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 구내에 위치한 Cantor Arts Center 는 내가 자주 찾는 곳 중의 하나이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한낮의 따가운 햇볕 아래 정원에 아무렇게 놓인듯 전시되어 있는 로댕의
조작 작품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서울에서 비싼 입장료를 주고 실내 전시장에 들어가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구경하였던 거대한 "지옥문" 조각상은 야외에서 햇볕과 비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고, 20 여점의 다른 조각 작품들도 먼지나는 흙바닥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른 아침 햇살이 따가워지기 전에 시원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로댕의 조각 작품들을 하나씩 찬찬히
돌아보는 것은 남몰래 갖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오전 11 시에 미술관이 문을 열면 나는 바로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이 위치한 돔 형태의 전시장으로
향한다. 미술관 건물의 한 쪽에 "생각하는사람" 조각상을 위하여 특별히 건축한 듯 보이는 전시장은
일층과 이층을 터서 천장을 높게 하고 이 거대한 조각상을 중앙에 위치시켜 놓았다. 그리고 그 주변에
로댕의 다른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는 또 내가 좋아하는 "Kiss" 라는 제목의 조각상이 있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언제 보아도 신비로울 정도로 감동을 준다.
스탠포드 대학 본관 건물 옆에 위치한 "칼레의 시민들" 조각상들도 주변에 심어놓은 붉은 색의 꽃들,
그리고 갈색의 건물들과 어울려 볼 때마다 마음을 묵직하게 해 준다.
이 Cantor Arts Center 가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는 로댕의 작품들은 190 여점에 이르며, 프랑스의
로댕 센터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로댕 작품이 이곳에 모여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 미술관은 관람이 무료이며, 로댕의 모든 작품들에 대한 사진 촬영도 허용되는
것에 있다. 실내에 전시되고 있는 로댕의 작품들도 언제나 사진 촬영이 가능하며 작품들을 만지지
않는 범위에서 가까이 접근하여 볼 수 있다.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만져 볼 수도 있다.
세계 최고의 예술가 작품을 가장 가까이에서, 또 여러 방향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방향과 위치에서 카메라에 그 모습들을 담을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로댕의 작품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리라. 관람료의 부담이 없어 주말이면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 계속 찾아와도 이곳의
직원들은 친절한 얼굴로 맞아 준다. 나아가 얼굴이 익은 자원 봉사자는 이곳을 자주 찾는 나를 보고
이곳에 있는 로댕 작품들을 관람하기 위하여 유럽과 일본을 포함한 멀리 있는 곳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 오는 데, 가까이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자주 찾아 오지 않는다고 푸념을 한다.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은 소홀히 한 채, 먼곳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는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소리로
들린다. 덕분에 나는 언제나 한가롭게 대가의 작품들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데.
내 삶을 풍부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