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림(斯林)이라는 작은 주막에 동네 늙은이들이 모여 아까 부터 술잔을 나누고있었다 .
"오래 살다 보니 별꼴도 다 보겠네 , 6 월에서리가 내리고 지진이 일어나며 일식은 왜 일어 난담 ?"
마주 앉은 늙은이가 한탄조로 말한다 .
"글쎄 말이야 ,불길한 징조야 ..."
다른 노인이 말을 받는다
"태조왕 시절이 좋았어 ...."
"뭐 태조 께서 돌아 가시기나 했담?"
"그러니 탈이지.... 태평 세월을 그리는 것은 인지 상정이 아닌가?"
"태조께서 나이가 일백살이 넘으셨으니 살 만큼 살았지 "
늙은이들의 대화는 겉에서 돌고 만 있었다 .
차대왕의 폭정을 이야기 할듯도 한데 솔직한 얘기들은 쉬쉬 하였다 .
이때 방안 저쪽에서 혼자 술을 따르던 젊은이가 말을 건넨다
"노인 어른들께서 태조 임금의 선정만 얘기 하시지 현실을 얘기 않으시니 진실을 듣고 싶습니다"
노인들이 말 소리 나는 곳을 모두 응시하니 얼굴이 희고 말쑥하 게생긴 선비 타입의 청년이 말꼬리를 잡는다 .
노인들은 경계의 눈 초리로 모두 약속이나 한듯이 서로의 얼굴만 처다 보며 말이없 다 .
"말씀해보십시요"
선비 같은 젊은이가 또 한번 청한다
"그 무슨 망녕된 소리를 하라는 말이오? 우리는 나랏 일과는 담을 싼 사람들이오 . 날씨 얘기를 하는데 .웬 쓸데 없는 얘기는......"
젊은 선비는 지지 않겠다는듯이 말 꼬리를 계속 잡는다 .
"그러면 제가 말씀 드릴가요? 보십시요 .이렇게 세상이 어수선한 세상을 보셨습니까? 우리가 그동안 태평성세를 누리고 있었던 것도 오직 태조대왕이 끼쳐준 혜택 때문이 아닙니까?
태조 대왕께서는 일백 여년 동안을 살아 오시며 국내외적으로 쌓아 올린 업적이 얼마나 많으셨는지 모르시는분이 없으실것입니다 .
그런데 남겨준 태평 성세조차 유지를 못하고 수많은 충신들을 죽이고 있지 않나 태자를 함부로 죽이지 않나 ? 나라의 재정은 자기 개인 재산이나 되는듯이 즉흥적으로 물쓰듯하여 나라 살림이 쪼들릴대로 쪼들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돈을 누가 대어야합니까? 조금전 태평성대를 얘기하시니 곁들여 들이는 말씀입니다 ."
지금까지 가만히만 있던 노인 한명이 그제서야 말한다
"하기야 태조대왕이 집권할때 이렇지 않았지 ..."
이 말에 노인 한명이 먼저 자리를 일어선다
"나 볼일 있어서 먼저 가네 ..."
뒤따라 노인들이 일어 서더니 뿔뿔이 흩어진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젊은이가 혼자 껄껄 웃는다 .
"이사람 젊은이 자네 목이 열개라도감당 못하겠어 .."
돌연히 옆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뒷방에서 노인들과 젊은이가 하는소리를 듣고 있던 웬 중년 사내의 음성이었다 .
"뉘신데 무례하게 반말로 끼어드십니까?"
젊은이가 돌아다 본다
그 중년사내가 젊은이의 술 좌석으로 허락도 없이 앉는다 .
"어디서오신 젊은이이신가 ?"
말투가 좀 달라지었다 .
"한와골(翰蝸谷)에서 왔습니다"
젊은 선비가 조금도 흩어지지 않는 자세에 감동을 받았는지 말투가 사뭇 정중 해지었다 .
"말씀 들으니 선비 같으신데 내가 좀 무례하였소"
"원 별 말씀을 ..."
"나는 연나부 조의 명림답부 어른 밑에서 일하는 부절로 우슬소(祐瑟素)라는 사람이오"
부절이라면 고구려에서는 최 말단 관리로 실무를 맡아 보는 관직으로서 최하위 관직이다 .
젊은이가 상대의 직함을 듣더니 자기 소개를 한다 .
"저의 이름은 고사노(高思奴)라 합니다 . 이런 장소에서 뵈니 송구스럽습니다 "
아까 노인들 앞에서 갈파하던 기개는 어디로 가고 조용하기 짝이 없는 젊은이였다
우슬소가 말을 꺼냈다 .
"이곳은 함부로 말 할 곳이 못되니 조용한 곳으로가서 얘기좀 나눕시다 "
고사노는 갖고있던 활과 칼을 들고일어선다 .
따라 나서는 고사노를 쳐다 보며 우슬소가 또 한마디 건넨다 .
"첢은 이가 평소에도 칼과 활을 갖고 다니시오?"
