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월 초의 산호세는 따뜻한 날씨에 여러가지 꽃들이 피어 봄기운이 완연한 데, 이 때쯤의 요세미티
모습이 가끔 궁금해 진다. 전형적인 날씨라면 요세미티는 대부분의 장소에 아직 눈이 쌓여 있고
조금씩 녹은 눈으로 폭포들의 수량이 약간 증가할 뿐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풍경일 것이다.
올 겨울은 캘리포니아가 심한 가뭄이 계속되어 산호세와 센프란시스코 지역에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요세미티가 위치한 시에라 산맥에도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
Webcam으로 보는 요세미티 풍경은 삭막했지만, 마침 나와같이 요세미티의 이른 봄 풍경이 궁금한
사람이 있어, 이야기를 꺼낸 김에 주말 새벽 일찍 함께 길을 떠났다.
요세미티로 가는 길은 알몬드 과수원 지역을 지난다. 하이웨이를 벗어나 과수원 지역으로 들어서자
길 양쪽의 알몬드 나무들이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떨어진 꽃잎들이 마치 눈이
온 것 같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날씨가 구름이 끼고 이른 아침이라 빛이 좋지는 않았지만 잠시
차를 세우고 알몬드 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요세미티는 예상했던 대로 아직은 삭막한 풍경이었다. 폭포의 수량은 예상보다 조금 많았지만
언제나 감탄사를 내게 하는 웅장한 모습은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한 요세미티 계곡의
Merced 강 주위를 따라 순환도로를 천천히 돌며 이른 봄의 요세미티 풍경을 카메라에 모았다.
주위로 올려다 보이는 산 위에는 약간씩 흰 눈이 남아 있었지만, 계곡의 초원에는 누렇게 마른 풀들과
아직 새 잎이 나지 않은 앙상한 나무들이 요세미티 소나무들 사이에 서 있고, 맑고 투명한 Merced
강이 모래톱을 드러낸 채 조용히 흐르는 삭막한 풍경에서 받은 아쉬움을 달래 보기 위해 Ahwahnee
Hotel 로 향했다. 호텔 주변의 나무들에 아직 잎들이 무성하지 않아서 웅장한 바위 산을 배경으로
돌로 지어 진 Ahwahnee Hotel 의 모습이 아담하게 느껴졌다. Ahwahnee Hotel 주변을 산책하며
Half Dome 과 호텔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은 후 호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로 마음의 여유를 찾아
보았다.
마음이 여유를 갖자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호텔 로비를 돌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창가의 전등이 주는
풍경 사진을 만들어 보았다. 일찍 돌아가기 위해 다시 움직였지만 요세미티 폭포 앞을 그냥 지나가는
것은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가는 것같아 차를 세우고 요세미티 폭포로 향했다. 나무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2 단계의 Yosemite 폭포가 만들어 주는 풍경을 고개가 아프도록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은 후, 언제나와 같이 Merced 강가의 사진 촬영 명소인 Valley View 로 이동하였다.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지만 Merced 강과 El Capitan 바위, Bridalveil 폭포가 어우러져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강가에서 다시 카메라의 셔터가 바빠졌다.
그동안 만난 요세미티의 모습 중 가장 삭막한 모습이었지만 자연이 보여주는 그대로의 소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