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보세요 엊저녁에도 무척 더운 밤이었는데 잠을 설치지는 않으셨어요? 더구나 아침 신문에 온통 우울한 이야기들 뿐이니 일주일 시작이 별로 즐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월요일 아침이니 창문으로 여름풍경 한 번 더 내다 보시고, 마음을 가다듬고 상쾌하게 한 주일을 출발하세요. 저희 집은 대개 주말에나 한 번씩 대청소를 합니다. 어쩌다 손님이 오게 되면 물론 평일도 대청소하는 날로 변할 때가 있기는 합니다. 전업 주부가 없는 집은 대개 저희 집과 비슷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토요일 오후가 되면 집안의 청소 상태나 정돈 상태는 최악의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저나 식구들이 저질러 놓은 것이지만 그걸 치울 생각을 하면 한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는 잠시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 봅니다. 베란다 쪽 창문을 열면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불암산이 보입니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배경을 녹아 내릴 것같이 두텁게 칠한 바탕 위에 부처님같이 생긴 둥글둥글한 바위들로 봉우리를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소나무를 세워 동양화풍의 유화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눈을 들어 산봉우리 두어 개를 넘어가 보면 뒤로 돌아 앉은 듯한 불암삼 정상의 바위에는 깨알 만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휘날리는 태극기가 보이고, 그 아래 등산객들이 개미같이 꼬물꼬물거리는 것까지 보입니다. 한동안 불암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넓어지면서 손바닥만한 아파트 청소하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집안이 어지러울 때는 밖을 내다 보면 위로를 받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