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의 한, 하와마할
 ↑ 하와마할(바람의 궁전) - 세상에 이보다 더 슬픈 건물이 또 있을까?
델리의 서남쪽, 라자스탄 주를 6시간 쯤 달려 자이푸르로 갔습니다. 라자스탄(전사의 땅)의 전사들은 항복하느니 차라리 죽는다는 용사들이었습니다. 그런 용사들도 어쩔 수 없이 슬픈 역사를 만들어내곤 했더군요.
마하라자 만싱 왕 때(16세기 초)에는 무굴제국의 악바르 왕과 혼인동맹을 맺음으로 전쟁을 피했다고 합니다. 말이 동맹이지 딸을 바치고 전쟁 없이 항복하였다는 말이 아니겠지요. 영국의 지배 하에 있던 시절(1876년) 훗날 에드워드 7세가 된 에일즈 왕자가 자이푸르를 방문했을 때에도 슬픈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자이푸르의 모든 건물들을 핑크빛으로 칠해 환영을 한 것입니다. 그 후 핑크시티가 자이푸르의 별명이 되었던 것이지요. 제 눈에는 화려한 벚꽃의 핑크가 아니라 슬픈 연어의 핑크로 보이더군요.
그 옛날 마하라자의 후손이 지금도 자이푸르의 시티팰리스에 살고 있습니다. 1971년 인디라 간디 총리 시절 법으로 왕족에 대한 대우가 폐지되어 지금은 더 이상 왕손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평민으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자이푸르의 명물 하와마할은 여인을 위한 전망대였습니다. 왕비들이 바람 쐬러 나와 바깥세상을 즐기던 곳.
그런데 사실은 옛날 라자스탄 여인들은 남자의 부속물이였으므로 남편이 죽으면 남편의 화장용 장작에 함께 생화장 당했다는 사실을 아세요? 생화장을 당하면 그 아내들은 모두 여신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실제 왕비 15명을 생화장하고 손바닥을 찍어 기념비를 세워둔 곳이 있으니까요. 그런 왕비들을 위해 세운 건물이 바로 하와마할(바람의 궁전)입니다. 한 남자만 바라보다 그 남자와 함께 죽어야 하는 10여 명의 왕비들을 위한... 이보다 슬픈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관광객들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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