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인가, 십자가인가? 갯벌 너머 멀리 모항이 보인다.
무슨 감기가 이렇게 질기지?
감기약을 먹은지 벌써 열흘 째다.
“아~ 입 벌리고 소리내어 보세요.”
“아~”
목구멍에 칙칙 뿌리고 왼쪽 콧구멍에 칙칙, 오른쪽 콧구멍에 칙칙...
길게 잡아 모두 10초면 진료 및 치료가 끝난다.
세 번째 병원에 가서는 의사에게 '감기가 참 오래 가네요'하고 말했다.
그 말에 의사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10초짜리 진료가 뭐 그리 큰 의술이라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나이도 꽤 먹은 것 같은데 의사가 쫀쫀하긴...
나도 안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2주일 걸리고
약을 안 먹고 버티면 보름 걸린다는 것을.
왜냐하면 워낙 감기 바이러스의 변종이 많아
감기바이러스를 잡는 특효약은 없다고 들었다.
감기 잡는 무기는 체력이다.
그런데 그 체력이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는 것이 실감난다.
사봉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서해바다 변산마실길을 걷고 왔다.
서해바다 둘레길은 갯벌을 끼고 걸어서 평탄하니 동해바다 둘레길에 비해 힘이 덜 든다.
군데군데 아기 진달래도 봄마중을 나와 있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봄맞이로 기분이 좋았는데
돌아오니 목은 더 아프고 콧물은 여전히 질질...
운동이 만병통치약도 아닌 모양이다.
하긴 운동한다고 감기가 나으면 누가 100살까지 못 살까보냐.
이래 가지고 낼 아침 강의를 어떻게 하지?
에라, 오늘은 하루 종일 사봉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무기를 다 써보자.
단전 호흡! 명상!
사봉!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