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교육의 딜레마
요즈음 많은 국민들이 곧 있을 대통령선거에 관심이 크다. 또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도 관심이 없을 수 없다고 보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공적인 일들보다 국민들 대다수가 돈과 시간을 소모하며 크게 애쓰는 분야가 자녀들의 교육이고 입시라고 보아진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도 7명이나 되는 자식을 두신 우리 부모님께서 매년 중·고·대학 입시를 치루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요즈음 부모들은 보통 한두 명의 자식들을 두고 있지만, 교육 및 입시로 인한 어려움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어려움이 커지고 결사적이 되었다고 보아야만 옳을 것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경쟁을 벌여야하고, 예능교육을 시켜야 하고, 대입준비를 위해서는 학과목, 논술, 토론준비까지 시켜야한다니 모든 게 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나친 사교육을 막고 대입제도의 폐해를 줄이고자 근래에는 본고사폐지,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등의 도입, 오래전에는 일류중고교의 폐지 등을 시행해 왔지만, 그러한 폐해들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아 보인다.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좀 더 발전하여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더 이상 오늘과 같은 어려움들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필자는 좀 더 향상된 교육환경이 공부가 더 쉬워진다든지, 시험이 없어진다든지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경쟁없이 마음 편히 학교 다닐 수 있다’며 예로 드는 유럽의 초중고 교육이 진짜 그 나라의 부와 번영을 가져왔던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발전의 모델로 삼아왔던 미국의 초중고 교육이 학생들의 편안한 생활을 보존해주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 나라의 수준 높은 대학교육은 차치하고라도, 초중고교 교육도 그 내용은 물론 형식적인 면에서도 그리 만만치 않다. 출석과 지각에 대한 규율이 엄격하고, 낙제와 재수강도 빈번하다. 다만, 학생들이 좀 쉬운 과정의 과목들을 택하며 졸업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우수한 학생들은 대학수준의 과목들, 예를 들어 AP물리 1, 2, 3과정, AP수학 1, 2. 3과정 등 대학교의 초급에서부터 중급 정도에 이를만한 과목들을 이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과정을 일반학생이나 우수한 학생이나 다름없이 반복하는 한국의 초중고교육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어려운 과목을 택하든 쉬운 과정의 과목들을 택하든 다양하게 갈 길이 정해져 있고, 인생에 있어 언제든 노력에 따라 상향이동 할 수 있는 길이 크게 열려져 있다는 것이다. SAT점수 높은 4년제 대학교에 못 가게 되더라도 2년제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여, 세칭 일류대들인 UC버클리, UCLA 등에 편입하는 길이 넓게 열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만이 아니라 대학원 과정도 그러하다. 또한 대학에 안가고 사회로 진출한다하여도 평생교육의 기회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무한경쟁체제 속에 땅도 좁고 천연자원도 없는 우리 한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는, 초중고 및 대학교의 교육의 질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회도 바뀌어야 하고, 교육시스템도 바꾸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며, 획기적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나 불만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것이 한국교육의 현주소일지도 모르겠다. 어설프게 베끼려다가 더욱 어설픈 교육을 하고 있는 게 한국교육의 현주소일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국제학교 열풍 및 초중등 해외유학 풍조를 나무라지만도 못하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2012년 10월 28일, 구 자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