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불 마운틴의 追憶. ( 소대장의비망록 2 )
ㅇ 베트남戰史에 한 획을 그은 " '68년도 구정공세." !.
1968년 1월 30일(화요일) 맑음.
이날 새벽 두시, 베트남 최대의 명절인 구정(舊正)의 휴전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월맹軍은, 베트남 북부의 옛 왕도(舊 王都)인 'Hue'市로부터 시작하여 南쪽끝
'Mekong Delta'지역에 이르는 베트남全域에 걸쳐 연합군에 대한 대규모의
기습공격을 감행하였다.
베트남 中東部의 '퀴논'지역에 위치한 육군 맹호사단은 이날 월맹군 제 5사단 예하
95연대의 기습으로 '혜산진 제2호작전'과'맹호 제10호작전'을 전개하게 되었고,
'투이호아'지역의 백마사단 역시도 敵 제 7사단과 지방VC의 공격을 받아
'은마 제1호작전'과 '준마 제2호작전'을 전개한다.
한편 베트남 최북단 '케산'지역으로 이동한 美 해병 제 1사단 5연대의 후속부대로,
舊正 바로 전날인 29일까지 무려 38일간에 걸친 "飛龍作戰'을 끝낸 청룡여단은
'호이안'진주 다음날에, 敵 제 2사단 예하부대와 지방'게릴라'부대와 맞다들여,
'괴룡 제1호작전'을 펴기에 이르른다. 이에 특공중대는 '호이안'市의 긴급 탈환작전과
곤경에 처한 제3대대 제10중대의 지원에 나섰다가 급기야 적의 철통같은 포위망에
같혀 惡戰苦鬪를 겪게 된다.
"살기를 원한다면 죽기를 각오하라..!. 그러나 죽기를 각오 한다는 것이
決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길만이 이 진퇴양난의 죽음의 계곡을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다..!.'
美 해병 제1사단장 'Smith'소장이 '장진호 철수작전'에서 남긴 名言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는 이제부터 후방으로 진격한다..!. 살기를 원한다면 나를 따르라..!.'
라고 하였다던가 ?.
열대의 뜨거운 태양이 中天에 이글거린다. 정오경 시작된 치열한 교전상황이 벌써
두어 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까지 겪었던 VC와의 전투는 확연히 달라,
월맹정규군과의 교전이 포위망에 갖힌 우리들을 몹시도 괴롭힌다.
훈련된 정규군의 정확한 조준에 아군피해는 늘어가는 듯하여 이곳 저곳에서
'소대장과 위생병'을 찾는 비명소리가 늘어만 간다. 작열하는 포탄과 철모에
불꽃을 튀기는 적탄이 귀밑을 스치며 지옥의 묵시록을 방불케 한다.
ㅇ 박승진중위의 장렬한 최후 !.
저들의 아군 소대장에 대한 저격시도는 필수 과목인 듯 했다. 수신호를 하려
손만 살짝 들어도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스나이핑'이 빗발친다.
아무리 소대장 티를 안 내려 애를 써 봐도 어찌 그리 잘도 알아 보는지?.
통신기 작동모습과 작전지도를 펼쳐 든 초급지휘자는 저들에겐 충분한 먹잇 감 이기에
옴짝달싹을 못할 정도다.
불과 몇 分前에 적정을 소상히 알려주면서 각별한 몸조심을 당부하던 제 10중대
박승진소대장이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는 비보가 날아든다.
그의 분대장인 이용구, 이건규, 이봉재하사등 9명의 소대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관통상을 입은 옆구리를 감싸 안은 채 홀홀 단신으로 적진에 뛰어 들었다가 분사했다는
슬픈 소식이 무전기를 통해 전해온다.
문득 소대장다운 최후는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한번뿐인 人生~ 삶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들 삶의 과정은 아마도 살아서도, 혹은 죽어서도 가야 할
행선지가 따로 있단 말인가?. 그 영원한 행선지를 向해 그 또한 낯선 이국전선의
정글에서 이토록 허무하게 떠나야만 하는가?. 학창시절에 단짝이었던 박승진중위는
방금 前, 꽃다운 스물다섯의 나이에 한 마리 鶴이 되어 하늘나라로 훨훨 날아올라
이승을 떠났다.
