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블로그

블로그

조회 수 61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답답한 마음을 날려 보내려고 눈 덮인 산자락 길을 걷는다. 바람도
싱그럽고 새소리도 상쾌하게 들리는데 내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가 못하다.
강아지만 신나게 앞서 달려간다.
“만세야 너 덩치도 조그만게 어디서 그렇게 힘이 생기냐? 그리고
한 다리 들고 나무에 찔끔거리는 이유는 뭐냐?”
“지난번 알라스카를 다녀온 후 눈 구경을 못해서 안달이 났었던 차에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힘이 안 들지요.
내 몸을 쥐어 짜봐야 오줌이 얼마나 되겠어요?
가장 경제적으로 흔적을 남기려면 땅보다 나무에 몇 방울씩 묻혀야 하는데
한 다리 들고 바짝 다가설 수밖에요.
그런데 어르신! 며칠째 안색이 어두우신데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석 눈치 하나 빠르다. 몇 달 전에는 박영식군이 바로 얼마 전에는
이석기군이 우리 곁을 떠났다.
生도 死도 없는 寂滅.
몸의 반쪽만 살아 있는 또 한사람의 친구가 입원해 있다.
재활치료의 모습이 며칠째 뇌리에서 맴돈다. 마비된 팔과 다리를 들었다 놨다,
오므렸다 폈다 하며 안간힘을 쓰는데 옆에서 보는 내가 땀이 날 지경이다.
탁자위에 펴 놓은 타올에 콩알을 몇십개 흐트려 놓고
말안 듣는 손가락으로 한알 두알 집어서 컵속에 집어 넣기 훈련.
그 다음은 구멍 뚤린 갖가지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에 끈을 꿰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한때는 우리나라 굴지 회사의 중역으로 비서 두고 떵떵거리던 바로 그
사람이 작은 침대 하나에 간병인 한 사람과 밤낮을 지내고 있으니 ......
침묵이 싫었던가 보다. 쓴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한다.
“어이 친구,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
“불행중 다행이야, 자네 말하는걸 보면 풍맞은 사람이 아니야,
아주 정상이거든. 팔다리의 기능 회복도 시간문제로 보네. 마음 느긋하게 먹게”
병원 문을 나서는데 莊子의 故事가 떠올랐다.
그의 아내가 죽었는데도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지 않은가,
문상객이 물었다.
“ ...... 그럴수가 있습니까? 노래를 부르시다니 .......”
“ 난들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만, 사는것도 죽는것도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소”
이 대답은 꽤 긴 문장인데 필자가 내용을 간추려 본것이다.
그 문장 중에 鼓盆而歌라는 글귀가 나오지만 가사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필경 애절한 탄식의 가락이었을게다.
‘...... 아내여 모습은 어딜 갔나 ...... 그리운 아내여. 꿈속에서 만날까.
...... 조용히 눈을 감네’ 조용필의 친구여를 아내로 바꿔 보았다.
장자는 아마 이런 노래를 불렀을게다.
멋진 사나이 그는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2005. 2. 23.
쇠방울

  1. 04Jun

    피천득님의 인연이란 책에서

    Date2005.06.04 By윤은숙 Reply2
    Read More
  2. 02Jun

    "여성 몸이 좋아져야 세상 좋아지죠" 황정희 33

    Date2005.06.02 Bysalim Reply0
    Read More
  3. 26May

    성광필 동문님...게시판 독점을 금지하라는 요청이..

    Date2005.05.26 Bymaster Reply7
    Read More
  4. 14May

    벌써 계절은 빠른 말이 달리듯 여름을 향해 ...

    Date2005.05.14 BySkylark Reply0
    Read More
  5. 06May

    아 ! 아름다운 오월 !!

    Date2005.05.06 BySkylark Reply0
    Read More
  6. 02May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고

    Date2005.05.02 By윤은숙 Reply3
    Read More
  7. 28Apr

    안 되나요???

    Date2005.04.28 Byyoon2959 Reply2
    Read More
  8. 26Apr

    오늘은 스무 나흗날 모란장날.( 다섯번째 이야기)

    Date2005.04.26 BySkylark Reply2
    Read More
  9. 19Apr

    사대부고 제 7회 졸업 50주년 기념 모임을 성황리에 치르다.

    Date2005.04.19 BySkylark Reply10
    Read More
  10. 17Apr

    외면치례는 안하는것 같은 그들의 의식구조...(일본여행기)

    Date2005.04.17 BySkylark Reply0
    Read More
  11. 04Apr

    수집은듯 연분홍색 꽃술을 쏘옥 내밀고...

    Date2005.04.04 BySkylark Reply0
    Read More
  12. 28Mar

    산 넘어 어디엔가 행복의 파랑새가 산다기에...

    Date2005.03.28 BySkylark Reply0
    Read More
  13. 13Mar

    외국인을 안내하고 통역할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Date2005.03.13 Byzuhno Reply0
    Read More
  14. 10Mar

    대쪽 같이 고고한 선비 처럼 ....

    Date2005.03.10 BySkylark Reply2
    Read More
  15. 27Feb

    따뜻한 봄을 기다리면서~~~!

    Date2005.02.27 Bymoon Reply0
    Read More
  16. 26Feb

    어머니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이.....

    Date2005.02.26 BySkylark Reply2
    Read More
  17. 23Feb

    鼓 盆 之 嘆 ( 고분지탄 )

    Date2005.02.23 Byktlee Reply0
    Read More
  18. 23Feb

    세월 앞에 강철도 녹이 슬어서....

    Date2005.02.23 BySkylark Reply2
    Read More
  19. 16Feb

    마지막 자존심.

    Date2005.02.16 BySkylark Reply2
    Read More
  20. 15Feb

    선배님과 후배님들의 도움을 구합니다.

    Date2005.02.15 Bywoo0129 Reply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17 218 219 220 221 222 223 224 225 226 ... 241 Next
/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