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과 인과관계의 복잡함

by 캘빈쿠 posted Apr 21, 2024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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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과 인과관계의 복잡함

 

구 자 문

우리가 사는 국가, 도시 그리고 가정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우리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순간순간 결정을 해야 할 수많은 일들 속에 살고 있다. 밥 먹고, 잠자고 등 기본적인 것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밥을 못 먹으면 배가 고프고, 배가 고프면 몸의 기능이 떨어지고 죽게 되므로 우리는 음식을 먹는다. 음식은 이런저런 요소들로 이루어졌는데, 기후변동으로 좋아하던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면, 대체물을 사야 하고, 그 종류가 이러저러한데, 오늘은 이렇게 먹는 것이 가장 건강에 좋고, 경제적이고, 맛이 있다 등 다양한 의사결정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적으로나 도시적으로나 한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 영향이 각 요소와 계층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너무 단순 논리 하에 결정되거나, 정치적 요소만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고, 연관 요소들을 다 파악하지 못하거나 가중치를 간과하는 경우도 많아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흔하다. 완전해 보이는 예측모델과 빅데이터 처리능력 갖춘 수퍼컴퓨터를 활용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물에 불만이 없다고 장담하지 못함도 현실이다. 현대사회에서 인간과 사회는 과거와 달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당연히 테크놀로지에서 부터 사물에 대한 선호와 인식에 이르기까지 변하는데, 때로는 변덕스럽게 변하는 경우가 많아 한때 중지를 모아 수립한 목표도 잘못된 것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이처럼 의사결정이란 쉽지 않은 것인데, 이를 정리해 본다면, 1) 수많은 의사결정에 포함되어야 할 요소들이 많은데, 정량화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지마는 정작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소득, 신장 등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몇 개 뿐이며, 2) 의사결정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자료 내지 연관 요소들을 시간적 제약 때문에 다 다루지 못하며, 3) 인간의 인식 내지 선호도 등은 사회의 변화 내지 상황에 따라 자주 바뀌기에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천년 전 사회에서도 아주 정교한 조각이나 그림, 또는 거대한 건축물들을 세울 수 있었고, 우리는 이를 보고 감탄을 넘어 신비하게 느끼는 경우도 많은데, 그 당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역설적으로 단순한 사회였다. 사냥 중심 사회를 지나 농업사회에서는 분업이 발생하고 생산력이 향상되며, 같은 족속들끼리 힘을 키우고 강력한 국가를 이루기도 했었다. 분업이 이루어지고 전문화되니 기술자들의 실력도 늘어서 대단한 물건들을 제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왕이나 부족장은 그 족속의 리더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니 정복전쟁을 벌이고 포로들을 동원하여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게 할 수도 있었고, 왕의 무덤에 호위무사라는 핑계로 생매장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사회가 인구가 늘어나고, 과학문명이 발전하고, 개개인의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자라나게 되고, 사회도 복잡다단해지고 각자 개인의 삶의 목표도 방식도 달라지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각자 다르게 살고 다른 것들을 추구하기에 사회구성원의 일치된 의견조율도 힘들고 진리같이 여겨질 공통의 목표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쉽지 않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흔이 보는 도시개발사업에 있어서도 토지주인, 건설업자, 지자체 등 주된 참여자들이 있고 그곳에 세들어 사는 이들, NGO그룹, 주변 사는 시민들 등 참여자가 많을 수 있는데 이들의 의견수렴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의사결정이 쉽지도 않고 결정사항이 좋지도 못할 수도 있지만, ‘도스토예프스키죽음의 집 (The House of the Dead)’ 전언에서 표현한 대로,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이기에 힘들어도 시간이 흐르면 바뀐 상황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과 인간사회란 큰 잘못이나 어려움들을 망각하는 경향이 크다. 불행한 일이 생기더라도 이를 나쁜 운으로 돌리는 경향도 크고, 잘못된 일들을 무심코 재추진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방해하는 잘못된 것들이라도 세월이 지나며 익숙해지는 것이 우리 인간이며, 뻔한 거짓말을 하거나 뻔한 일을 잡아떼더라도 그때만 지나면 다 용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인간사회라는 것이다.

 

필자의 조카가 대학원에서 복잡계 (Complex System)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작성했었다. 복잡계에 대한 해석이나 관점은 각 학문 분야와 학자들마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정의는 분명한데, "다중 요소들이 중첩적으로 인과관계의 분리가 안되어 (서로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인 상태) 단순한 미분방정식이나 단순한 논리체계로는 환원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잡계를 연구하는 것은 최대한 추론을 위해서이다. 필자가 갑자기 복잡계를 언급하는 것은 세상이 복잡 (Complicated)하기에 단순 논리가 아닌 복잡계 이론 하에 세상을 설명하고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도 보기 때문이다. 복잡계 모델은 단순 모형 (Simple System)에 비해 대단히 발전된 높은 설득력을 지닌 모델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며 사회가 매우 변덕스럽기도 하므로 복잡하게 풀어가나 단순하게 풀어가나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문제를 좀 더 단순화하여 신속히 해법을 제시함이 낫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단순함에 지배를 받고 싶은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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