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같이 느껴진 토요일 늦은 오후, 한 때는 자주 찾았던 San Antonio
Open Space 의 산 길을 찾았다. 이곳은 3월에서 5월까지가 푸른 숲과 다양한 들꽃들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여름에는 건조하고 풀들도 누렇게 변해 그동안 거의 찾지 않았었다.
다행이 날씨가 서늘해지고 햇살도 약해져 걷기에 좋은 시간이었으나,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인 지 조금 경사진 언덕길을 오르자 숨이 가빠져 온다.
여러가지 길 중에서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가 우거진 길을 선택하여 천천히 걸어갔지만 곧 땀이 옷을
적시기 시작한다. 가을이 시작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있지만 건조한 여름 날씨에 누렇거나 붉게 말라
나무가지에 걸린 잎들과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쌓여가는 산길은 가을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오랫만의 등산(?) 이라 무리를 하지 않으려 적당한 지점에서 돌아 오는 길을 선택했다.
마른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사이 사이에 가시를 가진 노란 꽃과 누렇게 마른 채 서 있는 밀크 시슬,,
그리고 길 옆에서 흔들거리는 작은 들국화를 발견하였다. 생명의 힘을 느낀다.
산 길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에는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이 때쯤이면 초원에는 사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데, 눈 아래 어린 사슴 두 마리가 서둘러 언덕을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앞에는 어미들이 있으리라. 문득 가족이 그리워 진다.
오랫만에 산 길을 걸은 탓으로 옷은 땀으로 젖고, 다리와 허리는 약간의 통증을 느끼지만 몸은 가벼워
진 것 같다. 피곤한 몸과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돌어 갈 수 있는 집과 가족의 포근함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