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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의 그림(사진 오른쪽)과 함께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나카시마의 테이블과 의자. 조명 디자이너 무이의 등(燈)은 칼더의 모빌을 연상시킨다./국제갤러리 제공
가구, 디자인 넘어 조각 작품으로
국제갤러리 '인테리어전(展)'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는 지금 《인테리어전(展)》이 열리고 있다. '메이저 갤러리가 왜 인테리어 전시를 기획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이는 최근 미술계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볼 수 있듯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인테리어전(展)》은 단순히 세련된 고급 가구를 늘어놓는 전시가 아니다.
세계적인 작가의 회화나 조각 작품에 가구가 어떻게 어울리고 심미적 시너지를 내는지 보여주고, 더 나아가 '조각'의 대접을 받기 시작한 디자이너의 가구를 선보이는 자리다.
가구를 만든 디자이너들은 장 프루베·조지 나카시마·샬롯 페리앙 등으로 현대에서 요구하는 실용성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우환의 작품 〈Dialogue〉와 함께 어우러진 가구는 조지 나카시마의 테이블과 세르주 무이의 조명이다. 당대 최고의 조명 디자이너였던 무이의 디자인은 모빌로 유명한 칼더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무이는 칼더의 영향을 받았고, 1950년대에는 갤러리에서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현대미술의 거장인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 아래 놓인 테이블과 의자는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프루베의 것이다.
프루베는 목조 위주였던 가구에 철을 혁신적으로 도입한 인물로 20세기 디자인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프루베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은 샬롯 페리앙으로 기계화 시대의 미학을 인테리어에 도입한 선구적인 디자이너로 꼽히고 있다.
조지 나카시마는 원래 건축학도였다가 가구 디자인에 새롭게 눈을 뜨면서 이 분야의 거인으로 우뚝 섰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1990년대 말 뉴욕의 컬렉터들이 워홀이나 바스키아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걸면서 작품과 어울릴만한 인테리어를 생각하다 프루베의 디자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을 받아 5년 전부터 바젤 아트페어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들도 20세기 디자인 거장의 작품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우환을 비롯해 데미언 허스트, 리처드 프린스, 아니시 카푸어 등 현대미술의 유명 작가 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체공학적인 실용성을 토대로 이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디자인의 힘이 빛난다.
전시는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8월 7일까지 열린다. (02)735-8449
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