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블로그

1970.01.01 09:33

사랑해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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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와 말씨름을 하였다.


아침이면 TV뉴스를 보며 날씨를 듣고 오늘 입을 옷을 선택하는 것이 오랜


습관이다.


큰 아이와 출근 시간이 겹치다 보니 거울 앞 점유 경쟁이 은근히 치열하다.


전면 경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그 자리가 TV를 보면서 매무새를 점검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드라이어를 사용하고 있는 아이에게 잠깐 욕실에서 사용하라 말한다.


아이는 자기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로 반론을 펴더니 취업하기 위해 학원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현재의 생활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토해내기에


이른다. 나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도 마땅치 않은데 말대꾸까지 하며


자기의 주장을 내게 주입시키려 하는 것에 화가 났다.


 


그러나 그 때 딸 아이의 행동에 투영되어 떠오르는 모습이 있었으니


나랏님께 간언이라도 하듯 그렇게 해야 하는 소명이라도 받은 양, 엄마에게


늘 무언가를 주장하던 나의 모습이다. 바른말을 한다는 명분으로 내 할


말을 또박또박 해 대던 내게 엄마는 맏이라서 더 서운하다고 말씀 하시곤


하였다.


아버지와 의견충돌이 있을 때도 엄마가 강자인 것만 같아 내심 아버지에게


마음을 기울이곤 하던 딸이었다. 때때로 고부간 갈등을 간간이 비치는 엄마


에게 올케입장만을 편들어 올케에게는 제일 편하고 좋은 시누이가 되었지만


엄마는 참 서운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그 모든 것이 후회 된다. 엄마가 무슨 미움이 많아 그랬을 것인가.


내가 엄마 말을 들어 주기만 했어도 엄마는 그저 그것으로 위로를 받았을 텐데나와 대립이 팽팽해져 극도로 피곤해질 때면 가끔 엄마는 내게 꼭 너 닮은


딸 하나만 낳아 키워보라고 말하셨다. 오늘 일을 보면 엄마의 말대로


꼭 나 같은 딸을 키우는 것이다.


 


아이에게 꽥 소리를 질러 제압 아닌 제압을 하고 집을 나서 사무실에 도착하니


휴대 전화에 문자가 찍힌다. “엄마 미안해요, 다음부터 안 그럴게, 잊어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보내세요, 사랑해요~”


나는 혼란스럽고 무거웠던 마음이 다소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 내가 이처럼 엄마에게


한번만이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했더라면 지금 내 마음이


덜 무거웠을 텐데


 


92 12 31.


한해를 마무리하는 날, 우리가족은 여동생 네 집에 모이기로 했다


엄마는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만두를 빚어 먹게 해 주셨다. 엄마가 만두를


빚을 때 남편이 장모님, 장모님 하니까 당시 일곱 살이던 둘째가 아빠를 따


라 장모님이라고 부르며 재롱을 떠니 손주들 중에 제일 막내이기도 한 규리


를 예뻐 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던 엄마는, 내가 규리 시집갈 때까지


살까? 아니 70까지는 살까?”하시더니 이튿날 새벽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회복되는 듯 하더니 그 해 가을, 62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나셨다.


 


‘뇌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집도할 의사선생님께 설명을 들을 때 나는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나시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해가을이 시작될 무렵 말기 폐암이 발견되어 두 달 정도의 여명이 남아 있다는 말을 여동생에게 전해 들을 때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목이 막혀왔다.


엄마에게 암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재입원을 하게 된 것은 검사를 위해서라고 말하며 엄마 앞에서는 웃으며 시간을 보내다 병실을 나와서 울고 다니던


시기였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은 에너지가 충만하고 열정적이셨다.


자식들에게 큰소리로 야단치고 내가 말대꾸하면 매를 들어 가르치던 분이셨지만 지금 생각나는 엄마는 병으로 왜소해지고 기운 없던 후반의 모습으로만


기억된다.


엄마는 본인이 쉽게 일어서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학창 시절 내가 교회에 나간다 하면 극구 말리던 엄마가 손주들이 읽어 주는


성경에 귀를 기울이고 더 듣고자 하셨다.


카톨릭에 세례를 받은 나는 엄마에게 세례를 권했고 엄마는 신앙에 귀의하기를 원하셨다.


엄마가 입원해있던 경희 의료원에는 병원에 신부님께서 상주하고 계셨기에 나는 신부님께 세례를 부탁하였다. 신부님이 오시기전 나는 엄마에게 다시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첫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딸로 이 세상에 난 것을 감사 드려요, 엄마, 제가 잘못했던 일 용서하세요,. 엄마 사랑해요!” 이렇게 말하기 위해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
엄마....`

아니, 그런데...그 때 신부님이 오신 것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의 사랑한다는 그 고백의 시간을 놓치고 며칠 있다 영영 가신 엄마를 향해 울 수도 없었다. 엄마는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 들이던 죽음을 나는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엄마가 가시던 날은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중간 마감날이기도 해서 분주했는데 뭔가 잡아 당기기라도 하듯 마음이 조급했다. 업무를 대강 마치고 서둘러 엄마에게 달려 갔다


매일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못했던 것은 일상에 매달려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도 있었지만 아직 시간이 더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사이에 엄마는 더 말랐지만 눈빛만은 더없이 맑았다.


나를 보시더니 오늘은 당신이 갈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산소 호흡기를 달고


숨가쁘게 말씀하시면서 네가 어려울 텐데 병원 비를 보탰다고 걱정을 하셨다.


오늘 이 세상을 떠날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그 상황에서 딸의 가계를 걱정하시던 엄마는 도대체 어떤 분인가.


 


사실 엄마는 두려웠을 것이다. 겉으로는 강한 것 같지만 속은 여린 분인 것을 딸인 내가 모르지 않았다. 죽음이라는 길목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참으로 의연했던 것 같다. 신부님께서 주신 세례명을 적어 달라고 하시더니


환자 복 상의에 있는 주머니에 넣고 가끔씩 꺼내어 읽곤 하셨다. 신부님께서는 ‘젬마’ 라는 세례명을 준비해 오셨고 보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름처럼 엄마가 우리의 보석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엄마는 생의 마지막 말로 자식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세상의 모든 사람과 함께 하실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냈다고 한다.


살아가다 보면 공평치 않은 조건이 얼마나 많은지 불평이 나오다가도


모두에게 어머니를 보낸 신의 뜻이 마음을 채워 오는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 안에서 모든 어머니의 자식들은 공평해지는 것이다.


 


나는 딸의 문자에 대한 답장을 날렸다.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엄마에게 잘해라. 엄마는 할머니에게 잘못한 것 때문에 스스로 가슴에


가시 하나 품고 산단다. 너는 이렇게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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