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다툼과 전쟁을 보며

by 캘빈쿠 posted May 06, 2024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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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다툼과 전쟁을 보며

 

구 자 문

요즈음 역사 다큐멘타리를 자주 보는데, 며칠전 연속적으로 보게 된 것이 임진왜란이고 그때 일본으로 끌려간 수 많은 한국인들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활약 정도이고, 수많은 드라마들이 쫓겨가던 조선의 왕 선조와 부패한 정부,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 기생 논개 이야기, 의병과 승병들의 활약 정도만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군들은 군인 포로가 아닌 도공 등을 포함한 수 많은 민간인들을 납치해 갔다. 그리고 10세 전후의 어린 소년과 소녀, 그리고 젊은 부녀자들을 납치해 갔는데,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1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일본에서 하녀 내지 첩으로 구차한 생을 보내기도 했지만, 포르투갈 상인들에게 헐값에 팔려 그 당시 포르투갈의 조차지였던 마카오에서 유럽 등지로 팔려나갔다.

 

그 당시 일본은 신무기 조총 획득을 위해 포르투갈 상인들에게 조총 한정에 한국인 노예 60명을 제시했다고 한다. 잡혀간 한국인이 많아서 그 당시 한국인 노예가격이 최하로 내려갔는데, 그 당시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가격은 조총 한정에 1.5명 정도라 했으니 한국인 노예들의 40배나 되는 가격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조상인 이들의 삶을 생각하니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유약했고 왕과 양반들의 나라였다. 왕과 정부는 국민의 고혈을 쥐어짤지언정 지켜주지 못했다. 왜란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일본이 명치유신과 함께 국가체계를 바꾸고, 서구 문물을 들여오고, 신식무기로 무장하고, 조선 정벌론을 기획하고 있을 때 우리 정부는 사색당쟁에 열심이었다. 그리하여 20세기 초에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게 된다. 물론 이러한 비참한 역사는 우리 한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의 다툼과 전쟁은 태고적부터 일 것이다. 식량확보와 수자원 확보를 위해서, 혹은 식민지 및 노예확보를 위해서 전쟁을 벌였고,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다.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로 옮겨가던 청동기 시대에는 살상능력이 더욱 커져서 전쟁은 서로의 도륙이 되어 버린 것이다. 왕권이 강화되어 많은 사람들을 조직하고 통치하여 전쟁도 치르고 거대한 피라밋, 만리장성 등을 세웠던 것이다. 그 당시 나라가 망하여 흔적 없이 사라진 민족이 부지기수인데, 북아메리카의 아파치 등 인디언 부족들, 중남미의 잉카제국, 인디아의 모헨조다로를 세웠던 민족들, 청나라를 세웠던 만주족을 위시한 중국대륙의 수없는 소수민족들이 그러하다. 지금도 독립을 원하는 민족들은 중국의 티벳과 위구르, 러시아의 체첸, 터어키의 쿠르드 등 많다. 이스라엘의 유대민족도 2000년 전에 나라가 망하고 근세에 들어서서 나라를 재건된 것이다.

 

 

과거의 전쟁들이 소규모로 다치고 죽어가던 소규모 전쟁이었다면 대규모 전쟁은 나폴레옹의 등장부터라고 본다. 대포를 사용하며 수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수백만에 이르는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취급함도 이중잣대일 수밖에 없다. 그후 미국의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무기의 발달로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그 후의 한국전과 월남전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도 히틀러, 스탈린 등과 같은 병적인 민족주의/사회주의자, 세계정복욕자, 인간생명 경시자 등이 존재했고, 일본군국주의 군대는 무고한 아시아인들을 남녀노소 구별없이 집단학살했다. 물론 병사들은 명령에 따라 돌격하고 가미가제를 벌이며 죽이고 죽어간 것도 사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도, 과거와는 다른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힘을 얻고 있는 현재에도 야만적인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간의 전쟁, 2년을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지속되며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중국-대만, -북한, 동유럽-러시아 등지에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의 전쟁은 그 나라들의 전쟁이고 그 나라들만을 중심으로 비극적인 영향들이 끼쳐졌다고 보는데, 현재의 전쟁은 그 스케일에 관계없이 국제적인 영향이 커졌다. 글로벌 세계에서 원료생산에서부터 생산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연결이 커서, 한 지역의 전쟁발발이 세계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많은 자원을 소모하며 인명을 살상시키고 있지만, 경제제재 등과 함께 글로벌 가치사슬이 끊어지나 그 영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역사상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꽃을 피우고, 개인의 인권이 가장 평등하게 지켜지며, 경제적으로도 가장 발전한 이 시대에는 야만적 전쟁도 없어야 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정치체제도 없어져야 하고, 비민주적인 독재체제도 없어져야 함이 맞다. 하지만 왜 다툼과 전쟁이 계속되는 것인지 누구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개인이든 국가차원이든 자체의 순수함 내지 합리적인 결정도 개인주의적이 되고 남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흔하다. 근래에 현대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러한 피해와 다툼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보아지며, 의회주의가 좀 더 체계적으로 자리 잡기 바라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국제정치경제도 각자 이익 보호 중심으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각 나라들은 국제평화유지, 국제 환경보호 원칙, 지속가능한 개발 원칙, 비인간적인 인권탄압 금지 등 국제적인 약속과 보편적인 인간윤리 하에 작동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와 같은 민간인 납치 인신매매, 정적 투옥 학살, 민의 조작 등 속임수,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통한 위협과 대량학살 등은 절대 없어야 함을 바라며 많은 나라와 국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2024년 5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