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스케치(2)
5. 매점
본관 뒤편 왼쪽에 작달막한 매점이 있었는데 한때는 매점아가씨가 이뻐 열을 냈던 X기X라는 남학생도 있었다는데.
아무튼 매점이 너무 좁아 쉬는 시간, 점심때면 북새통이었는데 최XX는 이점을 노린거야. 한 두어 명에게 빵 사먹자며 돈을 걷어서는 인파를 제치고 안으로 들어가 빵을 사서는 그 자리에서 다 먹는거야. 남김없이, 미련없이.
그리곤 여유있게 나오는거지. 다른 애들은 기가 찰밖에. 그러나 어찌하겠어. 친구니까.
그런데 이 친구 그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모양이데.
그래서 친구들은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
어느날 친구들과 탁구를 치고 동일극장 밑에 동일제과로 빵을 먹으러 갔는데, 다들 열심히 빵을 먹어 댓지.
헌데 최XX를 제외한 친구들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던거야.
드디어 복수의 칼을 뽑았는데 그 애긴 뒤에 자세히 보시도록 하시고.
매점과 도서관 사이에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가 점심시간에 놀이터가 되었지.
하루는 김XX가 이XX에게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워낙 김XX가 장난이 심한지라 - 부전자전인가. 김XX의 부친은 이쁜 아이만 보면 고추장먹이기를 실행하였단 풍문이 있다- 화가 난 이XX가 갑자기 욱하여 돌을 들어 그의 등을 찍었다는데, 김XX는 거의 죽을(?) 뻔 했다는데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비가 오면 등이 아프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뒤로부터 김XX는 살인은 우발적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다닌다 한다.
6. 과학관
본관 오른편 뒤쪽으로 과학관이 있었다. 화학교실, 생물교실 등이 있었으며 실을 갖지 못한 각종 특별활동부의 캐비넷이 복도며 계단에 널려 있었다.
럭비부 캐비넷도 거기 있었고, JRC 캐비넷도 거기 있었지.
그안에는 각종 도구들, 과거 문서와 사진들이 있었지. 특히 빼놀 수 없는 것이 가리방.
누가 잘 긁었더라. 암튼 각종 유인물- 악보, 소식지 등- 을 가리방으로 써서 인쇄해 내었으니까.
3학년때 가 보니 사진이 몽땅 없어졌더라구.
자리를 옮겼는지. 암튼 찍사 노릇을 한 김훈의 작품이 많이 있었는데...
화학반이었던 송XX와 김XX가 저녁이 되어 뭔가 출출하게 되었을 때 화학실에 보관되어 있는 각종시약, 즉 에틸알콜, 구연산(신맛을 냄), 식용색소를 이용하여 과일주를 즐겼다는 거야. 얼큰히 취한 이들은 모 수학학원에 갔고 수업시간 내내 썩은 냄세를 풍기며 졸았다는거지.
학원선생이 어디서 술냄세가 나는거 같은데...를 연발하며 코를 킁킁거리며, 어제 먹은 술이 덜 깨었나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던데.
암튼 교복을 입고 말야 에틸알콜에 취해... 학교망신을 다 시켰다는 얘기다(?)
학원하면 김X가 유명한데 한 때 대일학원 장학생으로 수학의 정석을 가르친 선생님으로부터 수학에 관한한 재학생대표로 인정받았다는 얘기야.
7. 화장실
화장실은 본관과 여학생관 사이에 길게 동서로 뻗어 있었는데 남자용과 여자용이 붙어 있었다. 담 하나로. 그런데 이게 옛날에는 다 그런 식이었지만 밑은 완전히 터져 있었다. 장마 때라도 되면 물이 차올라 큰 것을 볼 때면 순간 폭발하는 듯이 X물이 튀는 바람에 애를 먹었지.
또 밑이 보이니까 불안한거야. 그런 얘기도 있었잖아. 볼 일 다보면 밑에서 손이 쑥 나오며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하는 귀신이야기. 그래서 그런지 밤에 여학생들은 꼭 둘이 화장실에 붙어 다녔지. 도서관서 공부하다 부탁을 받아 같이 가준 기억도 있어.
아무튼 박XX가 그랬었나? 가만히 볼일을 보고 있노라면 옆 칸에서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가 난 다음, 무언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 야릇한 기분이 들며, 무슨 연주회에 온 기분이었다나? 진짜였을까?
한번 가 볼걸!
8. 역도부실/밴드부실
도서실에서 쭉 북쪽으로 가면 콘세트 건물인 역도부실과 연이어 밴드부실이 있었는데 고1땐 근처에도 잘 가지 않았다. 왠지 무서웠거든. 가끔 지나다 보면 어디선가 인간 장작패는 소리가 들리더라구. 다음날 보면 엉덩이가 아파 의자에 잘 앉지 못하는 애들도 있고.
악장이었던 유성현이 수학여행갔을 때 데니보이등 몇 곡을 멋들어지게 섹스폰으로 불어 제끼던 생각이 난다.
연주하면 수학여행 땐가 소풍갔을 때 기타로 파이프라인을 멋있게 연주했던 멋쟁이 재영이가 떠오른다.
1학년때 멋도 모르고 밴드부에 들었었지.
