관광산업 종사자들, 미술 및 피아노학원 등 자영업자와 서비스업 분야의 폐업이 속출하는 등 어려움이 크지만, 학생들 정규교육과정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이야 줌으로 일부 대처가 가능하다지만, 어린 유아로부터 중고교생에 이르기까지 학력저하는 물론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부모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IT산업 등의 수출호조로 거시경제 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임이 다행인 것이다. 더구나 요즈음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중국과 인도 및 파키스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다양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데, 물론 우리나라도 그 와중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우리의 무기제조기술 발달과 함께 K9 자주포, K2 전차 등이 성능과 가격면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고 대규모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현무 3~4 미사일 등의 개발과 고성능 군함 및 잠수함의 건조로 주변 강대국들을 놀라게 함도 우리 민족의 쾌거라고 생각된다. 이 세계적인 어려움을 겪어내면서도 우리의 국력이 더욱 신장하게 된 것은 정말 불행 중 다행을 넘어 행운이라고 보아진다.
이제 2021년을 보내고 2022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수그러들어야 하지만, 저렴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도 빨리 개발시판되어야 할 것인데, 개발임박 소식이 들려오니 다행이라고 본다. 과거와 같이 화려한 연말연시 활동들은 자제함이 맞지만, 각자 가정에서 텔레비전,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서 연말연시를 기념하고 새해소망을 기원할 수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의 흥청망청한, 즐거우면서도 피곤이 쌓이던 연말연시를 떠나 이 기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미래를 다짐함도 일생에 기억에 남을 중요한 시간들이 될 것이다. 어려웠던 이 순간들이 오히려 그로 인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들 스스로가 와신상담하며 내실을 다질 필요가 크다고 본다.
2022년 임인년은 범의 해이다. 범은 그 크기나 모습에서, 생태계 먹이사슬 구조에서 최종 포식자로서 인간에게도 엄청난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었는데, 한국인의 역사문화의 최초 DNA를 가진 ‘단군신화’에 나타난 범은 세계 어느 족속들 보다 한국인의 현실 삶과 심상에 깊이 자리 잡은 동물이었다. 우리 한국에 ‘범 내려온다’는 격언이 있는데, 얼마 전 일본 올림픽때 우리 선수단이 건물밖에 내걸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범 내려온다'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판소리 소설 토끼전 수궁가 별주부전에서 길짐승들이 서로 자기 자랑하는 내용 중 범이 숲속 골짜기에서 나오는 대목을 웅장하게 표현하면서 나온 말로서, 우리 민족의 기개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말로 격언화 된 것이다. 이를 일본을 이겨내자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니 한국의 발전을 시샘하는 일본 과격우익들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2022년 호랑이 해, 좀 더 전통적인 언어로는 범의 해를 맞으며 우린 국민의 삶이 더욱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코로나팬데믹을 겪고 있고 오랜 남북분단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직도 사상논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들이지만, 이 범의 해를 맞으며 우리나라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더구나 우리 한반도를 범으로 형상화 시키는 출발점이 된 호미곶을 지닌 포항으로서도 범의 해를 맞아 경북의 중심도시이자, 환동해권의 중심도시로 거듭나서 우리나라의 다음 단계 발전을 위해 공헌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2021년 1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