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행 열차
오 세 윤
떠나야할 때에 우리는 만나고
만나야할 때 우리는 헤어졌다
왜 그래야하느냐고 네가 물었을 때
꽃샘바람이 아니겠느냐고
애써 웃으며 나는 대꾸했다
서둘러 핀 목련 한 송이
백양사 빈 법고 울려대는 사미승에게는
눈을 어지럽히는 요염함일 뿐인
이 봄이
오늘따라 나에게는 무척 잔인하다
아침 거실에 나앉아 펼쳐든 조간엔
섬진마을 매화꽃이 무더기로 폈더구나
이제 슬슬
옷매무새 고치고 떠나자꾸나 누이야
쌍계사 십리 벚꽃길이 화사할 화창한 한낮에
거품뿐으로 호들갑스러운 도시의 소음을 벗고
배낭엔 그저 봉지커피나 한 박스 넣고
입석이라도 좋으니 남행열차를 타자
옷차림이나 신발이야 아무러면 어떠냐
우리끼리야 그냥 손만 꼬옥 잡으면 되는 걸
2006. 3. 12 湛 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