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노래는 늘 우리와 함께 하지만 성악은 먼 곳에 있었다.
먹고 사는 데 바쁘다는 이유로 나의 정신을 너무나 허기지게
하지는 않았는지에 생각이 미칠 즈음 나는 근사한 초대를 받았다.
우리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시작한 ‘더 예’에서 신성호
동문의 여동생 소프라노 신윤정님의 독창회를 소개한 것이었다.
토요일, 여의도 영산 아트 홀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들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독창을 듣는 무대는 개인적으로 이 번이 두 번째다.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를 듣던 무대에 길이 들은 나는 웅장한
무대와 조명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무대에 여러 사람이
오른다 해서 그것이 더 위대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포도가 딸기보다 위대한 것이 아니듯이
무대는 피아노 한 대와 연주자, 그리고 신윤정 소프라노.
단출하기 까지 한 그곳에 신윤정 소프라노의 노래가 울려 퍼지자
극장 안은 신윤정이라는 고유의 악기에 매료되어 그녀의 몸짓 하나,
목소리, 발음 하나에도 집중한다.
이제 우리 나이에 어지간한 세상 사는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슬픔도 기쁨도 놀라움도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한번 정도
여과시켜 받아들인다. 그리 놀라운 일도 없고 죽을 만큼 좋거나
싫어할 일이 없어 슬픈 나이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오늘 같은 무대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다.
그리하여 무대 위의 모든 것을 받아 들이고자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인가? 오랜 세월을 가슴 안에 저장되어 있느라 다소 굳어진
정서들이 그녀의 노래를 신호로 일어서고 있었다.
가슴이 따뜻해오고 문득 눈물이 났다.
주요한 오페라의 주인공이 되어 열정적인 활동을 할 소프라노 신윤정님의
최고를 위한 도약의 전야제에 참석했다는 일이 자랑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리도 예쁜 연기로 좌중을 휘어잡는지 그녀는 우리의 여왕이었다.
그녀의 노래가 끝났지만 객석의 박수는 그칠 줄을 몰랐다. 다시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하던 그녀가 목을 감싸 쥐며 목이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커튼 콜로 결국은 노래 한 곡을 더 듣고 객석의
청중들은 아쉬워 하며 자리를 일어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reception자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는 흡사 영화, 혹은 드라마 속의 한 사람이라도 된 양 우쭐했었죠..
얼마나 즐거운지 이렇게 시간이 걸려 곰 씹고 되씹으며 즐거움을
되뇌다 글 올리는 것 보면 아시겠지요?
신성호 동문 고마워요..
아름다운 신윤정님. 영광이에요.
귀한 역사가 될 그 밤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어서요.
더욱 정진하시어 최고의 자리를 취하고 지키시기를 기대합니다.
아름다운 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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