그때 ‘밤하늘의 트럼펫’이라는 연주가 넘 멋있게 들린거야.
요행히 트럼펫을 불라더라구. 몇 번 불어 보니 이게 바로 내가 그리던거구나하는 즐거움에 축 빠졌었지.
딱 내가 생각했던데로 맞아 떨어진거지.
근데 집에 가서 아버님께 말씀드렸더니 당장 나오라는거야.
원래 예전에는 딴따라(?)에 대한 인식이 별로였고, 울 삼촌이 음악 한다고 영 아니었거던.
암튼 다음날 악장에게 가서 나가겠다고 했더니 몽둥이를 딱 옆에 끼고 하는 말.
들어 올땐 자유지만 나가는건 자유가 아니라며 으름장을 놓더라구.
마구 쫄았지만 아버지의 엄명이 무서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몇몇 애들도 같이 관두겠다는 거야.
애들이 많으니 악장도 할 수가 없었는지 잔뜩 폼만 잡다 그럼 이번만 그냥 내보낸다며 허락을 해주었지. 아 살았다!!!
그때 나오지 않았더라면 케니지 같은 연주가가 되었을 줄 모르는데..(꿈도 야무지지. ㅋㅋㅋ)
나중엔 신XX는 역도반을 도중하차하며 곡괭이자루로 수도 없이 맞았다는데... 물론 다음날부터 일주일간 의자에 앉을 수 없었고. 암튼 역도반에 다닌 덕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였지만.
9.강당
밴드부 콘세트를 지나 오른쪽으로 강당이 있었는데 이 역시 큰 콘세트 건물이었고 유도부, 유도부하면 해골, 신기수 생각이 나네, 레슬링부가 있었고 언제나 두 부가 패권다툼을 했었지.
매년 각반대항 노래자랑이 있었는데 2학년 때 한인권이 지휘아래 ‘사막의 ?’로 우리 반이 일등을 먹은 기억이 난다.
2학년땐가, 3학년땐가 강당에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특별히 JRC노래공연이 있었는데, 갑지기 지명된지라 연습없이 평소 실력으로 무대에 올랐는데 지휘를 맡은 XX가 도중에 지휘를 포기한거야. 누군가가 -전부인지도 몰라- 화음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쪽도 팔리고 열이 올라 지휘봉을 내렸다나. 암튼 대충 끝마치고 내려 왔는데 좀 틀려도 그걸 아는 애들이 애교로 봐 주었을 텐데.
고2때 무슨 톱연주단이 와서 전학생 모아놓고 연주가 있었는데 그 음색이 어찌나 슬프던지 월남가 돌아가신 삼촌이 생각나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
한참 눈믈을 흘리고 있으니 옆에서 보고 있던 이무시기가 제 왜 그래 하며 의아해 하던 생각이 나네.
10.빈집
강당 조금지난 왼편에 일제때 교실이었던 빈집이 몇동 있었는데 빨간 벽돌집으로 바닥은 나무로 걸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냈는데 우중충하니, 비오는 날에는 귀신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았다.
누가들 그렇게 애용했는지 벽에는 낙서, 바닥에는 술병과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으니. 뭔가 정이 가는 곳이야. 술먹으면 취한다. 맞으면 아프다 등 수도 없는 진리의 글귀가 새겨있고.
가끔 보면 여성전용 머시기가 발견 되곤 하였으니 왠 조화인지.
그래도 이집을 애용했던 싸나이들이 많이 있었으니 이XX, 김XX, X동X 등 구름과자를 먹으러 이곳에 들리는 단골이었지.
이 빈집 앞에 JRC화단이 있었는데 아침 일찍이나 방과후 모여 꽃도 가꾸고 환담도 나누고 하였다. 리어커를 끌고 와서 화단을 일구고 물을 주고... 우정도 싹트여 나가고.
11.동산
강당 약간 뒤편 오른편으로 나지막한 동산이 있었는데 초입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었다. 여학생들은 이곳에서 사진도 찍곤 했지.
경쟁이라도 하듯이 모의고사를 잽싸게 치르고 느티나무로 가 보면 최XX가 애들을 모아 놓고 늘상 썰을 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동산에서는 운동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눈을 좌로 돌리면 마음의 고향인 화이트하우스(정신병원)가 정면으로 딱 보였다. 이곳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많이도 했지. 괜히 센치해 지기도 하고, 앞날이 걱정스럽기도 하고, 쓸데없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한 건 어느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야밤에 동산에 올라갔더니 허연 물체 둘이 움직이는거야. 몸이 오싹 해 지는 것을 느끼며 자세히 보니 여학생 둘이 숲에서 속삭이고 있는거다. 무섭지도 않았는지....무슨 얘기들을 했는가하는 것이 지금도 궁금하네.
이 동산이 2단으로 되어 있었는데 운동장방향 낮은 쪽에 나무가 무성하여 항상 럭비부의 옷 갈아 있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속옷까지 몽땅 벗고 유니폼을 갈아 있어야 했는데 귀찮고 멋쩍어 팬티는 그냥 입고 유니폼을 입을라 치면 선배의 호통이 떨어졌다.
‘빤스벗어’
-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