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로 일찍부터 꼽아 놓았던 곳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지나
Tioga Pass 를 넘어 시에라 산맥 동쪽 기슭에 위치한 Mono Lake 와 Bodie Ghost Town 이었다.
Tioga Pass 는 해발 고도가 3000 미터 정도가 되어,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 10 월 중순 이후부터
5월 말까지는 도로가 폐쇄되기 때문에 이 지역은 늦 봄부터 초 가을까지만 통행이 가능하다.
산호세에서 이곳은 왕복 600 마일 정도의 거리로 1 박 2 일 정도로 다녀올 계획을 세웠는 데 함께
여행할 사진 동호인들의 개인 일정을 고려하다보니 또 다시 당일치기로 일정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Mono Lake 는 약 76 만년 전에 생긴 내륙 호수인데, 1941 년부터 이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LA 에서 상수도원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끌어가는 바람에 호수의 크기가 절반 정도로 줄어 들었다.
또 이 호수는 흘러 들어오는 물은 있으나 흘러 나가는 곳이 없어 자연 증발이 되다보니 염분이 계속
증가하여 물 속에 포함된 석회석과 알카리 성분이 결합하여 다양한 석회석 조형물이 호숫가에
형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인기가 있는 장소이다. 해발 4000 미터가 넘는 주변의
산들과 맑은 호수,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석회석 조형물들이 보여 주는 풍경은 년 중 많은 관광객과
사진 애호가들을 유혹한다.
Bodie Ghost Town 은 Mono Lake 에서 동북쪽으로 50 분정도 운전하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1876 년에 금이 발견되자 황량한 분지인 이곳은 금방 사람들이 몰려 들어 당시 캘리포니아 주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 째 큰 도시가 되었다. 인구가 만 명 정도에 2000 채 정도의 건물이 들어 섰고,
신문사와 우체국, 그리고 나중에는 전기와 철도까지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한창 때에는 당시 가치로
일년에 3 천 2 백만 달러의 금을 생산하면서 이 도시는 전형적인 서부 무법 도시가 되어 갔다.
1.6 킬로미터 길이의 Main Street 에 65 개의 술집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매일같이 살인과 결투, 싸움,
그리고 마차 강도같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금 생산이 줄어 들면서 이 도시는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하였으며, 1880 년부터 인구가 급감하면서 유령도시가 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32 년에 발생한 화재는 도시의 대부분을 황폐화 시켰다. 1962 년에 캘리포니아 주에서
Historic Park 으로 지정하었다.
새벽 5 시, 어둠을 뚫고 차를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시를 떠나 농촌지역으로 들어섰을 때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과수원과 옥수수 밭 위로 해가 떠오르는 일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계속 길을 재촉하였다. 당일치기로 잡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는 방법은 "빨리 빨리" 밖에 없었다.
Tioga Pass 를 넘어 가기 위해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입하여야 한다.
전 세계에서 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요세미티를 오늘은 무시할 수 밖에 없었다. 세쿼이어 나무들이
울창한 숲 길을 따라 달리다가 드디어 Tioga Pass 로 향하는 120 번 길로 들어 섰다.
나무가 울창한 숲을 따라 잘 만들어 진 2 차선의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작은 평원과 웅장한
화강암 덩어리로 된 산 봉우리들이 나타나고, 또 맑은 호수들 사이를 달리기도 하였다.
완만한 경사의 숲길을 한 시간 여 달리는 동안 해발 고도는 서서히 올라가 3000 미터의 높이에
이르며 주변의 바위 산등성이에 8 월 중순까지도 녹지 않은 흰 눈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빙하에 의하여 깍이고 움직여 진 크고 작은 화강암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널린 평원과 눈 녹은 물이
만들어 낸 투명한 호수들을 차창 밖으로 보며, 3030 미터 높이의 Tioga Pass 를 통과하자
자동차는 경사도가 심한 산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 눈 아래에 커다랗고 파란
호수가 보였다. Mono Lake 였다.
