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노스페이스가 반한 그곳 `적자 낸 적 한 번도 없죠` [중앙일보]
영원무역
그가 1974년 세운 영원무역은 무역과 의류 제조, 유통 업체다. 베트남·중국 등 11개국에 공장과 현지 법인이 있다. 영원무역에는 ‘영원(YOUNGONE)’이란 자기 브랜드가 있지만 주력 사업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의류·신발 제조 및 수출이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나이키·폴로 등의 스포츠 의류를 방글라데시·중국 등에서 OEM 방식으로 만들어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한다. 이 회사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95%를 넘는 연유다. 영원무역이 창사 이래 한 해도 적자를 내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1개국의 공장 및 현지 법인에서 원단·노동력·부자재를 효율적으로 공급받아 경쟁력을 유지해 온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은 4564억원, 당기순이익은 339억원이었다. 이 회사는 특히 15년 전 일본 골드윈과 합작해 만든 자회사(지분율 51%) ‘골드윈코리아’에서 판매하는 노스페이스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4000~5000원대에 머물던 영원무역 주가는 올 들어 1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온 성 회장은 군 복무 직후 가발과 스웨터를 수출하는 서울통상에 들어갔다. 해외 바이어를 상대로 한 수주 및 생산 업무를 맡았다. 그러면서 미국인과 유럽인의 취향에 맞는 의류가 뭔지 감각을 길렀다. 우리나라 섬유산업 특유의 순발력에도 눈을 떴다. 이 회사에서 일한 지 1년6개월. 아직 애송이 신입사원 티를 벗지 못한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두 사람과 더불어 영원무역을 세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히 임금이 싼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것과 사뭇 달랐다. 세계 유수의 스포츠 의류 회사와 거래하면서 쌓은 생산 노하우와 기술을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 국가의 노동력과 결합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만든 비싼 브랜드의 의류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팔아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코디네이터’ 기능이 핵심 역량이었다. “영원무역만큼 글로벌한 기업도 흔치 않다”는 성 회장의 자신감은 이런 데서 나오는 듯했다. 실제로 4000여억원 외형의 회사가 해외에 공장 근로자를 포함해 무려 6만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영원무역이 추진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은 해외 복합공단 개발 사업이다. 방글라데시의 치타공에 이 나라 최대 규모인 1157만²(350만 평) 면적의 친환경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개발·운영하는 방글라데시 수출자유지역(EPZ)의 효시이기도 하다. 올 6월 사업 운영권을 받은 영원무역은 이곳을 노동집약적 산업 단지, 첨단과학 기술 단지, 환경친화적 기업 단지 등 8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한다. 성 회장은 “영원무역의 오랜 거래처들이 이곳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1시간30분 거리의 남딘 지역 땅 46만m²(15만 평)도 50년간 빌려 개발하고 있다. 이미 스포츠 의류 생산 공장을 지은 데 이어 공장 옆에 첨단 빌딩과 주거 시설이 공존하는 복합 단지를 만들고 있다. 성 회장은 한국에 머물 때는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고조부 때부터 내려온 경남 창녕의 고가(古家)에 내려가 한옥 복원 사업을 지켜본다. 몸이 편찮던 모친을 9년 전 창녕에 모시고 다니면서 한옥 개·보수에 관심을 가졌다. 성 회장은 직계 조상과 친척 등이 살던 이곳의 2만3140²(7000평) 땅에서 기존 한옥을 개·보수하거나, 흔적만 남은 집터에 새로 한옥을 짓고 있다. 앞으로 2, 3년이면 30채 전체의 공정을 매듭 짓는다. 이곳에 가끔 회사 직원이나 가까운 사람을 초대하기도 한다. “외국인이 와서 묵기도 하고 모임도 할 수 있는 한국풍의 미니 컨벤션 센터로 키우고 싶다”며 웃었다. 서울·경남 창녕=남승률 포브스코리아 기자 ※좀더 상세한 기사는 중앙일보 자매 경제월간지인 포브스코리아 10월호를 참조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