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참으로 인상깊은 여행이었다.
여행 전날 밤부터 설레이는 마음으로 단잠을 설치던 나는
다음날 새벽 미명에
놀란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섬주섬 여행 가방을 들고 모이는 장소인 '교대'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십여대의 관광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이미 와서 버스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 타서 우리 팀 대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 보니 낯익은 반가운 친구들 얼굴에 저으기
마음이 놓이는 듯하다.
관광객을 가득 실은 버스가 이윽고 출발을 하였다.
우리는 강원도 양구에 있는 재래시장을 먼저 들러 보았다.
그 시장은 종래의 재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좁고 답답한 곳은 아니었다. 정부에서 현대식 건물로 리모델
링을 실시하여 건물이 매우 깨끗하고 위생적이었다.
그러나, 상품의 종류가 많지 않았기에
야채나 채소 등 그곳 특산물을 사고 싶었으나 포기하고 발걸
음을 옮길 수 밖에 없어 너무나 서운하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곳에는 민들레 즙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우리가 가 본 곳에는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 들른 '을지 전망대'에서 우리는 철책선 너머로 북한 지역
을 바라보면서 겉으로는 평화로운 듯 해
보이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적막감을 실제로 체험해야 했다.
날씨가 청명한 오늘은 금강산의 일부인 장수봉, 일출봉 등의
봉우리가 희미하게 보여서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평선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곳을 지척에
두고도 자유롭게 밟아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전망대 진열대에는 사진 자료가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6.25때
총탄에 맞아 구멍이 숭숭 뚤린 철모가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다음으로 우리가 들른 곳은 일천년전에 '두타사'란 절이 있었던
데서 연유한 '두타연'계곡을 방문하였다.
진입하는 좁은 도로 양편에는 붉은 삼각형 모양의 '지뢰'란 푯말이
철선에 군데군데 걸려 있어서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양구군에 오시면 10년은 젊어지십니다.' 라는 게시판이 다소
유머러스한 감으로 다가와서 과히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
두타연 계곡은 정말 아름다왔다. 물빛이 그야말로 천연색 물감
그대로의 빛이었다. 에머랄드 빛 물속에 내 얼굴을 비추면 잔주름과
작은 점까지 환하게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맑고 깨끗한 옥수였다.
이곳은 50년이 넘도록 사람의 자취가 없었던 곳이었기에 천혜의 자연 경
관이 수려한 아름다움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곳이라 한다.
그곳의 가이드는 일본인이었다. 일본인 특유의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듣기에 참 좋다.
왜 고국을 버리고 이곳에서 안내역을 하며 살아 가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고국에의 향수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알듯말듯 애련한 시선을 보내어 오다가
고개를 아래로 떨구어 버린다.
뭔가 할말이 있는듯해 보였지만, 무심코 외면해 버린 내가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후회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맑은 계곡물이 넘실거리는 모양이 그대로 보이는 출렁다리를 지나
정자 쪽으로 발을 옮기며 친구들과 담소를 나눈다.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인간의 물욕에 대하여 나누는 내용이 심오한
철학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친구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이 정도라면 살맛이 나는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양쪽에 제멋대로 자라난 나무숲들이 전개해 있는데 마치 예전에
여행해 본 필리핀에서 본 히든 밸리라고 불리는 열대 우림과 닮아 있었다.
또, 카나다의 어느 자연림 공원에서 본 나무들의 자라는 형태와 비
슷해 보이기도 하였다.
나라와 지형은 다르지만 원시자연의 모습은 서로가 비슷해보임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며 나누는 대화에서는 젊은 청춘의 열정과
야망은 사라진 듯 해 보였으나, 현숙한 삶의 진리와 지혜가 담뿍
배어 있어 보여 느낌이 좋았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느낌 또한 다른 모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어서 그런지 순간마다 상쾌한 기쁨을 안겨 주었다.
말하자면, 동질적인 벗들의 생각에 기쁨의 화답을 해주고픈
마음이라고나 할까.
을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북한땅이 보이는 새로움이 있었고
두타연 계곡에서 맞이한 태고의 신비를 머금은 듯 수려한 아름다운
경관에 넋을 빼앗기는 듯 하였음은
이 모든 것 위에 내가 좋아하는 벗들과
함께 한 연유에서 이리라.
진정으로 내가 그곳의 아름다운 정경에 온맘을
빼앗겨 버린다 하여도 그것은 벗들과 함께할 수 있었기에
더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가오는 유쾌한 나른함은
일상에 찌든 잔재들을 저 신비한 계곡인 두타연에
벗어 던져 버리고 돌아 나오는 후련함에서
연유하는지도 모른다.
그 싱그러운 공기의 향내가 우리가 가진 모든
고단한 삶의 발자취들을 받아 주었고
그리고, 품어 주었으며 다시금 되돌려 우리에게
전해준 것은
명랑하고 즐거운 삶의 재발견이었다.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 순간에, 그런 느낌을 소유하는 축복을 주신
하나님의 귀한 선물에 다시금 감사드려 보는 지금
예전의 내가 조금 더 성장한 나로 변모되었음을
이 자리에서 감히 고백하고 싶을 뿐이다.

두타연을 알리는 표지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