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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앞에 강철도 녹이 슬어서....


      오늘 오랫 동안 써 오던 미싱이 망가졌다.

      전기 모터가 달린 가정용 미싱인데 아주 크게 썼대야 집에서 새 이불 호청을
      박거나 아이들 새로 사온 바지 길이가 길 때 짤라서 꿰매서 입히거나 하는
      정도로 써 왔는데 세월 탓인가보다.

      세월앞에 강철도 녹이 슬어서 부셔지는데 무엇인들 성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참은 막내아들이 유행 쫓아 일부러 해진 바지를 입을때 그래도 해진
      사이로 살이 삐져 나올까봐 헌겁을 덧 대어서 지그재그로 기워주기도
      했건만 이도 이제는 아이가 다 커버려서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집에 싱거(Singer) 미싱 한대만 있어도 상당히 잘사는
      측에 들어 가기도 한적이 있었다.

      하기사 주변에 그 미싱 한 대를 가지고 바느질 품을 팔아 온 식구의 생계를
      해결하거나 아이들 공부를 시켰다는 일화도 흔한 이야기이다.

      나는 어렸을때 집에 발틀 미싱이 있는 덕에 그냥 심심할 때 무얼 꿰매보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였던 경험이 내 아이들을 키울 무렵 60년대에는 아동용

      기성복이 전혀 없던 시절이라 동대문 시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예쁜 감을
      싼값에 떠다가 재량껏 재단을 하여 아이들에게 똑 같은 무늬의 조끼도

      만들고 바지도 만들어 입혀 놓고 보면 기쁘기도 하고 돈도 정말 조금
      들기도 하여 일거 양득이라...

      어떤때는 일본 잡지 슈우노도모(主婦の 友)에 나오는 아동복의 본을 써서
      아이들의 옷을 하루 종일 만들어 맨 나중 실밥을 떼고 입혀놓고 보면 그
      성취감도 무엇에 비길수 없게 크기도 하였었는데....

      그 후 전기용 미싱으로 바꾼뒤 전기로 된 엑설레이터를 밟으면 빠르게도
      느리게도 박아져서 자동차 운전을 못하는 나로서는 유일하게 속도감도
      맛을 보기도 했다.

      딸아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재봉 만들기 가정 숙제를 학교에서 내주면
      그런것을 할새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모두 엄마인 내가 해 주곤 하였더니
      그만 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이런 일에는 서투른 어미가 되어있다.

      하지만 요새는 아동복도 입맛에 맞게 비싼것도 또 싼것도 사서 입히고 옷이
      해지면 기을 필요도 없이 버리기도 하니 답답하게 미싱 앞에 앉아서 꿰매고

      깁고 하는 측은 좀 모자라는 사람인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여성의 역할도
      달라져 있다. 같은 이치로 요새 누가 해어진 양말을 기워 신는단 말인가.

      그런데도 나는 어인 일인지 긴 치마단이나 바지단을 잘라서 꿰매기도 하고
      튿어진 옷이거나 무엇을 만들 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재봉일을
      할때면 마음이 스르르 편해져서 바느질을 아주 즐기는 편이다.

      요사이는 무엇이든 고장이 나거나 십년이 지나면은 미련없이 버리기도 하고
      실증이나도 그냥 신제품으로 바꿔 쓰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다.

      문득 우리가 고3 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 弔針文" 생각이 난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이 정든 물건을 잘 고쳐서 심심할때 친구 만나듯이
      그 앞에 앉아서 다시 즐겁게 무엇이든 만들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05년 2월 ..... 이용분 (7)


      • 유지숙 2005.02.23 00:00
        弔針文!! 저도 아주 좋아하는 글이에요~
        글쓰신 분이 저의 조상님이시라해서 더더욱요~^^*

        저도 바늘을 손에 쥐면 마음이 참 차분해져서 좋아해요.
        요즘 수 놓을 일은 별로 없지만 뜨개질 바늘이라도 쥐고
        무언가 만들면 마음이 참 평온해지지요.
        선배님
        마지막 겨울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길 빌며
        좋은 글 사진 음악 모두 감사합니다~!!







      • 이용분 2005.02.23 00:00
        유지숙 후배님 반갑습니다.^^

        요즘에는 하두 세상살이가 바쁘기도 하고
        정신 없이 살아가는 시대에 살다 보니
        진전이 느린 이런 재봉 일을 하는게

        능률적인가를 따지고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많이들 안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이 세상을 아름답게도 편리하게도 만드는 것은
        이와 같이 지루하기도 하고 재미없기도 한
        이런 일을 대신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님 환절기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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