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이분용(27)

by 사무처 posted Feb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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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

 

잘 계시니껴
오늘은 바람이 불어 은행잎이 휘잉 날리며 춤을 추더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사방이 물들어
나도 모르는 새에 가을에 갇혀 버렸니더


묘한 기분.
묘한 감동 같은 거‥
그대도 같이 느끼고 계시니껴

하늘엔 파랗게 파스텔이 칠해졌고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이 나뭇잎들을 밀쳐내고  있니더

 

가을의 인생.
겨울로 가는 길목.

요양원의 엄마를 생각하며
새삼스레 - 모든걸 내려놓는 연습-  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니더

 

금지된 면회에
그래도 자식들을 기다리는,
생각이 자꾸 없어진다는 우리 엄마.
아직도 자식에 대한 그리움은 쌓이고
현실은 막히고‥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이 안되는 엄마 세대의 홀로서기(?).

 

나는 다 내려놓을라 카니더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하늘만 봐도 행복한 노후가 되고자 하니더

내가 없으면
세상이 없듯이
내가 행복하면


세상이 행복할 것임을 이제사 깨달으니
참 일찍도 철이 들어가나 봅니다

 

이렇게 파란 날
차 한 잔 놓고
그대에게 속을 풀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