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년만에 옛 전적지를찿아서...
ㅇ. 프롤로그.
'Mable Mountain'은 베트남 중부도시인 'Da Nang'과 "Hoi An'市 중간쯤에 위치한
해발 約200여미터 정도의 돌산으로, 山전체가 대리석으로 이루워진 명승지이다.
평야지대와 열대림 가운데 우뚝 솟아 太古의 아름다움을 지닌 이곳엔
신비스러운 종유굴과 그 속에 五幸寺라는 고찰이 함께 있어,
이곳 원주민들에겐 오래 전부터 이어온 신앙과 영험의 聖地이기도 하다.
금년은 자유 월남이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
'월남 패망 제48주년' 되는 해이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도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교훈과 전쟁의 비극을
몸소 겪었던 지난 날을 회상하며 옛 전적지를 돌아보기로 하였다.
2013년 1월 13일 오후, 우리 베트남 참전 동기생 일행을 태운
아시아나 항공 제755편 보잉 777機는 약 다섯 시간 만인 당일 밤 열시경,
베트남 제3의 도시인 ' Da Nang'국제 공항에 사뿐히 내려 앉는다.
이곳은 40여년 전인 1967년 무렵, 우리들이 젊었던 그 시절에
주월 청룡 부대원으로 美 해군의 병력 수송함 '가이거'號나 '업셔'號를 통해
수 없이 오르고 내리던 전쟁 터의 관문이기도 하였다.
그때 우리들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병력의무를 필 하고저 입대한
스물다섯 정도의 늠름한 청년이었다.
오늘은 쾌적한 항공편으로 불과 다섯 시간 만에 도착하였지만,
그 옛날에는 부산항을 떠나 꼬박 여섯 밤 일곱 낮의 파도 치는 항해에서
얼마나 지루하였고 멀미에 시달렸던가...?.
그 때를 기록한 옛 '소대장의 비망록'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 1967년 9월 30일(토) 맑음. "
부산 제3부두에 운집한 수많은 환송인파, 제병지휘부의 절도있는 출국신고,
파월 수송함 'Goden Bear'호의 구석 구석에 매어 달린 채 손에 손에
전투모로 박자를 맞추며, 신 들린 듯 외쳐대는 군가 합창은,
마치'살아서 돌아 와야만 한다!.' 는 파월장병 모두의 애절한 절규 였으리라..!.
이들을 마주 보며 손 흔드는 어느 두메산골에서 온 듯한 순박한 촌부의
오열하는 얼굴에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된채 낭군을 떠나 보내며 흐느낌을 삼킨다.
어느 유행가 가락처럼
"아 ~ 나~아는 어떡하~아라고..?."
이윽고 우렁찬 기적소리가 용두산 묏 뿌리에 메아리 친다. 드디어 출항이다.
점점 멀어져 가는 한반도의 남부 해안이 아득해 가는 이 절박감보다는,
또다시 밟아 볼 수 있을지 조차도 모를 조국의 모습이 아스라히 멀어져 가는 것이다...
( 이후 생략.)
ㅇ. 포연이 자욱했던 'Da Nang'市의 오늘.
몇 해 전 '동토의 왕국'에 세상 물정이라곤 쥐뿔도 모르는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오랫 만에 '상하이'의 발전상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천지가 개벽 했노라'고 탄식 했다 하던가...?.
40여년 만에 다가온 '다낭'市의 오늘에 모습이 바로 그런 감동 이었다.
그 옛날, 온 천지를 진동하던 전폭기의 금속성과 '코브라'헬기의 둔탁한 회전음...
밤 공기를 뒤 흔들던 폭발음과 사방에 불 밝히던 조명탄의 아련한 추억...
어디선가 벌어지던 간헐적인 소총소리...열대 전선의 밤은 온갖 소리의
불협화음속에 하루를 잉태하고 또 하루를 초조하게 흩날리곤 하였다.
그런가 하면 거리를 방황 하던 헐벗은 피난민들과 오랜 전쟁에 지친
불구자들의 군상,그리고 우리를 볼적 마다 '따이한'을 연호하며
손 벌리던 영양실조의 어린아이들...
지붕이 통채로 날아간 채 폭격으로 흩어진 처참한 촌락들의 잔해...
이렇게만 기억되었던 베트남의 오늘은, 생기 발랄한 청년들의 밝은 표정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는 듯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하선망을 통해 첫발을 내 디뎠던 '美 해병 제 3상륙군 사령부' 전용의 군항엔
山처럼 쌓였던 군수물자와 각급 전투함 대신, 호사스런 유람선과 말끔히 단장한
여객선들이 활기찬 연안부두 터미널에 정박해 우리를 맞는다.
그리고 온몸을 드러낸 형형색색 차림의 젊음들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해안선 主 도로를 따라 저 멀리 남지나海를 바라 보던
'美 제360전술공군' 활주로는 황폐한 폐허로 변해있어 우리들을 씁쓸하게 하였다.