"승진아..!. 졸업 후에 무엇이 될래?.", 꿈 많던 그 시절, 결강 일 때면
대학'캠퍼스' 잔디밭에 한가로이 누워, 무심히 흐르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곧잘 나누던 대화의 화두는 언제나 미래의 포부였었다.
"응~ 병력의무를 끝내는 대로 고시에 재도전 해야겠지..?.".
그의 고시성적은 언제나 우리 科의 상위였었다.
"무일아!. 너는?.", " 나~? 글쎄~? 세상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문필가가
되고 싶긴하지만..." 몇 일전에 밤을 새워 읽은 '고미가와 쥰뻬이'의
滿州軍에 知性을 다룬,'인간의 조건'이 떠 올랐기 때문이었나?.
순간 정성 것 키워주시고 무사히 귀국 할 것을 학수 고대하시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과연 이 처절한 전쟁터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부질없는 상념도 잠시... 갑자기 예상치도 못했던 세시방향에서 적의 60미리와
81미리 박격포탄이 동시에 날라 든다.
작열하는 충격에 철모가 날라가고 흙더미가 머리위로 쏟아 진다.
포성의 진동으로 고막이 터져 피가 흐르고 골이 빠개지는 듯 아프다.
뒤이어 후 측방 폐허건물에서 우리를 향해 예광탄이 목덜미를 스쳐 지나간다.
"엄청 정확한 저격수의 '스나이핑'이다. 까딱하면 죽는다. 그러나 의연해야 한다.
소대원들이 보고 있다 !."
소대장 벙커 정면의 둔덕이 포탄 폭발로 인해 흙더미에 파 묻혀 시야를 가린다.
관측이 용이한 위치로 재빨리 두어 바퀴 좌로 굴러 옮기자 마자 바로 그 빈 벙커에
직격탄이 작열 한다. 일촉즉발의 순간 이었다 !. 만일 어정쩡하게 그 자리에
그냥 눌러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 " 하마 트면 포살 당할 뻔 했구나..!.".
등골이 오싹해지며 갑자기 누군가가 뒷 머리끄덩이를 잡아 끄는 느낌이다.
공용화기射手 박오봉병장에게 주공방향으로 사격을 독려한다. 3.5"RKT와
79미리 유탄발사기로 적진을 타격한다.FO(포병관측장교) 이영세중위가
포 사격을 유도한다. 결사적으로 적진을 향해 온 중대화력이 불을 뿜는다.
사방에서 사상자가 속출 하는 듯 비명소리가 귀청을 뚫는다. 아비규환 속에
코앞에서 용전하던 LMG사수 성기하 해병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응사방향을 그리로 집중시키려는 순간 이번에는 좌,우측 숲 속에서 협공이
시작된다.사면초과다. 추측컨데 우리의 몇 배에 화력이다. 이윽고 포위망이
좁혀 온다. " 완전히 독 안에 갇힌 쥐 꼴이 되었구나..!."
순간, 첨병소대를 이끌던 서정호중위가 작열하는 포연과 휘뿌연 흙먼지를 헤치며
우박 같은 적탄을 뚫고 필사적으로 우리정면으로 뛰어든다.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 된
그의 얼굴엔 오직 필생의 눈빛만이 불탈 뿐이다.흙투성이의 방탄조끼와 철모 카바가
온통 핏자국으로 얼룩져 , 부상당한 소대원들의 모습을 한눈에 연상할 수가 있었다.
"서중위 !. 웬일이야!.", 다급하게 묻자 실탄과 로켙탄이 떨어져 속수무책 이란다.
"큰일났구나 !. 우리소대도 거의 바닥일텐데..!.". 혼자 중얼 거린다.
그러나 즉시 작전하사를 불러 3.5"로켓탄과 79미리 유탄을 있는 대로
수거하라 이르니 평소에 조용히 복명만 하던 조용환하사가 갑자기 돌변하여
눈에 불을켜 대고 당장이라도 뜯어 먹을 듯 대든다.
"소대장님예!. 그라모 안되지 예!. 우리소대는 고마 죽으란 말씀입니껴 ?.".
