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潤福 의 春色滿園
雲隨鷺去鷺隨雲 (운수노거노수운) --- 구름은 백로 따라가고 백로는 구름 따라 가네
山雲洲鷺相隨處 (산운주노상수처) --- 산의 구름과 물가의 백로가 서로 따르는 곳에
我方閑情共一群 (아방한정 공일군) --- 나도 한가롭게 같이 친구 되어 노닌다네.
殘日下平蕪 (잔일하평무) --- 저무는 해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구나
爲問南來雁 (위문남래안) --- 남(南)으로 날아온 기러기에게 묻노니
家書奇我無 (가서기아무) --- 혹시 우리 집서 내게 보내는 편지 가져온건 없는지? ** 양사언 (楊士彦, 1517-1584 朝鮮 中期의 文人)
노인들에게 "보람있는 말년을 위하여" 권하는 음식들이라는데 사실 나는 옛날부터 콩과 멸치를 많이 먹었다.
건강 식품이고 뭐고 우리 모두 무식했던 아주 어렸을때 부터 멸치만 찾으니 "너는 그저 평생 소원이 멸치냐?" 고 놀림을 받았다.
내내 가난하게 살겠다는 말 같아서 마음에 걸렸으나 별수없는 노릇이였다.
여기 와서 미국 사람들이 멸치를 보고 Dead Fish, 그것도 수많은 작은 생선들이 말라 죽어있어 끔찍하다고 할때야 비로서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둘다 비슷하게 끔찍하니 주로 채식을 즐기는 나를 보고 전생에 중이였음에 틀림 없다고 남편은 말한다.
주로 노란 메주 콩으로 만들었는데 나는 한개 한개 꼭꼭 씹어 먹으며 맛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콩이 식물성 단백질로 몸에 좋고 게다가 검은 콩은 머리도 검게 한다니 더 인기다.
그까짓 콩에다 물 조금, 간장 조금 넣고 끓이기만 하는 것이 또 그렇게 어려울줄이야~
물이 좀 많이 들어가면 꼭 메주 쑤어 먹는것 같고, 물이 적으면 딱딱하고 맛이 없다.
옛날 같은 콩자반은 영 만들수가 없었다.
그러나 차마 그걸 집어 오지는 못한다.
콩자반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는 자격지심도 그렇고, 이왕이면 김치처럼 난이도 높은 음식을 사먹는데
돈을 써야한다는 철저한 실리주의(實利主義) 정신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콩자반도 결국 내가 만든것처럼 물컹거리고 맛이 별로일꺼라는 생각이 들어 주춤하고 만다.
왕년의 명성을 다시 되찾아 보겠다는, 그런 생각인것 같다.
또 가게에서 사먹는 김치가 마음에 안들때가 많고, 교당이나 용진네가 김치를 담아주면 감지덕지하는 때문이다.
천일염을 써야만 김치가 나중에 써지지 않는다고 한국 가게에 가서 비싼 소금을 사고, 또 산다.
지난번에 김치 담고 남은 고춧가루를 내가 다 여기저기 잔뜩 냉동해 놓았건만 또 가서 태양초 "황금 고추가루"를 그것도 큰 것으로 두 봉지나 사왔다.
김치 장사처럼 동네 김치를 다 맡아 하자니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 쩔쩔 맨다.
원칙적으로 사루마다가 좋아야 뜀박질에서 일등 한다고 굳게 믿는 우리 남편은 우선 좋은 재료를 확보하느라 전념한다.
여러가지 재료를 사들이면서 길고 매운 풋고추 (Long hot green pepper) 도 사온다.
지난번에도 샀다가 무슨 이유인지 뜯지도 않은것이 그대로 있건만 또 한 팩을 사온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먼저 멸치를 넣어 잠깐 볶다가 썰어 놓은 고추를 넣어 볶는다.
무슨 놈의 음식이 사람 잡는다고 남편과 다니엘이 캑캑거리고 난리를 치면 Fan을 돌리고, 문을 있는데로 다 열고...
그렇게 조심해도 어느땐 지독하게 매운것이 걸려 단번에 눈물이 쑥 나오기도 한다.
이때쯤 되면 남편도 언제 난리를 쳤더냐 싶게 젓가락 들고 쫒아와서 "어떤게 안 매워? 이거? 이거?"
남편과 두세 숫가락 씩 Appetizer 처럼 나누어 먹는데 이 고추 멸치 볶음 밥의 맛은 어느 유명 식당의 한다하는 볶음밥에 비할바가 아니다.
중국 요리의 매운 고추 기름 같은 착상이나 훨씬 더 신선하고 개운한 맛이 입맛을 돋군다.
빵에도 밥에도 국수에도 너무 잘 어울리니 며칠을 두고 든든한 밑 반찬이 되어주는데 맛도 맛이지만 매운 고추 향은 이상하게 사기를 북돋아 준다.
그리던 고향집에 다시 온것처럼 몸과 마음이 함께 흡족하고 즐거워지니 항 우울제 효과도 있지않나 생각했다.
고추를 먹으면 운동한 직후처럼 땀이 나고 개운하다.
고추의 주 성분 캡사이신 (Capsaicin)이 입안과 위를 자극해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류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콩과 멸치, 마늘뿐 아니라 내겐 시도 때도 없이 입에 땡기는 고추도 아주 좋은 음식인것 같다.
진눈깨비 내리던 Santa Fe 의 어느 가을날. 그곳에는 눈과 꽃이 같이 있었다.
(Feb.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