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퍼온 글이다.
테러는 분명히 죄악이고 응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보복을 하려고 하는 대상이 아프간이라는 나라인데 우리는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저 라덴이라는 테러 지도자를 은닉해 주고 있기 때문에 보복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알고 있을 뿐이다.
밑의 글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생각할 점은 있다고 생각되기에 퍼왔다. 우리 게시판이 조금이라도 정치색으로 물드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되어 소개한다.
========
예전에 (아마 10여년 전쯤) 람보3가 극장가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흥행 대박을 터뜨렸던 람보2의 영향으로 그 당시로서는 영화 수입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업자간의 과열 경쟁이니 하면서 말들이 많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실베스타 스탤론의 갑빠에 열광하던 우리들은 개봉날을 손꼽아 기다려 조조를 보러 갔었다.
소련의 침공에 신음하던 변방의 나라에까지 날라가 홀홀단신 소련의 기지와 헬기들을 때려 부수고 억압된 민중들(솔직히 조금은 야만적이고 미개하게 비춰지던)을 해방시키는 멋진 람보. 감동 그 자체였다. 그 때 람보가 갔던 나라가 아프카니스탄이다. 영화에서 아프칸 사람들은 람보를 도와 도저히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은 소련 군대를 상대로 무모하게까지 보이는 싸움을 벌였다. 람보만 빼면 영화는 상당부분 사실과 같다.
이제 과거 아프칸 민중의 소련에 대한 투쟁을 위대한 민주주의의 투쟁으로 찬양하고 지원하던 미국이 그 아프칸을 천인공노할 테러의 배후를 은닉해주고 보호한다는 죄목으로 대대적인 응징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조차 아프칸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거의 없다시피하다.
국토는 한국의 29배, 인구는 1800만명, 국토의 75%가 산악지대, 국토가 척박하여 양을 길러 연명하는 것 빼고는 별다른 농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수도는 카불, 국민소득은 자료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낮다(쩝…). 192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나 민족도 틀리고 관습도 특이하여 이웃 이슬람 국가들과 별로 친하지 않은 왕따였다.
그러던 1979년 소련에 동조적이었던 정부수반이 암살이 되자 내란이 발발하고 소련군은 기회를 틈타 10만명이 넘는 대군을 동원하여 직접 진주하게 된다. 왜? 아프칸은 지정학적으로 이란, 파키스탄과 인접하여 페르시아만과 인도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요충지였다. 해서 89년 전쟁에 넌더리가 난 소련군이 공식적으로 철군할 때까지 장장 11년을 아프칸 민중은 지난하고 처절한 투쟁을 했다. 투쟁이라고 해서 탱크나 비행기를 가지고 치르는 그런 정규전이 아니었다. 처음엔 말타고 숨어다니며 1차 대전 때나 썼음직한 소총을 들고 저항하는 그런 수준이었다.
당연히 소련은 길어야 1년, 재수 좋으면 몇 달이면 이 가난하고 미개한 나라를 평정하리라 생각했었다. 헉…. 그러나 게릴라전은 베트남 같은 정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산악지대에 숨어서 옮겨 다니며 예측불허의 기습을 감행하고 종적을 감추어 버리는 아프칸 게릴라들의 전술에 소련은 당황하고 있었다.
이후 미국 CIA 등 서방의 지원에 힘입어 아프칸 게릴라들의 무장도 조금 강화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소련군의 무기나 병력에 비하면 말이 안되는 전쟁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가장 초현대적인 무기라고는 소련 헬기나 운 좋으면 전투기를 맞추어 떨어뜨릴 수 있는 스팅거 미사일(본 적 있남? 어깨에 메고 쏘는 미사일) 수준이었다.
소련이 가장 당황했던 부분은 그들의 게릴라 전술이나 미국이 지원했던 무기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11년 동안 끝질기게 저항했던 아프칸 민중들의 정신이었다. 미개하게만 여기던 아프칸 민중들이 어린아이까지 총을 들고 싸우고, 게릴라들을 철저히 은닉해 주고, 식량을 제공하고 예상을 뛰어 넘는(좃됐다 싶었겠지) 저항에 서서히 소련은 질려갔다.
최후의 수단으로 마을을 싹쓸이하는 (당시 소련은 무고한 주민들에게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심을 벗지 못했다.) 학살로도 어쩔 수 없는 투쟁이었다. 무자헤딘이라는 이슬람 전사가 서방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도 이 때의 일이다.
그러나 이 불행한 나라는 소련의 철군 뒤에 더 큰 불행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버렸다. 그동안 힘을 합쳐 싸우던 여러 단체들은 서로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남겨진 소련과 미국의 무기를 들고 형제들에게 총부리를 겨눈다. 또다시 기나긴 내전의 시작이었다. 불행은 96년 회교원리주의자 단체인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접수하고 정권을 차지하면서 극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원리주의자. 난 어느 종교든 이 원리주의자들이 무섭다.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리란 기대에 설레이던 라빈과 아라파트의 협상도 유태교 원리주의자에 의한 라빈 총리의 암살로 물 건너갔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탈레반` 집권 이후 아프칸은 서방과 점점 더 멀어져 고립의 길을 간다. 여성을 철저히 억압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이 원리주의자들에게 서방은 정나미가 떨어졌다.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인 `바미안 석불`을 전세계가 나서서 뜯어 말리고 (심지어 아랍 국가들까지) 애걸하고 했지만 결국 박살냈던 그 만행을.
