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형(20회) 사봉의 심리여행 신간

2020년 10월, 내게 지독하게 나쁜 운이 찾아왔다. 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늘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었는데 덜커덩 암 선고를 받고 말았다. 예전 같으면 일종의 사형선고를 내리는 셈인데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립선암 4기”라고 했다. 아마도 의사 생각에는 “운칠(運七)”을 “기삼(技三)”으로 이겨낼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암에 걸리는 일이 운 좋은 일일까, 암에 안 걸리는 일이 운 좋은 일일까? 돈 따는 게 아니라 돈 잃는 일이 운 좋은 일인 효도 고스톱을 생각하면 암에 걸렸다고 굳이 난리 칠 일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마음에 새기기 시작한 것이 있다. 세상은 낙락장송(落落長松)의 기개가 아니라 잡초의 끈질김으로라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다. 낙랑장송의 기개 속에 있을 때만 “운칠”을 잡은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잡초의 끈질김도 “운칠”이었다. 그동안 나는 있는 대로 나의 끈질김을 모았다. 그리고 우주에서 받았던 기운들을 한곳에 모았다. 그리고 글을 써내려 왔다.

이제 여러 독자 앞에 내놓게 된 한 권의 책, “사봉의 심리여행”이 바로 그 첫 번째 끈질김의 보고서다. 앞으로 몇 권의 책이 더 나오게 될지 모르겠다. 그 옛날 다산(茶山) 선생이 80권의 책을 집필하신 것을 몹시 부러워했었는데 나도 용기를 내어본다.

그동안 고생스럽다는 내색 한번 없이 함께 투병해 온 아들, 며느리, 딸, 사위, 그리고 영특한 손자까지 고맙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끝도 없이 성원을 보내주는 친구들, 선후배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무한 감사를 드린다.

사랑하는 아내, 율림(栗林)!
내, 꼭 일어날 테니 예전처럼 다시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온 세계에 흩어진 잡초의 끈질김을 모아봅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