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의 슬픔 청초 이용분 오늘은 하루 온 종일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추운 한 겨울이 지나서도 두껍고 무거운 검푸른 색 옷을 입은 채 묵묵히 현관문 앞을 지키던 수문장 주목이 춘심을 못 이겨 잎 끝에 작은 콩알만 한 아기 씨를 매 달았다. 봄의 전령인 진달래 꽃 아가씨가 매섭던 지난 해 겨울을 잘도 이겨내고 몰래 몰래 숨어서 키워온 연 분홍색 조그만 아기 꽃망울들을 여기 좀 보라는 듯 갑자기 터 뜨렸다. 지난 해 한 여름날에 피어났던 새 하얀 찔레 꽃. 온갖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던 은은한 향기와 고운 그 자태를 모르는 이 없으련만 꽃이 지면 나 몰라라 그만 잊혀 지는 게 세상 사. 찔레 꽃 빨간 열매를 집 새들이나 개똥지빠귀들이 찾아 와서 제발 쪼아 먹어 주기를 ... 애 타는 색 빨간색으로 잘 영글어 목 길게 늘여서 기다리는 찔레 꽃 열매의 안타까움이 이 봄비 속에 애처로이 남아 있을 줄은 그 아무도 모르리라. 모진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겨우내 얼어서 굳은 땅 힘차게 밀어 올리고 고개를 빼꼼이 내 밀어 제일 먼저 봄 뜨락을 점령하는 이별 초의 도톰한 새순과 샛 노란색 꽃 애기똥 풀도 늦을세라 제가끔 돋아나 봄은 이미 이렇게 돌아 와 있었노라 뽐내고 있다. 키도 덩치도 제일 크지만, 늦 되어서 초조해진 감나무가 나라고 뒤질소냐 급한 김에 봄 빗방울을 가지 끝에 매어 달고 높다란 봄 하늘 속에 제 홀로 영롱한 구슬인양 제멋 대로 뽐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