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을 날려 보내려고 눈 덮인 산자락 길을 걷는다. 바람도
싱그럽고 새소리도 상쾌하게 들리는데 내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가 못하다.
강아지만 신나게 앞서 달려간다.
“만세야 너 덩치도 조그만게 어디서 그렇게 힘이 생기냐? 그리고
한 다리 들고 나무에 찔끔거리는 이유는 뭐냐?”
“지난번 알라스카를 다녀온 후 눈 구경을 못해서 안달이 났었던 차에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힘이 안 들지요.
내 몸을 쥐어 짜봐야 오줌이 얼마나 되겠어요?
가장 경제적으로 흔적을 남기려면 땅보다 나무에 몇 방울씩 묻혀야 하는데
한 다리 들고 바짝 다가설 수밖에요.
그런데 어르신! 며칠째 안색이 어두우신데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석 눈치 하나 빠르다. 몇 달 전에는 박영식군이 바로 얼마 전에는
이석기군이 우리 곁을 떠났다.
生도 死도 없는 寂滅.
몸의 반쪽만 살아 있는 또 한사람의 친구가 입원해 있다.
재활치료의 모습이 며칠째 뇌리에서 맴돈다. 마비된 팔과 다리를 들었다 놨다,
오므렸다 폈다 하며 안간힘을 쓰는데 옆에서 보는 내가 땀이 날 지경이다.
탁자위에 펴 놓은 타올에 콩알을 몇십개 흐트려 놓고
말안 듣는 손가락으로 한알 두알 집어서 컵속에 집어 넣기 훈련.
그 다음은 구멍 뚤린 갖가지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에 끈을 꿰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한때는 우리나라 굴지 회사의 중역으로 비서 두고 떵떵거리던 바로 그
사람이 작은 침대 하나에 간병인 한 사람과 밤낮을 지내고 있으니 ......
침묵이 싫었던가 보다. 쓴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한다.
“어이 친구,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
“불행중 다행이야, 자네 말하는걸 보면 풍맞은 사람이 아니야,
아주 정상이거든. 팔다리의 기능 회복도 시간문제로 보네. 마음 느긋하게 먹게”
병원 문을 나서는데 莊子의 故事가 떠올랐다.
그의 아내가 죽었는데도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지 않은가,
문상객이 물었다.
“ ...... 그럴수가 있습니까? 노래를 부르시다니 .......”
“ 난들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만, 사는것도 죽는것도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소”
이 대답은 꽤 긴 문장인데 필자가 내용을 간추려 본것이다.
그 문장 중에 鼓盆而歌라는 글귀가 나오지만 가사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필경 애절한 탄식의 가락이었을게다.
‘...... 아내여 모습은 어딜 갔나 ...... 그리운 아내여. 꿈속에서 만날까.
...... 조용히 눈을 감네’ 조용필의 친구여를 아내로 바꿔 보았다.
장자는 아마 이런 노래를 불렀을게다.
멋진 사나이 그는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2005. 2. 23.
쇠방울
싱그럽고 새소리도 상쾌하게 들리는데 내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가 못하다.
강아지만 신나게 앞서 달려간다.
“만세야 너 덩치도 조그만게 어디서 그렇게 힘이 생기냐? 그리고
한 다리 들고 나무에 찔끔거리는 이유는 뭐냐?”
“지난번 알라스카를 다녀온 후 눈 구경을 못해서 안달이 났었던 차에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힘이 안 들지요.
내 몸을 쥐어 짜봐야 오줌이 얼마나 되겠어요?
가장 경제적으로 흔적을 남기려면 땅보다 나무에 몇 방울씩 묻혀야 하는데
한 다리 들고 바짝 다가설 수밖에요.
그런데 어르신! 며칠째 안색이 어두우신데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석 눈치 하나 빠르다. 몇 달 전에는 박영식군이 바로 얼마 전에는
이석기군이 우리 곁을 떠났다.
生도 死도 없는 寂滅.
몸의 반쪽만 살아 있는 또 한사람의 친구가 입원해 있다.
재활치료의 모습이 며칠째 뇌리에서 맴돈다. 마비된 팔과 다리를 들었다 놨다,
오므렸다 폈다 하며 안간힘을 쓰는데 옆에서 보는 내가 땀이 날 지경이다.
탁자위에 펴 놓은 타올에 콩알을 몇십개 흐트려 놓고
말안 듣는 손가락으로 한알 두알 집어서 컵속에 집어 넣기 훈련.
그 다음은 구멍 뚤린 갖가지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에 끈을 꿰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한때는 우리나라 굴지 회사의 중역으로 비서 두고 떵떵거리던 바로 그
사람이 작은 침대 하나에 간병인 한 사람과 밤낮을 지내고 있으니 ......
침묵이 싫었던가 보다. 쓴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한다.
“어이 친구,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
“불행중 다행이야, 자네 말하는걸 보면 풍맞은 사람이 아니야,
아주 정상이거든. 팔다리의 기능 회복도 시간문제로 보네. 마음 느긋하게 먹게”
병원 문을 나서는데 莊子의 故事가 떠올랐다.
그의 아내가 죽었는데도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지 않은가,
문상객이 물었다.
“ ...... 그럴수가 있습니까? 노래를 부르시다니 .......”
“ 난들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만, 사는것도 죽는것도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소”
이 대답은 꽤 긴 문장인데 필자가 내용을 간추려 본것이다.
그 문장 중에 鼓盆而歌라는 글귀가 나오지만 가사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필경 애절한 탄식의 가락이었을게다.
‘...... 아내여 모습은 어딜 갔나 ...... 그리운 아내여. 꿈속에서 만날까.
...... 조용히 눈을 감네’ 조용필의 친구여를 아내로 바꿔 보았다.
장자는 아마 이런 노래를 불렀을게다.
멋진 사나이 그는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2005. 2. 23.
쇠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