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설시장 7조 달러로 급성장…
국내보단 50배 큰 해외로 나가야”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미 엔지니어링회사 오택 인수
“이제 우리나라 건설업체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 합니다. 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7조 달러로 국내 시장의 50배나 됩니다. 미국의 엔지니어링회사를 인수한 것은 이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최근 미국 엔지니어링 회사인 오택(OTAK) 지분 60%를 800만 달러(약 86억원)에 사들인 한미글로벌(옛 한미파슨스) 김종훈(62·사진) 회장은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회장은 1996년 미국의 건설사업관리(CM) 전문업체인 파슨스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에 CM 기술을 처음 들여왔고 2006년부터는 파슨스와 전력적 제휴 관계만 유지한 채 독자적으로 36개국에 CM 기술을 수출해왔다. 미국 업체 도움으로 국내에 선진 건설기법을 들여온 지 15년 만에 엔지니어링 분야의 본고장인 미국 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김 회장은 “국내 건설업체들의 시공 능력이 많이 발전했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도시계획 및 설계 분야는 아직 선진 업체에 못 미친다”며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선진 엔지니어링 업체 인수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2년간 전 세계 200여 회사를 물색한 끝에 오택을 점찍었다고 한다. 1981년 설립된 오택은 미국 본사와 10개 지점, 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에 380여 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도시계획 및 설계 전문업체로 오리건주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김 회장은 “오택의 도시계획 능력과 한국의 IT 및 신도시 건설 노하우를 합쳐 중동·인도·아프리카·중국 등지의 신도시 프로젝트를 적극 수주할 계획”이라며 “오택의 CEO인 나자드 오스만이 이라크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라크의 전후 복구사업 참여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글로벌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은 국내 건설업계의 일감 증대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오만에서 한미글로벌이 관리하고 있는 항만건설 프로젝트에 저가로 입찰한 중국 업체 대신 국내 건설사를 시공사로 참여시킨 게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오택 인수는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2015년까지 수주 1조 달러, 매출 8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해 전 세계 CM업체 중 톱 10에 꼭 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