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조병화님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이 말 한마디
`세상 어지럽게 많은 말들을 뿌렸습니다`
다 잊어 주십시오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이 말 한마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다 잊어 주십시오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이 밀 한마디
`당신의 사랑의 은혜 무량했습니다`
보답 못 한 거 다 잊어 주십시오
아,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이 말 한마디
다 잊어 주십시오.

헤어져야 할 날이....조병화님
이젠 새로 만나서 사귀는 것이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아진다
쉬이 헤어져야 할 날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일들 하나하나 떠나가고
앞으로 나도 떠나가야 할 날들 짐작하면서
이젠 새로 만나서 정드는 것이
기쁨보다는 슬픔이 앞서진다
쉬이 헤어져야 할 날이 있기 때문이다
정들면 정들수록 그만큼 슬퍼질 것이려니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그만큼 가슴 아파질 것이려니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그만큼 눈물 많아질 것이려니
아, 이젠 서로 만나서 사랑하는 것이
기쁨보다도 슬픔이 많아진다
쉬이 헤어져야 할 날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죄와 벌....조병화님
한량없이 시를 담아올려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이 무한
아, 이 무한을 다 퍼올리면
나에게도 휴식이 있을는지,
퍼올리면 올릴수록
더 맑게 깊어지는 이 외로움
이 외로움은 무슨 벌인가요
보이는 것이 무한한 하늘,
충만한 것이 무한한 시간,
다 풀 수 없는 것이 무한한 허무,
나는 이곳에서 생존의 무기수올시다
사형수보다 무거운.
남남.....조병화님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에로
샘에서 샘으로
덤불에서 덤불에로
숲에서 숲에로
골짜기에서 골짜기에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 익숙턴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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