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어주십시오.
오늘은 잠시 일손을 놓고 옛날 얘기를 하고자 한다.
6. 25 이후로 생각된다.
7살쯤 되었던 나는 형한테서 새총이란 것을 알게 되고는
한 여름 삼선교 산을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며
정교하게 Y자로 생긴 아카시아나무 가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대칭인 Y자 가지를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며칠을 싸돌아다니던 중, 앗! 드디어 그 가지를 발견하였고
가시에 찔리는 것을 무릅쓰고 기어올라가 그 가지를 자르는데 성공하였다.
쾌재를 부르며 돌아와서는 나무를 잘라내고 하얗게 껍질을 벗겨내었다.
다음날, 필요한 재료를 다 준비해놓은 나는 장인에 못지 않게 몰두하여
나무에 고무줄 묶을 자리 홈을 파고 노란 미제 기저기 고무줄을 똑 같이 잘라내고
가죽조각에 정교하게 대칭이 되게 구멍을 내고
제일 어려운 고비인 고무줄을 묶기 시작하였다.
이건 양쪽 길이가 똑 같아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한 올, 한 올 코일을 감아가며 여러 시간, 드디어 새총이 완성되었다.
이제는 총알만 구하면 된다! 개천가로 내려가 동그랗게 잘 생긴 차돌을 구해왔다.
드디어 표적을 찾아 주위를 살피는데.....
앗! 건너편 처마에 참새 여러 마리가 붙어 앉아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고 있었다.
집안엔 아무도 없었고 누구의 방해도 없이 표적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 생전 처음 쏘아보는 새총이었다.
대청마루의 기둥에 붙어 그 중 한 마리의 머리에 겨냥하기를 한 참,
이제는 정확하다고 확신이 섰을 때 손을 놓았다.
새총을 떠난 차돌은 번개같이 날라가 참새의 머리 가운데 명중하였고
참새는 뒤로 발랑 넘어갔다. 잡았다 !!! 쾌재를 부르며 마당으로 내려갔지만
그 높은 처마에서 참새를 꺼낼 도리가 없었다.
어머님, 외할머님이 돌아오셨지만 속수무책.
아버님 퇴근하셔 오실 때만 학수고대 기다리며 마당을 맴도는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저녁에 대문이 열리며 아버님이 마당에 들어스셨다.
나는 다짜고짜 아버님에게 어깨목말 태워달라고 매달렸다.
"왜 그러느냐?"
"제가 참새 맞췄어요."
어른들은 믿지 않으셨다.
"임마, 벌써 날아갔다."
"아니에요. 저기 있어요." 하며 계속 매달렸다.
드디어 목말에 태워졌고 나는 오후 내내 쏘아보던 그 자리에서 참새를 꺼낼 수 있었다.
순간, 적막이 이어졌고 아무도 말씀이 없으셨다.
.....................................
그 후 방학 내내 뒷주머니에 새총을 끼고 산을 쏘다니며 표적이 보이는대로 명중시켰다.
꽃 주위를 맴 도는 벌도, 아카시아 나무잎의 몇 번째 잎도 다 주문하는대로 백발백중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나는 명실공히 새총의 달인이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골목을 돌아서던 나는 우리 집 골목에 말구루마가 세워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말은 눈을 지긋이 감고 다꽝을 땅에 닿게 길게 내놓고 있었다.
앗! 저런 숭물.....벌건 대낮에.....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뒷주머니에 손이 가고 손때가 잔뜩 묻은 새총을 뽑아들었다.
다꽝을 겨냥하고 힘차게 줄을 놓는 순간 말은 펄쩍 뛰며 구루마를 단 채 달리기 시작하였고
마부는 삼선교 다리를 건너 혜화동 쪽으로 말의 뒤를 쫒아 뛰는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지만 나에게는 이건 예상 외의 큰 사건이었다.
다꽝중죄, 금일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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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는 공기총 달인이 되었다.
남대문시장 고물상을 지나다 언듯 공기총이 눈에 들어왔다.
살펴보니 여기 저기 납땜질을 한 허름한 공기총이었다.
이걸 사들고 온 후로 화실에서 여러 가지 과녁을 마스터하기 시작했다.
과녁은 밧떼리에서 동전으로 점점 작어지고 이제는 더 이상 작은 과녁이 동이 났다.
그러던 중, 난로 연통을 묶어놓은 철사줄이 눈에 띄었다.
직경이 1 mm 정도 되는 철사줄이었다.
저걸 끊으면 이제 그만 놔야겠다 하며 소파에 앉아 조용히 조준을 했다.
이 공기총은 아래로 3 cm, 옆으로 1.5 cm 삐딱하게 조준해야 맞는 고물총이었다.
철사 아래 옆의 허공에 한참 조준을 하다 방아쇠를 당겼다.
이어 "팽~~"하는 굉음을 내며 철사는 끊어졌다.
나도 믿기지 않아 한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한참 후 일어나 공기총알을 찾으니 납알의 가운데에 철사자국이 움푹 패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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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호숫가에 살 때이다.
일요일날 쌍파울로에서 친구들이 몰려왔다.
당연히 내가 가지고 있던 라이플에 호기심들이 많았다.
뒷마당에 나가 저마다 한번씩 쏘아보며 콜라깡통이 날아가는 걸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는 깡통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숲 속을 살피다 나무가지에 앉아있는 새를 발견하였다.
"내가 저 새를 쏘아 깃털만 떨어트리겠다."
아무도 이런 호기를 믿는 친구는 없었다.
총알은 제일 큰 장총이라 손가락만큼이나 굵었다.
이런 굵은 총알의 가장자리가 깃털을 스치게 조준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선채로 더 이상의 조준은 없다 할 때 방아쇠를 당겼다.
"꽝!" 하고 엄청난 소리가 나고 잠시 후 정말로 새의 깃털이 떨어지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또 믿을 수 없는 건 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
저새는 죽은 새인가 ?????????
@^%^&@*?^%^?&%&@&@???
한참 후, 돌을 던져보니 새는 날아갔다.
아마도 이 새는 총소리에 놀라 총알이 스치는 걸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푸하하하....이만하면 이스트우드급 아닌가.
잼 있으셨습니까?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