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꽃의 합창
꽃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시죠? 정말 꽃들이 노래를 합니다. 제가 매화꽃들이 합창하는 소리를 듣고 왔으니까요. 지난 어느 겨울날 찬바람을 맡고 거닐었던 섬진강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광양 백운산 가는 길에 섬진강을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매화마을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훌훌 털어 버리고 가서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 보고 싶은 것은 보고 살아야지..." 토요일 새벽 2시. 눈 비비고 일어나 배낭을 꾸렸습니다. 물병 4개, 삶은 계란 4개, 사과 한 알, 배 한 개... 남으로 남으로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구례 땅에 들어서니 날이 훤하게 밝아왔습니다. 어둠 속에서 흐르는 듯 마는 듯 그 모습을 드러낸 섬진강은 방금 잠에서 깬 어미 소 같이 느릿한 여유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섬진강과 산수유 피어나는 마을 사이로 난 길가에는 벗나무들이 끝도 없이 열병을 하고 있었습니다. 쌍계사 지나고, 화계장터를 지나고, 최참판댁도 지나 매화마을이 건너다 보이는 섬진강가에서 재첩국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섬진교를 넘어 십리쯤 달려가니 매화마을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주에 이미 매화축제도 끝난 터인데다가 이른 아침인지라 텅 비었을 줄 알았는데 이미 주차장은 만차였습니다. 그나마 도로 한쪽에 마련해 좋은 노상 주차장에는 차를 댈 곳이 남아 있었습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했으니 매화마을 전경을 안 찍어 올 수가 없었지요. 파노라마로 만든 매화마을 구경하시고, 내년 매화꽃 필 때는 섬진강 매화마을에 가셔서 직접 매화들의 합창을 한 번 들어보세요. 정말 꽃들이 합창을 한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