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뉴욕에서 대규모 회고전
한국의 세계적인 화가이자 조각가인 이우환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대규모 회고전이 2011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서 열린다.
1937년 세워진 구겐하임미술관은 모마(MoMA·뉴욕현대미술관)와 함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곳에서 회고전을 갖는 한국 작가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이후 이우환이 두 번째
다.
현재 파리에 머물고 있는 작가는 본지와의 국제전화를 통해 "구겐하임미술관과 내년 2월부터 2개월간
회고전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난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이후 구겐하임미술관과
전시를 논의해왔다"면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시를 마치고 미국에서 순회전시를 한 다음,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전시가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 이우환의 대표작〈선으로 부터〉. 이우환은 내년 2월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갖는다
이우환은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당시 본 전시와 같은 시기에 열리는 '협력전(collateral events)'의
하나로 가진 개인전에서 '공명(共鳴)'이라는 제목으로 추상화와 설치작품을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
내년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에는 이우환의 회화를 비롯해 조각 등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망라될
예정이다. 작가는 "구겐하임미술관은 회랑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면서 "그래서
구겐하임미술관에 회랑 대신 플로어(floor)에 전시를 하겠다고 해서 이례적으로 4개 층에 걸쳐 전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우환은 1956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일본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일본에서 활동하던 이우환은 1969년 '존재와 무를 넘어서-세키네
노부오론(論)'을 발표하면서 일본의 모노하[物派] 운동의 중심에 섰다. 일본의 모노하 운동은 1968년 일본
작가 세키네 노부오가 고베의 한 공원에서 땅을 파낸 뒤 그 흙으로 원기둥을 표현한 작품이 시작이었지
만, 이우환이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면서 세계적인 미술사조로 자리 잡았다. 인공적이지 않은 사물을
이용해 창조보다는 관계성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모노하'란 이름이 붙었으며, 당시 모더니티에 대한
비판적 흐름과 맞물리면서 주목받았다.
작가는 또 "오는 6월에 일본 나오시마섬에 '이우환 미술관'이 문을 연다"면서 "일본 후쿠다케재단이
추진하고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 주요 작품들이 전시된다"고
밝혔다.
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