고갈된 실탄보급의 항공지원도 끊긴지 이미 오래되어 그의 항변도 당연했을 것이다.
"소대장인들 조하사 마음을 왜 모르겠나?. 방금 지옥에서 헤쳐 나온 모습의
서중위를 우리가 안도우면 이 처절한 전쟁터에서 누가 그를 돕겠는가 ?.".
차근차근 달래 생명 같은 실탄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아 들려 보낸다.
"김중위!. 오늘에 이 고마움을 決코 잊지 않을께..!.",
"서중위!. 속히 돌아가서 최선을 다하여 소대원들을 救하게나..!.'
ㅇ 정면 돌파만이 살길이다 !.
중대장의 용전이 필사적이다. '앵그리코'의 공중폭격과 포 지원사격을 유도하여
적진을 쑥대밭으로 작살낸다. 근거리 '네이팜'탄의 폭발로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확~덮친다. 말발굽 형 포위망 속에 갇혀 아군 피해가 속출한다.
시간이 경과 할수록 불리한 상황이다. 이윽고 실탄과 RKT탄이 바닥날 지경이다.
남은 것은 오직 근접 전에서나 사용할 수류탄 뿐이다. 과감한 정면돌파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 1소대는 우일선, 2소대는 좌일선, 3소대는 후측 방어, 각 소대는
일제약진 앞으로..!!. 오해순중사와 김영대하사, 그리고 김태이병장과 김일용상병등이
선봉에서 적진으로 뛰어든다.
과감한 공격과 용맹스런 돌격으로 해가 중천에서 기울 무렵쯤 되어서야 마침내
철통 같았던 적진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상황을 역전시켜 포위망을 벗어난 우리중대는
드디어 제10중대와 연합하여 패퇴하는 적을 가로 막고 소탕전에 들어간다.
"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싹 쓸어 버려라 !."
여단본부의 지시에 따라 수색 조를 편성하여 전과확대와 결과확인으로 한숨 돌리는 순간,
우측 방 20여 미터 전방에서 진두지휘하던 지순하중대장이 갑자기 고목 쓰러지듯
앞으로 푹~ 고꾸라진다. 빗발치는 탄막을 뚫고 달려가 중대장을 품에 안는다.
"중대장님!. 정신 차리세요!."
흉부에서 솟는 피가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막아도 막아도 끝이 없다.
적십자도 선명한 '매드백'헬기로 후송할 때 마지막 지시사항은 꺼져가는 쉰 목소리로
"中隊를 잘 부탁한다 !!."였다. 그리고 필자의 빛 바랜 '소대장의 비망록'에 남겨진
이날의 기록은 "서기1968년1월 30일 (화요일) 맑음, 오후 2시30분"으로 기록되어 있다.
ㅇ 에필로그.
44년전~ 당시 베트남 전역을 휩쓸었던 이날의 치열했던 격전이 월남戰 戰史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1968년도 구정공세."였음을 우리 전투원들은
전혀 알지를 못했었다. 그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
고국에서 보내온 신문을 보고서야 비로서 알게 되었다.
이제 5일간의 전적지 순례를 마치고 베트남을 떠날 시간이다.
저 멀리 'Mable Mountain.'에 물드는 저녁노을이 서글프도록 아름답다.
문득 고개를 들어 이제는 이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지순하중대장,
김갑수구대장, 신종칠구대장, 그리고 어깨를 나란히 生과 死의 고비를
무수히 함께 넘었던 동기생 이수장중위, 한장석 중위의 명복을 빌어 올린다.
끝으로 강화부대 외로운 끝섬, 唜島 소대장시절을 함께했던 은명수중대장과,
유명을 달리한 주월 청룡부대 특공중대 제1소대 용감했던 옛 소대원들에게도
함께 명복을 빌며 왕생극락을 기원한다.동작동 국립 현충원, 양지바른 언덕
저만치에서 다가오는 가을과 함께 그들이 손 짖을 한다.
"피아트 뿌룬다스 뚜아...!!" 主여 부디 主님의 뜻대로 편히 쉬게 하소서...
天國에서 다시 만날 그날까지.,.
- 끝 -
The Ride of the Valkyries - 바그너(지옥의 묵시록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