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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식당의 맛깔나는 청국장과 우거지

 

                                                                                                                              구 자 문

포항에 오래 살게 되니 이곳저곳 가본 곳도 많아지고 여러 음식점에도 가게 된다. 하지만 미식가가 아닌지라, 집이나 직장 근처를 맴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울 사는 형제들, 특히 첫째 동생의 경우만 해도 오래전부터 맛집을 찾아다님이 일상이 되어 있다. 오류시장의 물만두집에서부터 강남의 일식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요즈음은 관련 인터넷카페까지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충 먹고살지 뭘 그래. 귀찮게 거기까지 가고 있어. 혹은 가격이 얼만데 그런데를 가는거야 등 직접 말은 않지만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필자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포항에 살다보니 포항이 자랑하는 향토음식이자 국내 유명 브랜드가 된 '포항물회', '포항과메기', 그리고 '구룡포대게'에 익숙하게 되었고 나름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시민들 대부분이 이를 자주 즐기기도 하지만 개인적 선호도는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 물회를 어릴 때 먹어보지 못했음에도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물론 자주 다니는 곳 순으로 본다면 돌솥밥집이나 닭곰탕집이 물횟집 보다 앞서기는 하지만 외지에서 손님이 오거나 지역의 지인들을 만나면 점심은 물회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죽도시장 대게횟집, 죽천해변 횟집 등은 꽤 자주 가는 곳이 되어 있다. 물론 가끔 등푸른생선횟집에서 꽁치회 비빔밥을 먹기도 하고 소나 돼지고기구이를 즐기기도 한다. 물론 버섯전골집, 중화요리집 등에도 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사를 캠퍼스에서 때우는 경우가 많은 만큼 미식가라고 할 만큼 섬세한 입맛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식구들이 있는 미국에 가게 되면, 애들이 어릴 때 좋아하던 햄버거와 피자는 요즈음 뜸하지만, 미국스타일 스테이크집, 브라질리언 스테이크집, 브런치 카페, 멕시코식당, 아르메니안 식당, 중국식당, 한국곰탕집 등에는 자주 가곤 한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커피집에 가기도 한다. 애들이 ‘아빠는 맨 먹는데 가자는 것 뿐’이라며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자기들 식성위주로 식당을 선택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식당이나 카페에라도 마주 앉아야 식구들끼리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물론 집에서는 김치와 불고기 등으로 잡곡밥을 먹게 되니 미국음식만을 먹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코비드19의 영향으로 방학기간이지만 식구들이 서로 방문도 못하고 있다.

 

요즈음 포항에서 한 동향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대기업에 근무하다 은퇴하고 그냥 이곳에 눌러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곳 지리를 잘 알고 있고, 친구들도 많고, 식당도 골라가며 가는지라, 필자도 요즈음 이곳저곳 따라 다니고 있다. 우선 같이 자주 가는 곳은 흥해 한 추어탕집인데 점심시간에는 자리잡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다. 물론 맛도 좋고 푸짐하다. 또한 같이 가본 곳은 역시 흥해 김치찌개집. 포항중앙통 대구탕집, 환여해변 물횟집, 장성동 코다리집, 해도동 한정식집 등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그 친구가 잘 아는, 포항에서 낳고 자라고 아직 음악활동을 한다는 선배분이 초대했다고 중앙통의 한 식당으로 갔는데, 낡은 건물에 크지 않은 집이었다. 주 메뉴는 청국장, 순두부, 우거지 등인데, 음식이 착한 가격이면서도 아주 푸짐하고 맛이 있었다. 필자도 오랜만에 부드러운 맛을 지닌, 과거 외숙모가 해주시던 것 같은 전통적인 시골풍의 청국장을 오랜만에 맛보게 된 것이었다. 참고로 필자의 부모님은 그 당시 세대 답지 않으시게 맵지 않고 깔끔한 맛의 백김치, 동태탕 등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 집에서는 청국장을 맛본 적이 없었다. 주인은 70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로서 이 식당 2대 주인으로 직접 조리를 하는데, 이 식당이 과거에 매우 유명해서 대기업 사장들이 찾던 곳이라고 한다. 그 친구는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이러한 맛집 재래식당들은 다 사라질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필자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도심 낡은 지역에서 도심재생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러한 식당들이 살아남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 삶의 스타일이 변하고 새로운 입맛이 형성되므로 이러한 식당들이 장사가 않되면 새 스타일의 식당들이 그 자리를 메꾸게 될 것이다. 어차피 맛, 분위기, 가격, 조리법 편함 등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니까. 이러한 낡은 건물들이 사라지면 임대료가 오를 것이고, 이러한 식당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손 많이 가는 복잡한 메뉴보다는 간편한 카페나 재료와 조리법이 정형화된 음식, 도시화 내지 국제화된 음식을 선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입맛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음도 사실일 것이다.

 

필자만 해도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입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전통적인 음식들 대신에 샌드위치나 팬케익을 즐기는 경우가 많고 한동안 김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데, 이러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많은 이들의 입맛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맛을 즐기는 이들이 여전히 있을 수 있다지만 이러한 식당들이 시장경제하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이다. 포항이 브랜드음식으로 포항물회', '포항과메기', 그리고 '구룡포대게'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도 조리법이 좀 더 다양해지고 새로운 브랜드음식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리라. 아무튼 한국인에게 식도락은 빼놓을 수 없는 관습인 만큼, 지역민들도 새로운 레시피 개발을 위해 관련 행사를 벌이는 등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며, 포항의 식당들을 좀 더 자세히 안내하는 지도와 설명서가 어서 빨리 인터넷과 책자로도 발간되었으면 한다.

 

20201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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