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1

by 신비 posted Sep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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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1  

 

신현숙

 

겨울이 오고 있어

발 밑을 구르던 행성이

제자리로 돌아와 며칠 울고

빗물 젖은 저녁마다 새들도 울었지

 

창문마다 바람의 간격을 두어

그리운 것들을 부르기엔 호흡이 너무 짧아

잡초를 뽑는 일이 더 수월할 텐데

슬픔의 크기만큼 뿌리를 따라

엄마 손이 자꾸 올라와

상추 물든 손으로 아들에게 밥상을 내주고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는 엄마

밥 때 놓치지 말아

 

사람 없는 골목은 바람보다 더 빠르게 저물지

별의 그림자마저 갉아 먹는 숨소리

폐선을 안고 귀환하는 밤

 

엄마의 등이 땅속으로 꺼지고 있어

지구보다 무거운 숟가락을 들어서라도

아직 남은 모호한 삶을 먹어야 해

 

내일 맞이하는 별, 푸른 빛이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