"아닙니다 , 제가 무예는 미진 하오나 평소 부터 칼과 창쓰기를 생활화합니다"
"흠, 무슨 목적도 없이?"
"내 언제인가는 세상 살이에서 마땅히 해야 할 중요한 일을 위해서 무예를 갈고 닦고 있습니다"
"큰일이라....."
우슬소가 얼굴 빛을 고치며
"아까 노인들과의 대화를 듣고 보니 나도 동감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내가 명림답부님 밑에서 일하는 말단 공직자이지만 도대체 지금 세상 돌아 가는 꼴을 보면 나라꼴이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
지금 차대왕이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하는짓이 무도막심하여 백성을 위하여 있는것인지 백성들을 약탈하려 하는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하고 비분강개한다 .
"맞습니다 . 제가 이렇게 무예를 익혀 둔것도 대의를 그릇치는 자들을 제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고사노의 입이 의지가 깃들고 눈이 빛난다 .
우슬소가 말을 나누다 보니 고사노가 어떤 사람인가 더 궁금하였다 .혹시 차대왕의 직속 첩자인지도 모를까 해서였다 .
"한와골에서 오셨다는 들었고 성이 고씨인데 한와골 어느집 자손이시오?"
고사노가 거침 없이 대답한다 .
"내가 차대왕의 관원일까 보아 그러시나 본데 실은 막덕왕자의 6 촌 동생입니다 .차대왕이 막근 태자를 폐위에 대하여 일어난 막덕 왕자가 거사를 하려다 불행하게도 형님이 자살하는 바람에 절차부심(切磋腐心) 하고 있는 중입니다 ."
"허.....그러신줄 모르고 ...세상 사람들은 당장 굶주리면 먹여주는 사람에게 빌붙다 배부르게 되면 헌신짝 처럼 버리고 떠나는 야박한 세상인데 의를 위하여 절차탁마 하는분을 만나다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우슬소가계속 말을 잇는다
"우리 명림답부 어른은 순수한 어른으로 교만한 차대왕을 제거할 인물을 찾고 있던 침입니다 . 우리 어른은 벌써 패자가 되고도 남을 분인데 미지류, 어지류 , 양신같은 간들 때문에 빛을 못보고 계신분입니다 .욕망이나 타산에서 초연한 의인 명리답부님과 거사에 참여 하여주십시요"
고사노가 답한다 .
"여부가 있습니까?"
우슬소가 고사노를 명림답부에게 안내하여 소개하였다 .
여기서 명림답부가 어떤 인물인가를 잠간 살펴보자 .
그는 연나부 출신으로 어려서 부터 기골이 장대하고 글을 읽으면그뜻을 먼저 터득하고 활쏘기말타기에 뛰어난 솜씨가 있는사람이었다 .
그는 미관 말직이나마 연나부 조의로 있으면서 군사조련을 맡아 보고있는 미관 말직에 불과 했다 .
그런데 명림답부에게는 울절(3관등의 공직자)로 있던 매파슬(買破瑟)이라는 매부에게 시잡간 누님이 한분이 있었는데 미모가 뛰어났다 . 차대왕은 임금이 되기전부터 울절 매파슬의 집에 자주 드나들며 술잔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그가 일찍 죽자 차대왕은 사냥을 갔다 돌아오다가 매파슬이 죽기 전부터 눈독을 들이었던 명림답부의 누이를 찾아가 예전 처럼 술을 따르라하였다 .
그러나 명립답부의 누이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차대왕이 괫씸하게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 사건이있었다 .왕의 요구를 거부한 명림답부의 누이는 그날밤 스스로 목슴을 끊었다.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는 죽은자가 말이없으니 알턱이 없고 명림답부는 누이의 자살을 보자 이를 갈았다 .
(저게 무슨 임금이라고 ...저런 놈은 갈아 치워야 한다 )
명림답부는 같은 동네에사는 태대형(지역의 행정관)을 지내었던 복사매(伏査買)를 자주 찾았는데 사람 됨됨이 과단성이있는 사람이었다 .
명림답무는 어느날 차대왕을 수행하여 송화호(松花湖)에 뱃놀이갔었는데 왕에게시 한수를 써서 올렸는데 그 내용이 차대왕의 학정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
왕이 글을 읽어보고 부터는 번번히 승진에서 제외 시켰다 .
이때부터 명림답부는 복사매를 자주 찾았고 이윽고 두사람은 왕을 갈아 치울것을 계획하기 시작한것이었다 .
왕의 학정에 평소 마음이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있던 울절 정리순치(程離循置)가 이계획에 끼어 들었다.말객 무리소(舞里素), 당주 연개조리(淵蓋組離)등과 명림답부를 따르는 무사들이 속속 가담해왔다 .그들이 차대왕 다음으로 임금으로 모실려하는 사람은 태조의 막내 아우 백고였다 .
이복형인 차대왕이 언제인가는 해칠지 모른다는 겁을 먹고 살고있던 태조의 아우였다 .
그런데 백고의 유일한 후원자인 태조가 노환으로 별궁에서 119 세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