염도가 높아 바닷물보다 짜다고 하지만 물은 투명하게 맑고 깨끗하였다. 호수가를 따라 하얗게
석회석 바위들이 눈에 들어 왔다. 일단 호수 서쪽 언덕위에 위치한 Visitor Center 에 들려 호수를
내려다 보니 언덕에서 호수까지 야생화와 덤불 사이로 희미하게 trail 이 보였다. 그리고 호수가에는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석회석과 여러가지 모양의 석회석 덩어리들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메고 덤불사이로 난 언덕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눈 아래 보였던 호수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음을
깨달은 것은 한 낮의 했볕이 내리 쬐는 덤불 한 가운데서 였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덤불을
헤치고 호수가에 도착하기까지 한 고생은 맑은 호수물 사이에 위치한 다양한 석회석 덩어리들인
tufa 의 사진을 얻은 것으로 갈음되었다. 맑고 깨끗한 호수물이지만 물가에는 검은색의 파리들이
가득하였다. 다행인 것은 이 파리들이 사람에게는 몰려들지 않고 물가에서 미생물들을 섭취하며
살아 간다. 이 지역 인디언들은 이 파리를 mono 라고 부른단다. 호수의 이름은 이곳에 사는 파리의
이름을 따라 지어졌다. 파리의 호수인 셈이다.
호수와 tufa, 그리고 옛날에는 호수였던, 지금은 바닥이 소금기로 버석거리는, 여름 야생화 가득한
덤불을 헤매느라 잃은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서둘러 Bodie Ghost Town 으로 향했다.
시에라 산맥을 따라 남북으로 달리는 395 번 도로에서 바위들로 ㅤㄷㅏㅍ인 산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서
20 분 정도를 달리자 길은 비포장 도로로 바뀌었다. 바싹 마른 흙길을 먼지를 날리며 20 분 정도
달리며 언덕을 넘자 주변이 낮은 언덕으로 둘러 쌓인,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분지에, 이곳이
유령도시라는 것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풍경이 나타났다. 입구에서 한 사람 당 7 달러라는
비싼 입장료를 받는 서부 깡패같은 모습의 노인은 이 마을의 역사에 포함되어 있는 China Town 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준다. 아마 우리 일행을 중국 사람으로 본 것 같았다.
지정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흙먼지 나는 길을 따라 소위 다운타운에
들어서면서 입장료 본전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황량한 들판에 다 쓰러져 가는 나무 건물 몇 채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고, 그나마 어떤 건물들은 쓰러져 가는 것을 나무 기둥으로 받쳐 놓고 있었다.
인터넷 예습을 통해 눈에 익은 몇 몇 건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 가끔씩 작은 회오리 바람과
함께 날리는 흙먼지로부터 카메라를 보호하는 데 신경이 쓰였다. 마을의 한 쪽 언덕 기슭에는
ㅤㅇㅔㅆ날 금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 진 공장 건물이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며 서 있고, 한 때 흥청거렸던
거리에 남아 있는 몇 몇 건물들이 영화에서 보았던 거친 서부 마을(wild west)을 연상시켜 주었다.
그나마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교회 건물과, 학교, 마을 회관, 옛 술집, 그리고 녹이 슬며
뒹굴고 있는 오래 된 자동차와 마차의 잔해 등이 보여주는, 말 그대로의 유령 마을 모습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다시 흙먼지를 날리며 이곳을 떠났다.
Mono Lake 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석회석 조형물인 tufa 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남쪽
호숫가이다. 이곳은 찾는 사람들이 많아 입장료까지 받는다. 그러나 이곳은 입장료가 아깝게 생각
되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호숫가에 도착하자 마자 크고 작은,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tufa 모습에 감탄사가 자기도 모르게 나온다. 모든 사람들의 카메라가 바쁘게 소리를 낸다.
호숫가를 따라 물위에 모습을 드러 낸 다양한 모습의 tufa 와 파란 호수, 하늘의 구름과 높은 산들이
만들어 주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다 보니 여름의 오후가 기울기 시작하였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시에라 산맥 아래의 호수들 사이로 난 길을 드라이브한 후, 이번에는 Tioga Pass 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기위해 산길을 달려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꺅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