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의 올 여름 날씨는 유난히 서늘하다. 아침이면 회색 구름이 낮게 깔려 있다가 해가 뜨면서
구름이 걷히면 말 그대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그래도 서쪽 산 등성이는
태평양에서부터 밀려 온 구름이 기듯 슬금슬금 넘어 온다. 한 낮은 햇볕은 강하지만 그늘에 서면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올 여름에는 땀을 흘려 본 기억이 없다. 긴 팔 셔츠를 입어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 때문에 재킷을 걸쳐야 하니, 서울의 무더위 소식을 들을 때마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여름의 북부 캘리포니아 해안은 남쪽으로부터 올라온 난류와 앨라스카에서 내려 온 한류가 만나
구름과 안개가 자주 만들어 진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은 추위를 느낄만큼 차고 강한
바람과 짙은 안개때문에 좋은 사진을 얻기가 힘들다. 그 대신 몬트레이와 빅서(Big Sur)는 여름에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물론 이곳도 구름과 안개가 시간 시간 변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 준다.
산호세의 아침 구름이 걷히고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주말, 늦은 아침에 카메라를 챙겨 Big Sur 로
출발하였다. Monterey 가 가까와지면서 하늘에 구름이 짙어지고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와
졌다. 그러나 Monterey 와 Carmel 을 지나 Big Sur 가 가까와지면서 하늘에는 흰 구름과 함께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Big Sur 를 달리는 1 번 도로는 언제나 새로운 풍경을 보여 준다.
올해의 서늘한 날씨 덕분인지 해안에는 여전히 여러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 야생화들이 피어 있는 해안으로 들어 섰다. 절벽 아래 숨은 작은
모래 사장이 나타나고 그곳에서는 몇 몇 사람들이 한가로운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긴 팔 셔츠에 방풍 재킷을 입고 있는 데.
주변은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이 가득하고. 꽃과 바위, 그리고 바다와 하늘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길을 떠났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도 Big Sur 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가진다.
Andrew Webber 의 노래들을 들으며 오늘은 몇 군데에서만 차를 세우고 그냥 드라이브를 즐겨보기로
하였다. 산과 바다를 함께 보며, 모래 언덕과 redwood 나무 숲길을 지나 Nepenthe 카페에서 차를
멈추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야외 카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여름 휴가철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다. Nepenthe 아래에 있는 Henry Miller Library 와 그 옆의 미술관도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차를 돌려 다시 오던 길을 드라이브하기 시작하였다. Bigsby Bridge 가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눈에 익은 풍경이지만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차에 올랐다. 음악의 볼륨을 올리고 앞과 양 옆으로 펼쳐지는 Big Sur 의 다양한 풍경을 보면서
주말 오후의 드라이브는 계속되었다.
사진이 한장도 출력이 되지 않네요.
무슨 사진이 들었을까?
진짜 궁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