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사랑 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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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싸는 보자기

요즘은 보자기보다는 쇼핑백을 더 많이 쓰시죠?
며칠 전, 전기밥솥이 고장났습니다. A/S를 받으러 가려고 하니 그곳 근무시간이 일반회사 근무시간과 같아 갈 새가 없어 며칠 냄비 밥을 먹었습니다. 토요일도 휴무이구요. 얼마 전 어머니네 전기 밥솥도 고장 났었는데 아버지가 고쳐오셨다면서 출근길에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죄송하였지만 전기밥솥을 끌어 안고 어머니댁에 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전기 밥솥을 끌어 안은 제 모습을 보더니 아버지가 웃으셨습니다.
`이런 건 보자기에 싸는 것이 제격이지. 고쳐다 놓을 테니 저녁에 들려 찾아가거라.`

생각해보니 보자기를 잊어 버린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보자기는 접으면 손바닥만 하여 가지고 다니기가 좋습니다. 모양을 가릴 것 없이 어떤 물건이라도 감싸고, 둘러쌀 수 있으니 물건마다 다른 보자기를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듭 부분은 훌륭한 손잡이가 되어 들고 다니기도 편리합니다. 이보다 더 실용적인 운반도구가 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요즘 학생들이 메고다니는 배낭의 할아버지벌이 되는 것이 바로 책보였지요. 보자기 가운데다 책을 쌓아 놓고 둘둘 만 다음에 한 끝은 어깨 위로 한 끝은 허리로 보내어 가슴에서 서로 만나게 하여 옭아매면 어지간히 달음박질을 쳐도 끄떡없이 등판에 매달려 있는 것이 책보였습니다. 보자기로 밥상을 덮으면 여름에 파리를 쫓는 밥상보가 되고, 이불장 구석에 두었다가 이사갈 때 쓰면 이불보가 됩니다. 처녀 총각 장가갈 때 청색 홍색 보자기로 사주를 돌돌 말아 싸면 사주보가 됩니다. 요즘은 수보와 조각보로 변신하여 예술품이 된 보자기도 눈에 많이 띕니다.

워낙 보자기로 싸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인지라 밥상에서도  되는대로 음식을 싸먹는 문화가 발달 된 것 같습니다. 상치로 싸면 상치쌈, 깻잎으로 싸면 깻잎쌈, 호박잎을 쪄서 싸면 호박잎쌈, 양배추쌈. 돼지고기 삶아 김치에 싸면 돼지보쌈, 굴을 싸면 굴보쌈... 이런 것들을 모두 모아 놓은 쌈밥집이 웰빙 식당으로 각광을 받는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엊저녁 퇴근길에 아버지의 사랑 보자기에 싸여 A/S 센터에 다녀온 전기밥솥을 찾아 왔습니다. 오늘 아침 그 밥솥에 지은 밥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냄새가 구수한 밥냄새와 함께 솔솔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침 밥상에 앉아 식사 기도를 들으시던 하나님도 사랑 보자기를 접으시며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오늘 아침엔 사봉의 행복한 아침 풍경을 보자기에 싸서 전해드립니다. 풀러보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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