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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병달(60) 교수는 50세가 넘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운동 만학도(晩學徒)'다. 50세 이전까지 그는 환자 진료와 연구, 학회 행사 등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고, 그 때문에 의사지만 건강에는 항상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당뇨병·고혈압 때문에 술도 한잔 못하는 친구들 모습을 본 뒤 운동을 결심했다. 한 주먹씩 약을 먹는 친구들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 '의사인 나부터 건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환자에게 건강을 말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운동을 결심한 동기가 됐다.
어떤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면 시간도 벌고 운동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강남 대치동 집에서 일원동 병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고, 집과 병원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몇 달 뒤엔 출퇴근 코스를 양재천을 따라 한강 고수부지까지 나갔다 병원으로 오는 코스로 바꾸었다.
그는 "자전거로 언덕을 오를 때면 숨이 턱까지 차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이 있지만, 다 올라와서 느끼는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라며 "의사로서 취미생활도 없고 운동할 시간도 없었는데 자전거가 그런 의미에선 훌륭한 의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전거 때문에 건강에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내친김에 모든 운동을 잘 해 보고 싶었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조깅화도 장만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빠져 들었고, 자기도 모르는 새 그는 '철인(鐵人)'을 꿈꾸게 됐다. 2000년,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해 '진짜 철인'이 됐고, 지금껏 모두 5번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해 완주했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자전거 전도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진료실에선 퇴행성 관절염이나 류마티즘 관절염 환자에게, 진료실 밖에선 운동 안 하고 무료하게 사는 동료 의사와 간호사에게 자전거 타기를 적극 추천한다. 그에게 '자전거 전도'를 받아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사람이 어림잡아 300~400명은 족히 넘는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 김우정 헬스조선 인턴기자
- 2008.05.20 16:28 입력 / 2008.05.20 17:35 수정