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가을속 이야기

조회 수 886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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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속 이야기

      어이하여 그렇게 유난히 무덥기만 하던 여름날,
      뒤미처 제 멋대로 줄줄 쏟아지던 비 비 비....
      그래도 언젠가는 이 더위와 비가 끝이 나고 가을이 오겠지 하며 마음한편으로
      은근히 기다리던 가을. 각도가 빗겨간 서늘한 햇살 아래로 서서히 가을이
      으스스 찬바람을 몰고 그렇게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어인 일일까 가을이 오면 좀 살맛이 나겠지 하던 기대와는 달리 가까워진
      겨울 추위를 생각하니 등골에 소름이 돋으면서 은근히 슬슬 겁이 난다
      추위는 인간의 힘으로는 견디기 힘든 자연의 위협이다. 지구의 온난화
      때문에 우리나라는 가을은 아주 짧고 바로 겨울로 갈것이라고 말들을 한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목, 몇년을 두고 꾸준히 자라 우거진 나무 밑을
      지나노라니 이제는 나무 그림자의 음영이 제법 짙어졌다.
      소매 끝을 스치는 바람도 쌀쌀하니 이렇게 올해의 가을은 우리의 곁에
      슬그머니 다가와서 이제 우리들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
      지하철 사람들의 옷 색상도 어느새 검정이나 갈색톤으로 짙어졌다.

      오랜 세월 별렀을 샛노란 가을황국이 배시시 봉우리를 열고 예쁜 모습을 피워냈다.
      한 여름날의 낭만인 봉숭아나 백일홍은 제 시절이 지난듯 꽃 모양이 처량하다.
      T.V.에서 임진왜란 때 묘령의 나이에 왜군에게 납치 되어가서 왜인에게 강제로
      결혼을 당했다가 그 남편이 죽자 조선 땅이 보이는 산허리 절에 중이 되어 살던
      여인은 죽은 후 그 해변에 묻혔다는 슬픈 역사를 들었다

      묘지에 해마다 제를 지내는 그 후손들이 마련한 백일홍꽃 몇 송이가 쓸쓸히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하고많은 꽃 중에 하필이면 왜 백일홍을 심었을까...
      죽어서도 고향에서 보던 꽃을 그리니 예나 지금이나 백일홍은 우리의 국민
      정서에 뗄수 없는 꽃이었구나 하는 애련(哀憐)함이 마음속에 맺힌다.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쌀쌀 해지니 갑자기 옛날 연탄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이맘때면 연탄광에 천오백장 정도의 연탄을 비축해야만 한 겨울을 날수 있었다.
      위험한 연탄 가스와 연탄 갈아 넣기등에 주부들이 허리 펼 날이 없던 시절이었다.
      연탄 불이 꺼지면 스스럼 없이 연탄 불씨도 서로 나누어 주던 이웃 친구...,
      추운 겨울날 한 밤중에 연탄을 가는 일이란... 가족 중 누구든 정말 시베리아
      유형이라도 떠나는 심정으로 단단히 채비를 차리고 각오를 해야만 되던 일이었다.

      북한 지방에 해마다 여름이면 유난히 홍수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연료를 거의
      산의 나무에 의존해서 벌거숭이산이 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이 연탄 덕분에 우리나라의 산은 울창한 숲을 그대로 유지 할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나는 골목길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었던 군고구마나 군밤의 구수한 내음이 또한
      그리워지는 계절이 되었다. 그것을 사가지고 식을새라 품에 안고 밤길에 아이들을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하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또한 따뜻해진다.

      싸늘한 늦은 가을날 밤 옷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으로 지나갈 때 골목을 환하게
      비추면서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던 구멍가게 집 불빛과
      어수룩한 풍경도 이제는 멀리 가 버렸다.

      골목 모서리 그 구멍가게 영감은 한문 붓 글씨를 아주 잘 쓴다고 알려 졌었다.
      그는 동네 통장 일을 성심을 다해 보았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언제나 인사성이 아주 밝았다. 노상 골목길도 깨끗이 쓸어 놓곤 했었다.
      그 아낙은 연탄 장사를 했는데 어찌도 새치롬한지 범접 못할 찬기운이 도는 여자였다.
      내 비록 이렇게 연탄을 나르기는 하지만 나는 양반이로세 하는 오롯함이 있어보여
      공연히 나도 몸을 사렸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 덕에 우리는 가스난방으로 고칠때까지 그에게 해마다 단골로 
      오랜 기간 연탄을 팔아 주곤 했었다.
      이제는 그런 골목길도 없고 그러한 일로 사람들과 부딛칠 일도 없이 살게 되었다.

      그 당시 대수럽지 않던 이런 옛스러운 풍경들이 새삼 생각나는걸 보면 나이 탓이런가.
      아니면 모든것이 일시에 해결되는 이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게 된것의 반대급부로
      감내 해야만될 댓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하는 요즈음이다.

                                                    07년 10월 13일 청초.



  • cherrysmell 1970.01.01 09:33
    올려진 사진속에 억새풀이 가을의 정취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듯 하네요.
    선배님,안녕하셨어요? 글을 읽으면서 연탄불이 나오니까, 저희학교 다닐때
    난로속에 화력이 좋았던 조개탄 생각이 문득듭니다.난로위에 맛있는 냄새나는양은도시락도
    생각이 나고요. 겨울에 입었던 여학생들의 소시지교복 바지도 생각이납니다.
    보기에 예쁘지는 않았지만 겨울에 다리가 얼지 않아서 지금 생각하면 참 괜찮은
    교복이었던걸로 기억이됩니다. 너무 추운날에 내복도 살짝 속에 입고 다닌적도 있었거든요.(기억하기로 예전엔 다 빨간내복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ㅎㅎ)
    요즘 며칠동안 갑자기 추워져서 당황스러웠는데....선배님 환절기감기 조심하세요. 좋은글 읽으며 추억속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
  • Skylark 1970.01.01 09:33
    안녕하세요? 이인숙 후배님!모르는새 은행잎은 노랗게 물이 들고 오늘 탄천에 나가보니 푸르던 잔디가 누렇게 시들었더군요.이제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것 같아요.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아주 쌀쌀 합니다.후배님!옷도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 khwi12 1970.01.01 09:33
    시원한 날씨에 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먹는 것처럼 선배님의 글에서는 삶의 진솔한 맛과 내음이 늘 진동하는 것 같아요. 푸근하시고 너그러우신 선배님의 글을 대할 때마다 늘 제 주위를 돌아보곤 한답니다. 언니처럼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서요 --- ㅋ ㅋ
  • Skylark 1970.01.01 09:33
    혜원 후배님!!고마워요.항상 좋게 보아 주시니... 사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우리 마음 속을 좀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어요.그러잖아도 살벌한 세상에 우리들 마음 한편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수 있게끔요.항상 밝은 모습의 후배님을 보노라면 엉겼던 마음이 스르르 녹는 기분 아시겠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내일 만나요.^^
  • cho6090 1970.01.01 09:33
    이용분(7회)님이 쓰신내용입니다. 제가 수정을 해보려고 하였더니 작성자가 제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곧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용분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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