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뇌에서 1㎜보다 작은 굵기의 혈관이 막히면서 시작된다. 이 혈관은 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해도 보이지 않는다. 사망한 환자의 뇌를 해부했을 때 해당 혈관이 막혔음을 알 뿐이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사람에서 이런 미세 혈관을 촬영한 해부도를 발간한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 연구진이 이달 말 미국 스프링거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해부도는 시체의 뇌를 해부한 사진과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찍은 MRI 사진을 함께 배치한 해부도다. 해상도는 0.2㎜.

연구진은 시체의 뇌를 1㎜ 간격으로 위에서 아래로 깎아가며 단면을 촬영했다. 이 사진 옆에는 뇌과학연구소의 7T(테슬라, 자기장 세기 단위) MRI로 산 사람의 같은 부위 뇌를 촬영한 사진을 배치했다. 시체에서만 볼 수 있던 미세혈관을 산 사람에서도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MRI는 강력한 자석을 갖다 댔을 때 인체 내부 물질이 반응하는 정도를 컴퓨터로 처리해 영상을 만든다. 7T MRI는 지구자기장 35만 배 정도의 자기장을 내는 세계 최고 해상도의 MRI다. 현재 병원에서는 3T MRI를 쓰고 있다. 조 박사는 "전 세계 30군데 연구소에서 7T MRI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만큼 제대로 영상을 만드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다음 목표는 14T MRI. 현재 기술로는 이 정도 세기의 자석을 만들 수 없다. 7T MRI 개발에서 한국에 밀린 프랑스와 일본이 11.7T MRI 개발에 나선 것도 그런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조 박사는 "세계 최고가 되려면 전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X선이나 CT를 개발한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탄 데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영상기기를 만들면 한국 과학이 획기적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14T MRI는 해상도가 0.05㎜다.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나, 치매로 막히는 미세 혈관이 이 정도 크기다. 따라서 어떤 검사로도 불가능했던 치매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진다. 우울증의 진행과정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천의대 김영보 교수는 "2013년 개발이 목표"라며 "최근 정부가 프런티어사업의 뒤를 이을 장기 연구프로젝트로 고려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