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전도사’ 국민대 윤호섭교수

[동아사회] 2002년 04월 21일 (일) 17:42

“매일 매일이 ‘지구의 날’이어야 합니다.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고 지키는 날이 1년에 단 하루뿐이라면 조만간 이런 모습으로 다녀야 할 날이 올 겁니다.”

국민대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윤호섭(尹昊燮·59) 교수는 19일 캠퍼스로 찾아간 기자를 방진복(防塵服)을 입고 방독면을 쓴 채 맞았다. ‘환경 전도사’를 자임하는 그의 ‘퍼포먼스’였다. 그는 틈만 나면 이런 모습으로 전기 자전거를 타고 교내를 휘젓고 다닌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자전거를 타는 숀 코너리’로 통한다. 그러고 보니 날카로운 눈매에 야구모자, 텁수룩한 수염까지 숀 코너리를 빼닮았다.

88년 서울올림픽 디자인 전문위원, 94년 대전엑스포 입장권 디자인, 씨티은행과 펩시의 한글로고 디자인…. 그의 작품값은 비싼 편이다. 하지만그는 환경에 관한 것이라면 무료봉사도 서슴지 않는다.

91년 강원 고성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 잼버리대회 포스터를 제작하고대회기간중 현지에서 사인회를 갖다 만난 일본 대학생 미야시다 마사요시(宮下正義) 때문에 그는 ‘그린 맨(green man)’으로 변했다. 일본 방문시 온통 환경자료로 도배 된 미야시다 군의 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한다. 예쁘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던 윤 교수의 디자인은 이후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한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전시회 개막식 때 쓰는 테이프 대신 그는 이어 붙인 헌 천조각을 사용했다. 흰 셔츠에 못쓰는 프린터 컬러잉크를 콕콕 찍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새 나무 돌고래 등 동식물이 자주 소재로 등장하게 됐다. 최근 진행중인 폴크스바겐사의 ‘아트 비틀 콘테스트’에는 멸종 위기에 놓인 붉은 여우와 파랑새를 차체에 그린 작품을 출품, 호평을 받고 있다.

일상생활도 크게 달라졌다. 연구실 곳곳에 종이로 만든 방석이 눈에 띄었다. 종이방석은 겹쳐놓으면 의자로 변한다. 샴푸나 비누를 적게 쓰기 위해 머리도 짧게 잘랐다.

집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기 위해 철제 식판을 쓴다. 집에가보고 싶었다. 혹시 원시인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은 곤란합니다. 집사람과 냉전 중이라서. 얼마 전 ‘냉장고는 환경파괴 주범이니 내다 버리자’고 했더니 ‘그것만은 안 된다. 정 그렇다면 가족관계를 재고해보겠다’고 엄포를 놓더라고요.”

22일부터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자연으로부터 온 편지’라는 주제로 ‘게릴라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내용물이 보이도록 창문을 낸 봉투 수백장에 환경 메시지를 담아 광화문, 종로, 시장 등 사람이 많은 곳에 기습적으로 뿌리는 것.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이죠. 한두 사람만이라도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된다면 대성공이에요.”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윤호섭 교수〓△59세, 서울사대부고 졸 1966년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졸 △광고계에서 일하다 82년부터 국민대 교수 △서울올림픽 디자인 전문위원 △현재 한국광고학회 상임이사, 대한민국 광고대상 심사위원 △음식물 남기는 것을 가장 싫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