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친 것인가? 어린 것인가?

by 홍경삼 posted Sep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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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넘친 것인가? 어린 것인가?

 

이글은 나의 아내를 흉 보는 것도 아니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 자기 아내를 흉보는 사람을 경멸하며 정말로 자랑할만한 사람이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리고 칭찬을 해준다.

다음 얘기는 자랑도 흉도 아닌 우리 부부의 사랑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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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년 전 아버님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다는 급보를 받고 그날 밤 비행기를 타기 위해

San Francisco 공항으로 아내가 운전하고 나갔다.

간단한 짐을 내리고 "일주일 후에 올 것이니 잘 지내~~~"하니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린다.

"여보 어린애냐? 사람들 본다. 울지마.~~~"

"보면 어때! 어른은 못 울어?"

간신이 떼어 놓고 출국 수속하러 들어갔다.

차에서 내려 그냥 수속할 요령이라 날 내려놓고 떠나야 하기에

난 공항 안으로 들어가면서 아내가 차에 타는 것을 확인했다.

 

사실 이 순간은 아버님보다도 아내가 어떻게 이런 기분으로 운전하고 갈 것인가? 가

걱정이 더 되었다.

그래도 잘 가겠지하고 줄에 서 있으면서 밖을 살펴보니 내 차가 그대로

그 자리에 정차 되여있지 않은가?

아니 무슨 접촉사고가 났나? 티켓을 받았나?

얼른 밖으로 나와 보니 차 속에서 그때까지 울고 있다.

나를 보더니 차 밖으로 나오더니 내품에서 엉엉 울기 시작이다.

 

완전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것도 외국영화.

한국 영화는 50대 남녀가 사람 많은 공항에서 붙들고 우는 장면 사실적이 아니라고

안 찍을 거다.

짐을 내리던 다른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 들 본다.

대합실, 기내에서 사람들이 나만 쳐다 보는 것 같았다.

 

서울 일주일 있는 동안 매일 통화를 했다. 해야만 했다.

그리곤 어린애 달래듯 말해주고...

 

2. 여름 토요일이다.

정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더운데 고생하지 말고 들어와서 자기와

얘기하며 놀잔다. 잡초 뽑는 일을 중간에서 고만두기가 싫어서 몇 번 부탁하는 것을

"그래 잠깐만, 조금만 더 뽑으면 돼,"

조금이 길어졌나?

이상하게 조용하다. 어린아이가 조용하면 말성부리는 것 아닌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얼른 들어 오니 보이질 않는다.

차고에 차는 그대로 있는데???

이방 저방 찾으니 보이질 않는다.

다시 잘 살펴보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

화났구나. 은근히 걱정이 된다. 화나면 말을 잘 안 한다.

두 사람이 사는데 한 사람이 화나면 다른 한 사람도 정말 재미없다.

이불을 제치며 "화났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개가 흠뻑? 졌어 있다.

"그래, 몇 번씩이나 불렀는데..."

"그래 놀자. 뭐고 놀까? 묵찌빠? 아니면 앞 둑길 걸을까?"

정말 웃기는 할배, 할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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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벽 2시쯤 되었을까? 자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조금 정신을 차리니 옆에서 앓는소리를 내며 집사람이 아프다.

불을 켜고 보이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차다. 급체인 것 같다.

 

어찌한다.? 이 시각에 병원에 갈 수도 없고, 배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손발을 비벼 주기도 하지만 괴로워 어찌 할줄을 모른다. 

 

고교시절 레스링 한 친구가 우리 작은 아들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을 따 주던 것이 생각이 나서 난생 처음 시도를 했다.

 

가운데 손가락을 잡고 바늘로 찌르는 순간 "바늘 성냥불로 소독해?"하며 손가락을 뺀다.

사실 소독도 해야 하지만 소독보다도 바늘로 찔리움을 당하는 것이 겁이나서 그러는 것 같아

"성냥이 어디 있니? 자, 빨리!" 하고 찌르니 피가 안 나온다.???

피 한방울도 안 나오는 독한 여자 인가?

"어어~ 다시~" 내 자신 독하게 마음 먹고

푹 찌르니 검은 피가 나온다. 다시 다른 손 가운데 손가락을...

정말로 신기하다. 창백 했던 얼굴빛이 5분 후에 홍조를 띠우고

복통도 가라 앉았다.

 

안심하고 전등을 크고 잠을 청하는데 아내가 일어나는 것 같다.

화장실 가나 했는데 내 볼에다가 뽀뽀를 해 주면서 한마디 한다.

"여보~ 고마워요, 당신은 나의 생명의 은인입니다."

난 너무너무 우스워서 잠이 깼는데 아내는 금방 쌕쌕하며 잘도 잔다.

잠든 모습이 그렇게 천진난만해 보일 수가 없다.가오리.jpg

서인도제도 Great Cay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