무너진 격납고 주변엔 사람 키 만큼이나 자란 잡초만이 무성하였고,
옛 전쟁터의 모습 그대로 인체 새삼 '황성 옛터'의 무상함은
우리들 이방인의 가슴 마져 저미게 한다.
옛 상념도 잠시뿐, 베트남 연안을 세로로 지르는 제1번 국도 해변을 따라
남하하던 차창 밖으로 추억 어린 '마불 마운틴'이
손에 잡힐듯 서서히 시야에 들어온다.
파월되던 그해 12월 22일 (M Day) 미명을 기해, "Chu Lai'지역을
美 육군 Americal사단에게 인계하고, 새로운 작전지역인
'호이안'전술지역으로 이동하던 '비룡작전(飛龍作戰)'의 첫날에 기억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아직도 생생하게 닥아온다.
준비명령 제1호와 작명 22-67호에 의거, 필자가 소속된 지 순하 대위의 특공중대는
군종참모 주 계명목사의 구구 절절한 작별기도가 끝나는 즉시,
최 칠호중령이 지휘하는 제3대대에 배속, 선봉 제1제대 '헬기'로
'호이안'에 진주 하던 날, 소대원들을 이끌고 초조한 가운데
'시누크 헬기'에서 바라본 저'마불 마운틴'의 자태는
마치 한 폭의 안개 속에 동양화였었다.
곧 벌어질 전투의 긴장 속에 소총을 품에 끼고, 공중에서 내려다 보며
혼자서 중얼거리던 한마디는,
" 이 평화스런 금전옥토에 전쟁 이라니..?.
전쟁은 없어야 한다 !.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 였었다.
해가 바뀐 1968년 1월 12일 (M+21.), 부대기동 제1제대에 이어
'헬리콥터'공중기동과 LST함에 의한 해상이동으로
홍 성환 중령의 제1대대와 김 관진 중령의 제2대대는 제2제대로 기동,
이미 새로운 전술지역으로 이동을 완료 하였었다.
드디어 (M+26일)인 동월 17일,
김 연상 여단장은 기동 제3제대인 제5대대 이 화출 중령과 포병
김 해근 중령및 기타부대 파견대를 이끌고 새로 구축된 여단 본부 CP에안착하는 동안,
우리 특공중대는 연일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색과 정찰, 탐색작전에 임하면서
고국의 향수를 달래곤 할 때 마다 마음에 위안을 받던 곳이
바로 저 '마불 마운틴'이 아니었던가...?.
ㅇ 여단본부 자리의 흔적을 찿아서...
'An Ban'마을... '다낭' 남쪽 25Km 지점...
이 근처가 분명 여단본부의 전방 CP 자리였을 텐데,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런 흔적도 찿아 볼 수가 없이 황량 하기만 하였다.
어렴풋하게 나마 짐작되는 지형은 'Ha My Dong' 해변의 남서쪽
구릉지대에서 바라본'Song Cau Lau'江의 정경이다.
그리고 이 江줄기에 둘러 쌓인 삼각주가
울창했던 옛 모습 그대로 우리일행을 맞을 때,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용감했던 옛 부하들을 잠시 떠 올리며
그들의 명복을 빌어 보았다.
'비룡작전'이 절정을 이루던 1월 20일(M+29일),
뜨거운 열대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얼마나 뜨거웠던가 ?.
황량하기 그지없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그제는 제1대대에 배속, 어제는 제3대대에 배속,
매일 매일을 주간탐색과 야간매복으로 지새우던 차에,
그날은 마침 아무런 작전명령이 없는듯하여
쌘드백(모래낭)으로 중대 관축소 보강작업을 독려하던중,
소대장의 철모를 튕겨나간 스나이핑(저격)이
김 한성하사의 흉부를 관통하여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그곳이 바로 삼각주의 VC(베트콩)아지트로 판단돼
싹쓸이 코져 출동을 건의 했으나
초창기 지휘소가 결정이 안됐을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였기에
우리의 보복작전은 뒤로 미뤄 졌었다.
그 당시 군수관계 참모들은 보급로의 개설과 시설물 건축, 통신망 가설 등
많은 시일을 요하는 작업들이 수반되므로,
다소 지역이 협소할지라도 약간의 시설물이 남아있는
현 위치( 美 해병 제 5연대 CP였던 곳.)을 주장 하였던 반면,
작전분야의 참모들은 현 지역이 여단급 부대가 점령 하기엔
지역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이미 적에게 노출 된지 오래되어
적의 포격에 취약하며, 광전면으로 기지방어에 많은 병력이 소요된다고
부적합성을 지적 했지만, 지역평정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여단장은
마을 지역으로 단안을 내려 다가올 구정공세에 대비 하였던 것이다.
뉘였 뉘였 저무는 '호이안'의 저녁 노을은 옛 전쟁터의 상처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적지 방문의 첫날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저 멀리 캄보디아를 연하는
안남산맥에 걸린 황혼이 유난히도 아름답다.
하루해가 저물었으되 그 노을은 더욱 아름답다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