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23회) 中企 52시간, 기업도 일자리도 죽인다

by 사무처 posted Dec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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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中企 52시간, 기업도 일자리도 죽인다

 출처: 문화일보 12.2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강도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을 붙잡아 침대에 눕혀서 침대보다 키가 크면 몸을 자르고 작으면 키를 늘려 죽였다고 한다. 획일적인 기준의 폐해를 말할 때 인용된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근로자 50∼299인 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계도기간이 올 연말로 끝나니 당장 내년 1월부터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한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해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곤경에 처해 있음에도 52시간제를 강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은 ‘과학과 시간’을 조합하는 예술이다. 지금이 52시간제를 밀어붙일 적기인가.

근로시간은 기본적으로 경제 주체가 선택하는 ‘자율 영역’이다. 그런데도 법제화한 이유는, 과잉 근로를 방지해 건강권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우리나라는 연평균 근로시간을 근거로 스스로를 ‘과로(過勞) 미개사회’로 낙인찍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 유럽 국가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000시간 미만으로 낮은 것은 ‘파트타임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서이다. 주 40시간 52주를 일하면 연 2080시간이 된다. 한국사회는 생각하는 것만큼 과로사회가 아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오독(誤讀)이 빚은 오해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52시간제는 좋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쪽이 선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50∼299인은 사정이 다르다. 50인과 300인 이상의 사업체를 ‘같은 침대에 눕히는 것’은 정책 독선이다. 일부 사업체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49인 이하로 기업을 쪼개는 것을 고민한다고 한다.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제조업의 근간인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 등 뿌리기업들은 인력난에 처할 것이다. 뿌리산업은 외국인 고용 비중이 높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입국이 거의 없어 공장 가동률이 급감하고 있다.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인력난으로 뽑을 수 없는 형편이다. 업종의 특성상 수주가 몰리면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철야와 휴일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선박수리업종이 그 예다. 52시간제를 강제하면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지고, 조선업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52시간제 부작용을 덜기 위한 숨통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의 국회 통과가 기약이 없다. 중소기업은 퇴로마저 막힌 형국이다.

고용노동부는 52시간제를 밀어붙이면서 2만4179개에 이르는 50∼299인 기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80% 이상 기업이 52시간제를 시행 중이고, 90% 이상의 기업이 내년에는 준수 가능하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고용부의 이러한 조사 결과에는 조사 대상 기업의 60.8%인 1만4699개 기업만 응답했다는 결정적인 흠결이 있다. 응답하지 않은 것은 준비 미비 탓일 개연성이 짙다. 분모에서 응답하지 않는 기업을 빼고 ‘주 52시간 준비 완료’라고 해석한 것은 엄격히 말하면 통계 사기다.

52시간을 강제하면 근로자는 야근·특근 감소로 임금이 줄어든다. 일할 수 있을 때 일을 더 해 경제적 이득을 누리겠다는데 국가가 이를 막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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