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난 벗에게 *** ***이해인 ***(마리데레사 수녀님 영전에 난 미자에게 ) 우리가 얼굴을 마주했던 이승의 가지 끝에서 네가 먼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운 날은 잿빛 바람이 불었다. 가을의 손에 안겨 한마디 인사 없이 떠나간 너 꽃으로 피어나던 너의 젊음이 지고 난 뒤엔 흩어진 그림자만 남아서 운다. 아직도 귀에 익은 밭은 기침 소리 네가 길들인 책상위엔 서원의 합장을 한 두 손이 보이고 까만 구두엔 이승을 걸어나간 발의 그림자 네가 쓰다만 편지처럼 미완성의 세월을 우리도 잊으며 잊혀지며 살아야 한다. 벗이여 말해 다오 그대 잠간 자리를 비킨 것 뿐 숨어서 남은 우리를 기다린다고 먼 이별은 가가운 만남으로 되돌아 오고 네 눈감은 슬픔은 눈부신 부활의 빛으로 환히 뜨일 날을 믿게 해 다오 지금은 떨어져간 보고 싶은 친구 기다리는 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