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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전 SK 사장

 

 
 
가을이 되면 대기업 홍보실은 더 바빠진다. 평소 자주 만나지 않던 정치부 기자들과의 접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정확히는 총수의 국회 출석을 막기 위해서다.

 

“국정감사야, 민정감사야?” 기업인의 출석을 요구하는 국회를 향해 정치에 힘이 있는 언론의 비판을 유도한다. 국회의원들은 움찔한다. 그래서인가, 올해 국감도 기업 입장에서 보면 선방했다.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우,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6명이 증인 신청 명단에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의 출석은 모두 불발됐다. 국회 안팎에서 코로나19와 같은 표면적인 이유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것을 보면 기업의 노력이 효과를 본 것 같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빠진 것에 비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동시에 국감장에 나와 주목을 받았다. 특히 김범수 의장은 올해 국감에 세 번이나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등의 논란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이들 두 사람은 불출석에 성공한 다른 대기업 총수들이 부러웠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을 자사의 대외협력 시스템의 취약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국회에 대한 존중이나 예우로 보면 좋겠다. 그래야 정치와 산업 간에 긴밀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생산적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의 국정감사 출석은 기업의 필사적인 방어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17대 국회(2004~07년) 때 연평균 52명이던 것이 18대(2008~11년) 77명, 19대(2012~15년) 124명으로 증가하더니 20대(2016~19년)에는 159명이 됐다. 기업의 영향력이 사회 곳곳에 퍼지면서 상임위를 가리지 않고 기업인 호출이 이뤄진 탓이다.

기업 총수들은 국정감사에 나가지 않기 위해 어떤 해 가을은 아예 통째로 해외출장을 가는 경우도 있어 빈축을 사곤 했다.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수출계약, 투자약정 같은 동정 사진을 신문에 게재한다. 국회 보좌관 출신의 몸값도 올라간다. 국회가 출석을 요구하면 할수록 출석하지 않으려는 접촉도 빈도나 강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모두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감에 출석한 이해진 GIO나 김범수 의장은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많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의 많은 문제는 사실 내부의 소통부족에서 잉태된다. 총수의 귀를 닫아 놓고 총수의 문 앞에 문제는 쌓이는 데 해결된 것만 방안으로 가져간다. 언로는 막혀있고 소통은 통제되어 쓴소리가 사라진다. 그런데 의원들의 질의는 총수들의 귀를 뚫어 준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 꺼릴 것도 없다. 면책특권이 있어 책임질 일도 없다. 쪼개기 상장으로 몸집을 키운 지배구조, 한 가족이 대부분인 사실상의 지주회사, 경쟁이 무력화된 골목상권 침해, 과도한 수수료, 자사 우대의 불공정한 알고리즘, 블라인드를 통해 쏟아진 내부의 신분제도, 갑질논란 등 국감장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지적당한 문제들은 총수들이 국감에 나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고쳐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각 사업단위별로 ‘욕망의 관리’에 실패한 탓에 총수가 국회에 불려 나온 것이다. 따라서 총수로서 각 사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상생협력 방안을 밀도있게 논의하고 추진하겠다는 답변은 회사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다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와의 역차별 해소, 혁신 환경의 조성, 이용자 데이터의 소상공인들과의 공유 등에 관해 국회의원들의 공감을 얻어 낸 것은 국회 출석으로서 얻어 낸 부차적 성과라고 하겠다.

국회의 국정감사 방식도 이참에 개선이 필요하다. 한 회기에 한 사람을 세 번이나 출석시키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의원들의 자중과 서면 답변의 확충 등 관련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기업인들은 또 출석에 앞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규제의 순기능과 역기능, 입법 주도권을 가진 국회의 역할들에 관해 한번쯤 모여 공통된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대한상의 같은 경제단체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 왔다. 대선 주자들의 기업 현장 방문도 많아졌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이미 삼성전자를 방문해 “삼성전자의 노력 덕분에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모처럼만의 친기업 발언이다. 차제에 기업인들의 정치 현장 방문도 있었으면 한다. 정치인은 산업현장을 방문해 경제를 이해하고 기업인들은 정치 현장을 방문해 정치를 이해한다면 우리 경제에도 정치에도 훈훈한 계절이 찾아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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