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틈타 전 세계로 퍼져…수많은 꽃이 한 송이 이룬 것도 비결
기후변화 틈타 전 세계로 퍼져…수많은 꽃이 한 송이 이룬 것도 비결
남아메리카 국화과 고유 속인 쿤트. 신생대 에오세 때 아프리카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해 남아메리카에서 진화한 식물이다. 국화과 식물의 기원지인 남아메리카에서 세계를 한 바퀴 거쳐 다시 돌아온 셈이다. 비키 펑크 제공.
그러나 얼마나 널리 분포하는지를 따지면, 국화과가 윗길이다. 온난한 곳에 주로 분포하는 난초와 달리, 국화과 식물은 남극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대륙에서 자란다.
우리에게 낯익은 많은 식물이 이 무리에 속한다. 다양한 국화를 비롯해 해바라기, 코스모스, 민들레, 백일홍, 엉겅퀴, 쑥, 상추, 취, 우엉, 씀바귀, 달리아, 캐모마일 등이 모두 국화과 식물이다.
이 식물들은 어디서 기원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구를 ‘점령’하게 됐을까. 최신 염기서열 해독 기술을 이용해 국화과 식물 약 250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 수수께끼를 푼 연구결과가 나왔다.
브라질 고유의 국화과 식물인 운더리키아 속 식물. 5000만년 전 남아메리카를 떠나 세계로 퍼져나간 국화과 조상 식물과 자매 계열인 옛 국화과 식물이다. 캐롤리나 시니스칼치 제공.
국화과 식물의 원조는 극지방에도 열대림이 분포할 정도로 따뜻했던 백악기에 남아메리카 남부에 출현했다. 그러나 지구의 기후는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과 함께 공룡시대가 막을 내리는 대멸종 사태를 겪으면서 한랭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6종 중 5종이 멸종하는 격변에서 살아난 국화과 조상은 춥고 건조해지는 기후에 적응해 다양화했다. 약 5000만년 전 기후 격변 때 이들은 북아메리카로 퍼져나갔다.
신생대 에오세의 지구는 춥고 건조해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은 낮아진 해수면 덕분에 연결됐고, 국화과 식물은 베링육교를 건너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동했다. 연구자들은 약 4200만년 전 아프리카의 건조화로 대륙 내부 숲이 초원에 자리를 내주었을 때 이들 식물은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다양하게 진화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민들레, 국화, 해바라기, 엉겅퀴 등 현생 국화과 식물의 95%가 이때 생겨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국화과 식물은 이처럼 지구기후가 춥고 건조해질 때 다양하게 진화해 넓은 지역에 퍼져나갔다. 현재 이들이 많이 분포하는 곳도 사막, 초원, 산악지대 등 건조한 지역이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고려엉겅퀴. 꽃잎 하나하나가 별개의 꽃으로 전체는 꽃송이 하나가 아닌 커다란 꽃다발이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ennifer R. Mandel et al, A fully resolved backbone phylogeny reveals numerous dispersals and explosive diversifications throughout the history of Asteraceae, PNAS 2019 116 (28) 14083-14088, https://doi.org/10.1073/pnas.1903871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906403.html#csidxb9afcaee6166219abfd8293f1c0a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