현재 아프칸에서는 여자는 학교를 못간다. 그리고 한 점의 살이라도 겉으로 드러내고 돌아다니다가는 그것이 모르고 했더라도 발각되면 죽는다. 그것도 맞아서..
TV는 압수되었고 라디오는 지네 종교방송만 들을 수 있고 인터넷도 금지되어 있다. 아마 우리가 이렇게 난리를 떨고 있는 지금도 아프칸 민중들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가능성이 많다. 이런 탈레반을 서방이 곱게 보지않고 비난하고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은 일면 당연한 일이다. 솔직히 그게 정부냐?
김정일도 그러진 않는다. 근데 문제는 이러한 서구의 비방과 제재가 아프칸의 탈레반 정권을 더욱 고립적이고 비상식적인 광기로 몰고간다는데 있다. 서방이 제재를 가하면 가할수록 씨바 그래봐라 우리 성깔 있어 하는 삐딱선을 타게 한다는 점이다.
이전에 이미 미국 대사관에 대한 테러 혐의 때문에 어느 나라도 반가와 하지 않던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칸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정부가 이러니 죽어나는 것은 풀뿌리 민중이다. 아프칸의 현실에 대한 통계를 함 보자.
1. 4명중 1명의 젊은 여성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과부이다.
2. 4명중 2명의 아이들은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병이나 영양실조로 죽고 있다.
3. 4명중 3명의 사람들은 의료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4. 4명중 4명의 아이들은 계속되는 전쟁으로 학교를 못 다니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5. 8명중 1명의 사람들은 전쟁이나 지뢰로 인한 장애자이다
6. 10명중 0명의 여성은 고등학교 교육을 받았다
7. 10명중 1명의 여성은 글을 읽을 수 있다
8. 10명중 4명의 남성은 글을 읽을 수 있다
9. 10명중 10명의 아프간 가족들은 전쟁으로 인해 가족들과 헤어지거나 가족을 잃었다<출처 : 딴지일보>
엄청난 테러로 인한 미국인의 슬픔과 분노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일순간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고 보복을 다짐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지금 미국은 그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욕먹을 것 뻔히 알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말 하고 싶어 서론이 길었다.
미국이 보복을 다짐하고 감행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그래서 조금이나마 슬픔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개새끼가 진정 테러의 배후라면 백번 찢어 죽이고(그냥 죽이면 안된다.) 몇 달이고 거리에 매달아 돌로 쳐 죽여도 시원찮지만(그러면 분노가 좀 수그러들까), 말도 안되는 논리로 비인간적인 탄압을 자행하는 탈레반 정권은 뿌리뽑아 마땅하지만, 아프카니스탄의 민중들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아프칸은 제대로 된 군사시설이 별로 없는 (아마 없을걸) 나라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요즘 같이 전쟁이 CNN으로 생중계되는 마당에 지난 이라크전처럼 화끈하게 때려 부수는 모습을 TV에 비춰줄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화끈하게 군사시설들을 때려 부수고 탈레반 정권이 설설 기면서 잘못했어요. 흑 흑…. 라덴 여기 있어요. 다신 안 개길께요. 하는 모습들을 TV에 보여 줄 수 있다면 미국국민들의 분노도 조금은 위로가 될거고, 역시 미국이야 개기면 클나 하면서 세계가 미국을 추켜 세우고, 쓰러졌다던 자존심도 회복이 될거고 이러면 좋겠지만 별로 그럴 거 같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전쟁이 일단 발발하면(전쟁이라고 하기에 쫌 민망하지만) 게릴라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탈레반 정권은 이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보로부터 고립된 아프칸 민중들은 탈레반 정권의 여론 호도로 영문도 모르고 침략자 미국에 대한 성전에 돌입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게.. 과거에도 그랬듯이 최후의 한사람까지...
그렇게 되면 전쟁은 군사시설에 대한 제한적인 폭격과 탈레반 정권의 붕괴가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장기전으로 갈 공산이 크다. 함 생각해 보자. 아프칸 민중들에게 우리는 동정을 보내야 하는가? 미국의 분노는 크지만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로 전면 공격보다는 전술적인 제한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라덴을 체포하는 선에서 그쳐야 하는가? 화끈한 전쟁보다는 미국민들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부시 저 쉐이 왜 저렇게 뜨뜨미지근해 라고 욕은 먹겠지만 그래야 하는가?
난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전쟁이 아니더라도 삶이 피곤하고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쉽지 않은 아프칸 민중들이다. 미국에 대한 테러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동정하고 함께 분노했던 그 마음 그대로 아프칸 민중들을 함 바라보았음 좋겠다. 교육받지 못하고 잘 먹지도 못하고 항상 지뢰를 밟을까 총에 맞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불행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 사람들이 맥없이 죽어가고 또 자신의 가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더 큰 분노와 증오를 키워가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오늘은 기도해 본다. 제발 잘 끝나기를...
후기 : 이미 보복공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느껴진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면 아프간 민중의 희생은 거의 없으면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라덴을 체포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나도 종교가 없지만 그렇게 되기를 두손 모아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