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틔우기

by 캘빈쿠 posted Jun 09, 2024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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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틔우기

 

구 자 문

봄이 되면 산과 들에 새싹이 돋아난다. ‘겨우내 눈 속에서 기다리던 봄 ~’하며 불리는 동요처럼, 가을에 잎이 지고 겨울바람과 눈 속에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던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땅에 떨어진 씨앗도 싹을 틔워내는 때가 봄이다. 이때 땅을 뚫고 돋아나는 튜울립이나 수선화 같은 구군 뿌리들도 있고, 진달래 같이 잎이 나기도 전에 꽃을 피워 내는 경우도 있다. 이 새싹들은 빠르게는 2월부터 3~4월 동안 돋아나며, 5월이면 무성한 녹음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발아, 즉 새싹 튀움은 식물마다 다르다. 발아 조건으로 물, 온도, 산소, 햇빛 등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씨앗들의 발아 조건은 다양하다. 1) 씨앗이 되고 다음 해에 바로 발아할 수 있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몇 년 후에 발아하는 개체도 있고, 2) 오랜 기간 땅속에 있다가 껍질이 썩고 약해져야 발아하는 것도 있고, 3) 불에 타야 발아하는 것도 있는데, 이런 식물들은 기온 높고 건조하여 자연발화가 자주 발생하는 곳에 서식한다고 하며, 4) 동물의 몸 속에 들어갔다 나와야 발아하는 것도 있고, 5) 일정 시간 이상 추운 곳에서 지내야 발아하는 것들은 꽤 흔한 편이라고 한다.

 

새싹을 틔운다는 말은 산야의 식물들의 씨앗이 저절로 틔어 자라나는 경우보다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화초나 나무를 길러낼 때 주로 쓰이는 말이라고 본다. 봄이면 농부들은 못자리에 쓸 볍씨를 싹 틔운다. 보통 이른 봄에 집 가까운 논에서 시작 함이 보통이지만, 요즈음은 좀 더 일찍 비닐하우스에서 못자리를 시작한다. 그리하여 좀 더 일찍 모내기를 하고 좀 더 일찍 수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배추, , 오이, 수박, 참외 등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몽골 같이 노지농업이 100일 정도만 가능한 곳에서는 조생종을 심어야 하기도 하지만 조금 더 일찍 그린하우스에서 싹을 틔우고 노지로 옮겨 심게 된다. 물론 러시아 연해주의 농사도 마찬가지이다.

 

어릴 때부터 정원이나 화분에 피어나는 꽃들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지금도 발코니며 사무실에 작은 화분들을 키우고 있다. 제법 큰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작은 것들로서, 씨앗을 틔어 내었거나 꺽꽃이 한 것들이 많다. 그동안 싹 틔어 냈던 것들을 본다면, 아주까리, 부용, 팜추리, 겨자씨나무 등이 있고, 꺽꽃이를 했던 것들은 인도고무나무, 몬스텔라, 산세베리아, 개운죽 등이다. 이런 것 말고도 요즈음 농업 동아리 학생들과 키워보는 것이 콩나물과 새싹채소이다. 이 학생들은 농업 전공이 없는 우리 학교에서 농업에 가장 관심이 많은 교수라고 찾아왔었다. 이들은 몽골에 가서 그곳 대학과 연계하에 수강생들에게 농업의 중요성 및 실내 수경재배에 대해서 강의와 실습을 진행하고자 했는데, 지난 겨울에 현지에서 일주일 교육을 진행했고, 이번 여름에도 다음 단계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학생들은 몽골의 농업 및 식생활 관련 분석과 문제점을 도출하고, 그 해결방안의 하나로 수경재배를 택했고, 이를 실습하는 것이다. 물론 이와 함께 노지재배, 온실재배, 수경재배, 스마트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선친으로 물려 받은 듯한 필자의 화분 및 나무에 관한 관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마당 있는 주택에서 나무를 심고 다듬고 화초들을 가꾸다 보니, 지금은 많은 나무와 꽃들이 우거진, 다른 집들과는 차별화된 에코 홈이 되어 있다. 예전부터 있던 오크추리, 팜추리, 레몬나무, 동백나무 등 외에 비파나무, 천사의 나팔꽃, 알로베라, 야생알로군락, 왕갈대군락, 선인장류 등은 필자가 심은 것이다. 그후 포항에 이사와 고층아파트에 살면서도 발코니에 홍콩야쟈, 인도고무나무, 인도떡갈나무, 팜추리, 유카, 개운죽, 대나무, 아주까리 등을 심었고, 항상 무언가 씨앗을 발견하면 심어 놓는 습관이 있어 지금도 언제 심어 놓은지 모를 씨앗이 발아하는 경우가 있다. 올해 큰 화분 한쪽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아마 수년전 교정에서 따온 몇 개 해당화 씨앗이 발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몇 년전 옮기게 된 사무실에도 늘어 나는게 화분들이다. 어느 분이 방문했다가 쓸만한 화분 하나도 없다고 일갈한 적이 있기는 하나, 필자로서는 조그만 씨앗이나 꺽꽃이 등을 통해서 식물을 키워 가고 있다. 매일 물을 주고 가지도 받쳐주며 정성을 쏟고 있다. 서양란이 두 개인데 너무 빡빡 잘 자라서 분재한 것이다. 몬스텔라 꺽꽃이가 여러 개인데, 싹 나는 것을 지켜 보고 있다. 한 제자가 선물한 것인데, 여름 한 달 미국에 다녀오니 뿌리 부분이 말라서 줄기를 여러 개로 잘라 꺽꽃이를 한 것이다. 산세베리아, 스킨답서스, 호야 등도 있다. 요즈음 인근 야산에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넝쿨 줄기를 일부 잘라 꽂아 놓았더니 싹이 나기 시작하는데, 개머루의 일종일 것 같다.

 

이렇게 새싹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주변의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계절을 보내고 있다. 과거 이때쯤에는 좀 연한 색깔의 코스모스가 많이 피었는데, 이제는 좀 더 강렬한 황금빛의 금계국이 주변을 아름답게 뒤덮고 있다. 아직은 지난 수 십년처럼 아파트와 사무실에 머물고 있으나, 좀 더 넓은 마당과 텃밭에서 자유롭게 새싹들과 나무들을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화분과 나무 가꾸기가 작은 취미였으나, 이제는 본업이 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연계된 우리 삶에 관한 다양한 글들도 더 써보고 싶은 욕심이 크게 남아 있기도 하다.

 

 

 

 

2024년 6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