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모두 2030 구애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들을 선거대책위 위원장과 위원으로 앞다퉈 영입하고 연일 2030을 향한 공약과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청년 부처를 만들겠다 하고 윤석열 후보는 부처마다 청년 보좌역을 두겠다고 한다. 심상정 후보는 20세가 된 모든 청년들에게 3000만원의 청년기초자산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년들의 반응은 차갑다. 늙은 한국엔 눈감고 미래 세대의 짐만 늘리는 포퓰리즘 정치에 신물이 나고 힘든 숙제는 모두 패싱하는 정부에 실망을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언제 자리를 탐했는가? 그리고 연 300만원, 월 25만원의 기초자산을 용돈으로 받자고 선거에서 묻지마 투표를 하겠는가? 청년들이 원하는 자리는 일자리고, 일하면서 생기는 안정된 소득으로 돈 벌고 집 사는 것이다. 

올해 10월 기준, 30대 연령의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대비 2만4000명이 줄었다. 청년 체감 실업율(단기 아르바이트와 장기 취업 준비생, 취업 포기자도 포함된 넓은 의미의 실업률)은 올 상반기 25.4%에 달했다. 4명 중 1명이 사실 상 실업자라는 얘기다.

거기에 잠재 성장율은 계속 떨어져 2030년엔 0%대에 진입하게 된다. 체질을 개선하고 도전의 에너지를 축적하지 않으면 지금 있는 일자리마저 없어질 전망이다. 우리 정치는 지난 5년 간 이러한 과제를 손도 대지 않은 채 회피로 일관했다.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노동권이 있으면 경영권도 있다. 그런데 노동자는 많고 경영자는 적다. 정치의 계절에는 많은 표만 보인다. 보이지 않는 표는 갈라쳐서 날려 버린다. 경영권은 과잉진압되고 노동권은 과잉보호된다. 한국의 경영권이 처한 현실이다. 경영자가 줄어드니 기업이 줄어들고 덩달아 일자리도 줄어든다.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이 뒤집어 쓴다. 청년을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더 나와야 한다. 노동 일변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것이 청년을 위한 정책이다. 2030도 표가 많다. 

적당한 나이에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청년들은 사회 생활의 첫 출발을 빚과 함께 하고 있다. 빚은 좋은 돈이라 할 수 없다. 빚은 누적될수록 그 위험이 배가 된다. 그것은 비탈길의 꼭대기에 있는 것과 같아서 굴러 떨어지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혼 5년 차 미만인 신혼 부부 중 금융기관의 대출이 있는 비율은 87.5%, 이들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1억3258만원으로 전년(1억1208만원)보다 18.3% 증가했다. 반면 신혼 부부의 평균소득은 5989만원으로 전년보다 4.9%늘었다. 소득보다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으니 안정적인 소득이 나올 리가 없다. 그 틈새는 빚으로 메우는 것이 청년세대의 현실이다. 청년을 위한다면 일해서 번 돈으로 그 간격을 메우게 해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6년 말 6억원을 밑돌았지만 지난 10월 12억원을 돌파했다. 생활비를 빼고 매년 3000만원씩 40년을 모아야 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바람직한가?

벼락거지가 된 2030세대는 국내외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하고 있다. 10명 중 4명이 일해서 번 돈으로 자산을 불리기 위해 투자에 뛰어든다. 그러나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은 소중하지가 않다. 또 일시적으로 많이 벌 수는 있으나 오랫동안 벌 수는 없다. 이것이 정글이라는 자본시장의 법칙이다. 저소득, 저신용 청년을 위한 저금리 대출 확대, 신용평가 불이익 완화와 신용회복의 지원, 학자금 대출의 채무조정 대상 포함 등을 추진해야 한다. 부채의 필요와 부실화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도 좋은 일자리와 안정된 소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돈으로 집을 사게 하고 조금씩 늘려나가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것이 청년 정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독일의 슈뢰더 총리나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모두 연금개혁을 하고 자리를 잃었다. 정치인으로서는 두려운 일이다. 연금 수혜층인 현재의 세대가 연금 부담층인 미래의 세대보다 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모두 연금개혁을 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이 만들어진 이후 공적 연금에 손대지 않은 유일한 정부가 된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 구조는 후세대를 착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여야 어느 누구도 연금개혁을 의제로 삼고 있지 않다. 그들의 청년정책에 청년이 공감하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득권끼리의 충돌이 된 지금의 대선 구도에서 최대의 승부처는 청년이 됐다. 청년은 무엇을, 어떤 이유로 선택할까?

좋은 일자리와 안정된 소득을 얻을 기회, 내 소유의 집 한 칸을 부담없이 마련케 하는 것이 청년정책의 핵심이다. 생각보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미래를 잡아 올 수는 없다. 매사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포퓰리즘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청년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이동의 희망을 키우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일과 돈과 집은 청년정책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