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한층 노력해서 더 큰 역사를 만듭시다
한층 노력해서 더 큰 역사를 만듭시다
일본어 격언에 ‘갓떼 가부또노 오오 시매요 (勝って冑の緒を締めよ)’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싸움에서 (전쟁터에서) 이기고 나자 마자 곧 바로 투구(鬪具) 철모(鐵帽)의 끈을 다시 단단히 매라’라고 하는 말입니다. 실은 내가 일본어의 Native Speaker 라는 티를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번째 언어 한국어에서나 세번째 언어인 영어에서 딱 알 맞는 격언이 머리에 퍼뜩 떠 오르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입밖으로 흘러 나온 일본어 격언을 적은 것입니다. 마치 지금도 숫자 계산을 할 때 저절로 일본어 九九셈법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아마 일정시대에 구구셈법을 배운 사람들은 동감(同感)이실 것입니다.
각설하고, 지난 2007년도 정기총회/송년회에서는 우리 동창회 유사(有史) 이래 초유의 동문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실은 1회 선배님들로 부터 5회 동문들까지의 좌석 안내를 아무래도 선배님 얼굴을 익히고 있는 내가 나서는게 도리 이겠다 생각하고 그런 뜻을 권중건 회장님에게 알렸더니, 아예 전체 동문의 안내를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이번에도 권회장님 술수(術數)에 넘어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로 모임 바로 사흘전의 일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말은 내가 꺼냈으니… 그래서 후배님들을 동원키로 작정, 맨 먼저 민경자 후배님(17)께 직장으로 전화했습니다. 응답하는 중후(重厚)한 음성, 민동문이 틀림 없습니다. “민경자씨 날 좀 도와 주세요” “네 선배님,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이렇게 해서 인선 ‘넘버 원’ 성공, 그 다음 김옥주 후배님(18)께 띠리링… 그리고 ‘넘버 투’도 성공, 그리고 나서 막내 기수 31회의 강태완 후배님께 원군 요청, 실은 우리 동창회에서 노년세대가 활개 치고 있어서 그렇지 결코 막내라고 일컬을 수 없는 40 후반 나이의 후배인데, 어쨌건 ‘넘버 쓰리’도 성공, 그래서 안심하고 이중희 선배님(2)께 전화했습니다. 이선배님이야 항상 나를 떠 받혀 주시는 분이니 맨 마지막에 도움 청해도 틀림없기 때문이었고 물론 내 확신대로 이선배님도 그날 오후 5시까지 도착하시기로 약정, 그런데 그날 파티 장소에서 심부름하기로 일찍부터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던 박경아 후배님(38)이 현장에서 안내역을 자청, 그렇게 해서 안내군단 6명으로 대역(大役)을 맡았던 것입니다. 실은 이야기는 이제부터입니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시 돌려서……송년회장에 도착하는 대로 동문들을 안내해야 하는데 어디로 합니까. 그래서 권회장님께 다시 테이불 배정표 (table arrangement/ assignment)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그것마저 맡아 달라고 합니다. 두번째 권회장님 술수에 넘어 갔지요. 아마 여러분도 자녀 결혼식 피로연 연회장 배정으로 비슷한 고생을 하신 경험들이 있을것입니다. 우선 참석 예정자 명단을 입수 해야 하고 또 가능한 한 서로 안면지기의 하객끼리 앉혀야 하지요. 그런데 동창회 송년회는 선배 동기 후배 모두가 어울리는 자리 인데 참석회기의 참석 예정자가 적다고 아무 회기와도 몰아서 앉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남자 동문만 또는 여자 동문만, 또는 배우자인 ‘낭군’이나 ‘싸모님’ 참석도 고려 해야 하고, 또 한 회기에 한 테이불이면 모자르고 두 테이불이면 자리가 남고 등 등…..
어쨌던 좌석 배정에 앞서서 우선 테이불이 어떻게 배정이 되는지 알아야 하겠더라 말입니다, 연회장 전체에 무대를 향해서 어떤 위치에 몇개 테이불이 어떻게 나열이 되는가 등…
그래서 또 권회장님께 전화해서 연회장의 테이불 배치도면은 틀림없이 호텔측에 있을것이니 속히 입수해서 Fax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회장님, 까다로운 선배 한테 된통 걸렸다 하고 속으로 치를 떨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배치도면이 Fax로 오지를 않고 권회장님이 호텔측 (아마 행사위원장 박준옥 동문을 족쳤겠지요)으로 부터 입수한 도면을 Scan 해서 E-mail 로 보내 왔는데 도면이 워낙 커서 한 눈에 안 들어 옵니다. 또 아무리 축소시키려고 해도 내 실력으로는 방도가 없고… 그래서 옛날 전공 실력을 살려서 부분적으로 컴퓨터 모니터에 나오는 배치도를 여러번 베껴서 겨우 한장으로 작성완료후 이 도면과 눈싸움을 하면서 작전개시 하려는데, 우선 참석 예정자 명단이 들어 와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원래 양반 의식이 굳센 한국출신 어르신들, “내가 가면 가는 것이고 안 가면 안 가는것, 그것 다 내 마음인데, 그 고얀 놈들 같으니라고…” 라고는 차마 안 했겠지만, 각 회기의 명단이 재깍 재깍 안들어 오는 겁니다. 어쨌던 150 여명 입수된 명단으로 작전을 개시했는데, 테이불 수효는 무대를 향하여 좌우 양편으로 갈라서 8 테이불씩 합계 16 테이불에다가 인원이 넘칠 경우를 생각해서 한 테이불을 왼쪽 구석에 추가, 그렇게 해서 총 17 테이불이 되었는데, 하로가 지나니, 즉 행사 바로 하로를 앞두고, 참석 예정자가 180명으로 불어 났습니다. 한 테이불에 10명이 정원이니 계산상으로는 18 테이불이면 됩니다.
(후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